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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팀덕 Jul 15. 2020

정반합

나만의 20대 초반을 보내며

이제 오늘이 지나면 나의 20대 초반은 진짜 끝이 날 것이다.

드디어 만으로 23살이 되었고, 흔히들 말하는 "ㅅ" 받침이 들어가는 20대 중반으로 접어들 것이다.


뭐 평소에 생일이라던가, 나이라던가, 

크게 이런 것에 일일이 의미 부여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왠지 모르게 기분이 센치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이번 생일은 시끄럽게 친구들과 보내기보다는(그래 봤자 동네에서 친구들끼리 모여서 술 먹는 게 전부지만.)

그냥 아무도 만나지도 않고 집에 돌아와 어머니가 차려주신 생일상을 먹고, 

가족들과 케이크를 함께 먹고 간소하게 끝냈다. 왠지 그냥 그러고 싶었다.


혼자 좀 그냥 정신없이 지나간 20대 초반을 돌아보고 싶었다.


20살 재수할 때,

21살 대학 안 가고 방황하며 이런저런 경험할 때,

22살 조금은 방향을 잡고 두려움과 함께 유학 길에 올랐을 때,

23살 유학 생활에 적응하려 노력하고, 어머니의 암 소식과 친구의 죽음을 받아들여야만 했을 때,

24살 뉴욕이라는 도시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고, 결국은 유학을 포기하고 한국에 남기로 결정했을 때.


이 과정들 속에서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정말 다양한 경험들을 했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으며, 다양한 생각들과 의견, 갈등과 싸움들을 보았다.

그 수많은 경험들 속에서, 나는 어떠한 것은 옳다고 정의하고, 어떠한 것들을 틀렸다고 정의하기도 했다. 

그것들을 통해 또한 감탄하기도, 영감을 받기도, 기뻐하기도, 슬퍼하기도, 거부감이 들기도, 분노하기도 했다.


스스로 세상, 사회에 나와서 내가 어떠한 생각과 철학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지,

어떠한 자세를 취하는 것이 건강한 생각과 정신으로 살아가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들을 끊임없이 했다.

이 속에서 나는 매일 혼란했다.


지금에 와서야 깨달은 것은, 결코 많은 것들은 이분법으로 나눌 수는 없고, 

나 또한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나만의 알량한 철학만을 고수하며 사는 것이 얼마나 오만한 일인지 깨달았다.


지나고 보니 결국엔 합을 찾는 여정이 아니었나 싶다.


수많은 경험을 하며 세상에서 내가 나에게 옳다고, 맞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정으로 받아들이고,

내게 거부감이 들거나, 옳지 않다고 생각되는 일들을 반으로 받아들여,

나만의 것인 합으로 도출해내는 일.


시간이 지나고, 다양한 경험들을 하면서

다시 합들이 나의 정이 되기도 하고, 반이 되기도 해 또 다른 합을 만들어 내기도 하고.

힘든 일이겠지만, 이것을 멈추는 순간 나 또한 꼰대로 한심하게 나이를 먹어갈 것이 분명하다.


이 일을 꾸준히 해내기 위해선 아직도 배워야 할 것도, 경험해야 할 것도, 노력해야 할 것도 너무나 많다.


지난 4년, 매 순간 정말 나의 100퍼센트를 쏟는 각고의 노력을 다 했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래. 그냥 그때 대학에 가서 굳이 사서 고생하지 말고 편하게 지낼 걸."이라는 후회는 

안 남길 만큼 최선을 다 해왔다.


이제는 더 이상 그런 미련이나 후회는 들지 않는다.


그저 내가 이렇게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주신 부모님이나, 

나를 신뢰하고 지지해준 사람들에게 무한한 감사를 표할 뿐이다.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나는 절대로 수많은 합들을 찾아낼 수 없었을 것이다.


20대 초반을 나만의 너무 많은 불안과 걱정들로 보냈지만, 후회는 남기지 않았다.

20대 중반의 시작은 조금 더 현재에 충실히 살며 긍정적인 변화를 위해 최선을 다해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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