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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덕 Jun 27. 2022

26살, 결자해지(2)

1차 합격

시험이 끝난 뒤 나는 바로 서류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내가 해외대학 출신이다 보니 정말 준비할 서류가 산더미였다. 

학교당 준비해야 할 서류들이 평균적으로 8~9개는 되었던 것 같다. 


특히 작년에 서류 때문에 어이없게 실수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더욱더 신중을 기해서 준비했다.

상당히 골치 아팠던 것이 내가 다녔던 미국 대학의 서류에 '아포스티유'라는 것을 받는 것이었다.

일종의 공증 역할을 해주는 것인데, 미국 학교 행정과 사무실이 코로나로 인해 무기한 비대면 근무 중이라

발급이 계속 어렵다는 메일을 받다가 제출 기한이 가까워지고 나서야 업무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학교를 통해 직접 받으면 한 5~6만 원 선에서 해결이 가능하지만, 사설업체에 맡기게 되면 이것의 4~5배에 달하는 가격에 공증을 받아야 했다. 여러 장을 준비해야 해서 학교 측에서 받으려 했으나, 코로나로 인한 미국의 사정 때문에 나는 눈물을 머금고 사설업체를 통해 공증을 받아야 했다.


그렇게 서류 준비와 근무를 하다 보니 몇몇 대학의 1차 합격 발표와 가천대의 합격 발표 시간이 다가왔다.

첫 발표는 가천대의 최초합 발표였다. 사실 하향으로 쓰긴 했지만, 문제가 너무 어렵게 나오고 확신을 가지고 

고른 답이 많이 없는 학교여서 크게 기대는 하지 않고 있었다.


사무실에서 합격 발표 시간이 되어 핸드폰으로 발표 창에 들어가 학번과 이름을 입력하고 합격란을 보았다.


"축하합니다. 서유덕 님은 합격하셨습니다."


"오!! 됐다!!"


전혀 예상치 못한 합격이라서 좀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어쨌든 합격했다는 사실에 상당히 기분이 좋았다.

옆에서 일하시던 몇몇 직원 분들의 축하도 받았다.

부모님께도 바로 소식을 전했다. 첫 합격 발표부터 좋은 소식을 가져올 수 있어 너무 기뻤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어찌 됐건 더 이상 미국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안도감도 들었다.


가천대를 시작으로 다음날부터 단국대, 동국대, 홍익대의 1차 합격 발표가 이어질 예정이었다.

일단 1차 합격만 여러 곳에 해놓는다면 마음은 한결 놓일 테니, 나머지 학교들에서도 좋은 결과가 있길 바라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다음날 단국대의 1차 합격 발표가 되었다는 문자가 먼저 날아왔다.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사무실에서 다시  

학번과 이름을 기입하고 합격 발표 창으로 들어갔다. 단국대는 더욱이 가고 싶었던 사범대를 써서 합격을 원하고 있었다.


"축하합니다. 서유덕 님은 합격하셨습니다."


"와 이게 무슨 일이지????"


합격될 것 같지 않던 학교들에서 연거푸 합격 소식들이 들려왔다. 물론 아직 1차 합격이지만, 그래도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1차 합격을 한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는 열심히 공부한 지난 시간에 보상을 받는 느낌이었다.

나는 바로 부모님께 소식을 전했다. 부모님께서 정말로 기뻐하시며, 남은 학교의 결과도 기다려보자 하셨다.


다음 발표는 동국대였다. 동국대는 사실문제 풀 때 이미 어느 정도 합격을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확신에 가득 차있는 상태였다. 최종 합격은 모르겠으나 1차 합격은 무조건 할 것으로 예상이 되었다.


나는 발표가 되었다는 문자를 받자마자 바로 들어가서 확인을 했다.


"축하합니다. 서유덕 님은 합격하셨습니다."


"예쓰!!!!!!!!!!"


얼추 예상은 했으나 그래도 막상 진짜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으니 기분이 좋았다.

지난 입시 때 탈락했던 동국대에 한 방은 먹여준 기분이었다. 


시험 끝나고 했던 우려들과 달리 결과들이 너무 좋아 오히려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지금까지 발표됐던 결과들이 전부 합격이라서 이게 정말인가 싶을 정도로 믿기지가 않았다.

탈락의 고배만 마셨던 예전의 나와는 너무 다른 결과에 정말 어안이 벙벙했다.


이제 다음 홍익대를 1차 합격만 하면 여태까지 발표된 결과 중에서는 전부 합격 소식을 들고 올 수 있었다.


며칠 뒤 홍익대 1차 합격 결과가 발표되었다는 문자를 받았다.

사실 홍익대는 문제는 잘 풀어낸 것 같았지만, 워낙 경쟁률이 압도적이어서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도 합격 발표 창에 학번과 이름을 기입하고 발표 창이 뜰 때는 정말 긴장이 되었다.


"축하합니다. 서유덕 님은 합격하셨습니다."


"어????????"


정말 믿기지가 않았다.

홍익대마저 합격하다니.. 아니 전부 합격이라니..

부모님께 바로 얘기하지 않고 근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막걸리와 맥주를 조금 사갔다.


집에 오니 부모님이 저녁을 차리시고 계셨다.

엄마가 갑자기 웬 술이냐고 물어보셨다. 아마 내가 탈락해서 술을 마시는 것이라고 생각하셨을 것이다.


"홍익대도 됐어요. 오늘 기념하려고 술 좀 사 왔지."


나는 담담하게 합격소식을 전달했다.

부모님이 너무 기뻐하셨다.

엄마는 공부 정말 열심히 잘했다고 수고했다고 하셨다.

아빠는 이제 서류를 잘 준비해서 최종 합격까지 잘 가보자고 하셨다.


진짜 자신감이 하늘을 찌를듯했다.

그리고 지난 9달 정도의 대장정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낙점을 받은 것 같아

공부했던 지난 시간들이 허투루 지나가진 않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서류 준비와 정리를 해서 최종 합격까지 달리면 되었다.

작년에 실수했던 만큼, 이번에는 더욱더 철저히 준비해서 정말 좋은 결과를 얻어내기를 다짐하며 

다음 합격 발표 시간까지 준비를 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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