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산책로 이슬 젖은 숲길 한켠에
얼룩무늬 두꺼비가 천천히 걸어가고 있다
이른 봄 알에서 깨어 초롱초롱 눈 뜨고
얕은 웅덩이 수초 밑에 숨어서
팔다리 휘저으며 물살 가르더니
성장 후 살 터를 마련해 살라고
산 오르막에에 놓아준 디딤길
징검다리 모래주머니 타고
작은 몸집 굴리며 더듬더듬 오르더니
한 세월 끌어안고
자욱한 빈 공간 메우기 위해
고삐 꽉 잡고 저벅저벅 소리 내며
숨 가쁘게 서둘러 달려온 날들
정상에 오르려고
가파른 고갯길을 허덕이면서
잰걸음 재촉하다 목에 걸린 자투리 시간
휘휘하고 남루한 좁은 길목
누가 편편하게 동행해줄까
횡단로 활보하며 유유히 지나가는
튼실하고 듬직한 복 두껍아
가벼운 나 좀 업고 가렴
- 수필집 『소심소심소심』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