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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민아 Jul 26. 2020

두꺼비

아침 산책로 이슬 젖은 숲길 한켠에

얼룩무늬 두꺼비가 천천히 걸어가고 있다     


이른 봄 알에서 깨어 초롱초롱 눈 뜨고 

얕은 웅덩이 수초 밑에 숨어서 

팔다리 휘저으며 물살 가르더니  

   

성장 후 살 터를 마련해 살라고 

산 오르막에에 놓아준 디딤길

징검다리 모래주머니 타고 

작은 몸집  굴리며 더듬더듬 오르더니     

    

한 세월 끌어안고 

자욱한 빈 공간 메우기 위해

고삐 꽉 잡고 저벅저벅 소리 내며 

숨 가쁘게 서둘러 달려온 날들    

 

정상에 오르려고 

가파른 고갯길을 허덕이면서 

잰걸음 재촉하다 목에 걸린 자투리 시간

휘휘하고 남루한 좁은 길목

누가 편편하게 동행해줄까    

 

횡단로 활보하며 유유히 지나가는

튼실하고 듬직한 복 두껍아 

가벼운 나 좀 업고 가렴



- 수필집 『소심소심소심』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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