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책을 샀다.
카톡을 할 때 타인보다 맞춤법에 엄격했다.
가끔 '아, 그거 문안하고 좋아.' 이런 메시지를 보면 아니, 무슨 문안 인사드리냐고!! 하며 열을 올렸고,
인터넷 댓글에 '이래 저래서 않좋아요' 이런 것들을 보면 '안'과 '않'도 구분을 못하냐며 혼자 펄펄 뛰었다.
글을 쓴 이후, '글쓰기 전문 클래스'를 들어 볼까도 했지만 '이건, 이래 저래서 안되고요. 이건 말이 안 되는 표현이고요, 그래서 이 글의 말하고자 하는 포인트가 뭐예요?'라고 질타를 받는다면 전속력으로 바위 틈새로 도망치고 싶을 것이기에 스스로 글의 방향과 수준을 깨우쳐 가고자 추천받은 책 중 마음에 드는 몇 권을 인터넷 서점 카트에 주섬주섬 주워 담았다.
타인의 일명 '막춤법'에 민감하면서 막상 내가 글을 써 보니 발행 전 맞춤법 검사엔 수십 개의 띄어쓰기, 표기 오류들이 쏟아졌다. 써 놓고 봐도 주어와 서술어가 맞지 않거나 경험 나열만 했고 뭔가 타인도 공감하고 도움을 얻을 만한 메시지가 없는 것 같기도 해서 속상했다.
책이 도착했다!
코로나 시대에 흔한 택배지만 항상 선물을 받는 기분이다. 책 하나하나를 대강 훑어보다,
아! 잊고 있었던 한 가지가 생각났다.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내가 중간에 그만둘 수도 있으니 큰 비용을 들이기도 부담스럽고.. 처음으로 중고서적 2권을 구매했다는 것이었다. 새 책 2권, 헌? 책 2권을 꽤 만족할 만한 가격에 살 수 있음에 뿌듯해했는데 약간 놀란 것은 어느 것이 새책이고 아닌지를 한참 떠올려야 했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내 집에 쌓여 있는 베스트셀러 외 여러 책도 서점에 진열되어 있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예를 들면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과 같은 책이다. 잘 읽지 않지만 나만 해도 그걸 가져다가 라면 받침대로 쓰거나 책 안에 동그라미를 치거나 줄을 좍좍 긋는 일은 없을 것이었다. 물론 내 인생 멘토가 된 몇 권의 책은 줄도 그여 지고 수많은 페이지의 모퉁이가 접혀서 너덜너덜하지만 기본적으로 남들도 책을 함부로 다루지는 않을 것이었다. 책이라는 존재만으로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신성함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아이, 그거 얼마나 한다고 몇천 원 아끼려고 중고를 사.' 했던 생각이 오산일 수 있음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출간 작가님들껜 죄송하지만ㅠ) 고심을 거쳐 단 한 권의 책을 사는 것보다 부담 없는 가격에 자주 다양한 책을 접할 수 있는 점도 좋은 아이디어라 새삼 느낀 주말 아침이다.
*배경 사진 출처. unsplash@Fang Wei L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