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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그니 Aug 20. 2024

인플레이션 시대의 디지털 라이프

현명한 삶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2020년 여름이었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가고 있는데, 옆 자리에 앉은 대학생 두 사람이 ‘밤새 비트코인하다가 잠을 못 잤다’ 뭐 이러면서 웃고 있었습니다. 속으로 ‘내년에는 저런 사람들 위로할 힐링 콘텐츠 많이 나오겠구나’ 생각하면서 잠들었는데, 2021년이 아니라 2022년에 망했네요.     


그럼 이제 힐링 콘텐츠를 만들어야 할까요? 아쉽지만 그럴 여유가 없습니다. 가상 화폐 시장만 망한 게 아니거든요. 블룸버그가 지적한 것처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인한 유럽 에너지 위기, 풀리지 않는 미·중 갈등, 한계에 다다른 세계 각국의 공공 부채, 세계적인 부동산 시장의 위기, 금리 상승, 중국 문제 등 세계에 산적한 문제가 한둘이 아닙니다. 기후 위기는 디폴트로 깔고 가는 거고요.     


그중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인플레이션이란 파도겠지요. 코로나 이후 세계 질서가 정립되는 과정이라 생각하고는 있지만, 너무한다는 생각이 드는 건 저뿐만이 아니겠죠? 게다가 내년에는 더 심해질 거라고 합니다. 다시 말해, 이제 우리가 사는 방법을 바꿔야 하는 상황이 찾아왔습니다. 안 그래도 코로나19 때문에 사는 법을 뒤집었는데, 또 바꿔야 한다니, 어쩌면 좋을까요?     



상황이 바뀌면 대책이 바뀌어야 합니다     


어쩌긴요. 적응해야 합니다. 변화를 탓해봤자 피폐해지는 건 내 정신 상태. 코로나 때 다들 겪어 보셨잖아요? 상황이 바뀌면 우리가 변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른 방법이 없어요.      


사실 흉흉한 기분이 들지 않는 건 아닙니다.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차지하자마자, 절반을 해고했습니다. 이게 효과가 좋다고 알려지면, 실리콘밸리를 비롯해 많은 업계에서 비슷한 방법을 도입할 겁니다. 설마라고 하기엔, 당장 ‘푸르밀’이란 회사에서 사업 종료를 선언했다가, 30% 감원하고 사업 유지하겠다는 발표를 하는 일이 눈앞에서 일어났습니다.      


상황이 바뀐다는 것은 그저 물가만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서, 운 나쁘면 내가 먹고사는 모든 게 뿌리 뽑힐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많이 다르긴 하지만 90년대 말 IT 버블이 터진 다음, 벤처 기업에 취직했던 친구들이 몇 년간 힘겹게 버틴 것도 기억하고요.     


그런 많은 변화에 적응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가까이서 보면 모든 삶은 다르기에, 거기에 다 맞는 방법을 찾는 건 불가능합니다. 다만 참고를 위해, 디지털 라이프 스타일이란 관점에서 제가 쓰는 방법을 알려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아, 그 전에, 저는 ‘적당히 벌어 잘 살자’가 신조인 사람입니다. 맥시멀리스트이면서 미니멀리스트를 지향하고요. 벼락부자 벼락 거지 다 싫어합니다. 입력과 출력의 균형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부터 얘기하는 내용은, 디지털 문화와 기술 트렌드 추적이 특기인 IT 칼럼니스트가 생활에서 쓰고 있는 ‘꼼수’입니다.


     


꼼수 1. 아나바다는 언제나 훌륭합니다     


이제 사는 방식을 바꿀 때가 왔다-라고 말하면, 제 친구들이 제게 항상 가장 먼저 묻는 게 있습니다. ‘그래서 그 스마트폰/컴퓨터/태블릿PC 등등은 언제 사면 좋은데?’입니다. 제가 무슨 특가 물건 물어다 주는 어미 새도 아니고, 모든 물건을 알고 있는 리뷰어도 아닌데 그런 것만 묻습니다. 뭐, xx 전자 주식의 전망에 관해 묻는 것도 되게 많았는데 이제 없고요.     


아시다시피, 인플레이션 상황이어도 모든 물건 가격이 올라가는 건 아닙니다. 미국 진보 정책 연구소의 지적처럼, 전자상거래 및 디지털 콘텐츠, 디지털 기기는 코로나19 기간에도 크게 수수료나 가격을 올리지 않았습니다. 공급망과 가상 화폐 채굴 문제로 일부 부품이나 기기의 가격이 올라간 적은 있지만, 전체적으론 가격 안정에 이바지했습니다.     


게다가 지금은 갑작스럽게 깨진 반도체 사이클, 쌓여가는 재고로 인해 예전에 비해 확실히 값이 싸진 제품이 시장에 나오고 있습니다. 게임용 노트북이나 태블릿PC 같은 경우가 그렇죠. 스마트폰값은 애플이 천정부지로 올리고 있습니다만(애플은 환경 변화로 인한 부담을 소비자에게 모두 전가하는 회사입니다. 그게 가능하니까 하는 거지만요.), 성능만 놓고 보면 30만 원짜리 스마트폰도 이제 꽤 쓸 만해졌습니다. 

     

그러니까필요한 것이 있으면 2021년에 발표된 제품을 지금 사시면 좋습니다.     


* 2022년에 쓴 글이라 2021년이라 썼는데, 몇년 전에 발표된 제품이라고 생각하시면 괜찮습니다.



정말 딱 좋은 시기입니다. 폰이나 컴이나 상향 평준화된 상태에서 침체기에 접어들었기에, 하드코어 하게 쓰시는 분이 아니면 저렴한 가격에 좋은 제품 사실 수 있을 겁니다. 사실 아이패드도 구형을 사도 성능 차이 못 느끼고(굳이 프로 사실 필요도 없습니다), 아이폰도 12부터는 일반적인 용도로는 거기서 거기입니다. 올해 하반기 발표된 제품들의 숨겨진 큰 특징은 ‘수리하기 쉬워졌다’ 정도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요한 건 아마 대충 다 가지고 계실 겁니다. 코로나19 덕분이죠. 그럼 더 사실 필요 없습니다. 누가 만든 말인지는 모르지만, 아나바다- 아껴 쓰고 나누어 쓰고 바꿔쓰고 다시 쓰자-는 정말 인플레이션 시대 디지털 라이프 스타일의 핵심입니다. 상향 평준화된 건 신제품만이 아니거든요. 이미 가지고 있는 제품이, 상향 평준화된 제품입니다.      


가지고 계신 제품은 아낌없이(?) 아껴 써주세요. 자고로 도구는 그래야 합니다. 흠집이라도 날까 모시고 살 필요 없습니다. 잘 쓰지 않는다면 나누어 쓰고 바꿔쓰면 좋습니다. 요즘은 당근마켓 같은 플랫폼 덕분에 쓰지도 않을 물건 사는 분도 많이 봅니다만- 아무튼 서랍장에서 썩히느니 다른 누군가가 쓰는 게 더 좋습니다. 고장 난 제품을 고치기도 생각보다 쉽습니다. 옛날에 비하면 부품 구하기가 훨씬 쉬워졌거든요. 유튜브에 금손들이 올린 수리 영상도 아주 많고요.     


덧붙임 - 보조 제품 사실 때, 싸다고 구형 표준이 장착된 기기는 사지 않는 게 좋습니다. 예를 들어 블루투스 5.0이 아니라 3.0 버전을 탑재한 무선 제품이라거나, USB-C가 아니라 마이크로 USB로 충전하는 제품 같은 거죠. 구형 표준을 쓴다는 건, 그 제품에 적용된 부품 자체가 구형 또는 싸구려란 의미입니다. 나중에 고생하십니다(...).           



꼼수 2. 오프라인과 친해지세요


다음은 오프라인과 친해지기입니다. 죄송합니다. 솔직히 이 팁은, 여러 디지털 기기를 파는 가게가 꽤 있는 서울/수도권 사람들에게나 어울리는 팁입니다. 다만 확실히, 오프라인 매장과 다시 친해지면 좋은 시기가 왔다- 그렇게 말할 수 있는 때가 돌아왔습니다.      


제가 앞에서 그냥 아나바다 하며 사는 게 좋다고 왜 그랬을까요? 입력과 출력, 그러니까 수입과 지출의 균형을 맞추는 게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적당히 잘 살려면 자신이 얼마나 벌고 얼마나 쓸지 바운더리를 긋고, 그 경계를 되도록 넘지 않는 게 좋거든요. 그래야 내 삶을 내가 통제할 수 있습니다. 백만 원을 벌든 천만 원을 벌든 바운더리를 긋지 못하는 사람과 아닌 사람의 차이는 여러분이 잘 아실 거라고 믿습니다.      


오프라인과 친해지는 것도, 바운더리를 긋는 것과 관계있습니다. 혹시 디지털 라이프 참 좋다-라고 말하는 분들 공통점이 뭐인지 아시나요? 바로 옛날(...) 사람이란 겁니다. 2018년 실시한 퓨 리서치 전문가 조사 보고서에 등록된 내용이 바로 그겁니다. 옛날 사람이니까 과거와 비교해 지금 뭐가 좋아졌는지를 압니다. 비교할 대상이 있으니까, 쉽게 기준을 잡고 선을 그을 수 있죠. 물론 그래서 디지털 라이프 참 싫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습니다만.   


  

오프라인 매장과 친해지면, 내가 어떤 기기를 좋아하는지 아닌지, 그 기준을 잡을 수 있습니다. 확실히 직접 만져보는 거와 남이 해놓은 리뷰나 정보를 보는 건 굉장히 다르거든요. 예를 들어 새로 나온 아이폰 14시리즈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폰은, 안 팔린다는 아이폰 14 맥스입니다. 화면이 크고 배터리가 오래갈 뿐만 아니라 가볍게 느꼈기 때문입니다. 키보드 역시 마찬가지죠. 뭐든 몸에 닿는 건 만져보고 두드려봐야 진짜 내 감정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재밌기도 합니다. 저는 쇼핑몰 돌아다니는 걸 정말 좋아하거든요. 어른들의 놀이공원입니다.     


… 비싼 건 오프라인에서 만져본 후에만 산다! 이런 원칙을 정하면, 물욕이 좀 가라앉기도 하고요.     


가격 문제도 있습니다. 먼저 실제 판매되는 가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럼 중고 가격도 대충 기준이 잡힙니다. 이걸 알고 온라인을 들여다보면, 가격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실 겁니다. 까놓고 말하자면, 이제 당근마켓은 비쌉니다. 거래하기 쉬운데다 가격이 비싼 디지털 기기 특성상, 좋은 가격에 나온 제품은 업자들이 순식간에 매입해 버리고(새벽 5시에도 연락이 옵니다), 남은 제품은 대부분 가격이 높거나 흠이 있는 제품이라 그렇습니다. 가끔 오프라인 매장에서 온라인과 맞먹는 할인 제품이 나오기도 하고요.     

 

아, 매장 직원이나 사장님이랑 나누는 이야기도 재밌습니다. 친해지면 이 물건은 컴플레인이 많이 들어온다. 이 제품 사간 분들은 좋아하더라 하는 얘기도 해줍니다. 같은 취향(..건담이라던가 건담이라던가)을 가진 사람을 우연히 만나면, 얘기하러 가게에 가기도 합니다(...).     


다른 면에서도 오프라인과 친해지면 좋습니다. 컴퓨터나 스마트 기기를 안 쓰는 시간을 늘리는 거죠. 예를 들어 산책 같은 것이 그렇습니다. 글이 길어질 것 같으니 산책의 장점은 김영민 선생님의 글로 갈음하기로 하고요.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95120


배달 음식 같은 플랫폼 사용을 줄이고, 직접 움직이는 건… 많이들 하시죠? 앞으로 플랫폼 수수료는 점점 더 비싸질 테니까요. 이익을 내야 하는 시대에 접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잡은 고기에게 먹이를 줄 이유도 없고요. 전 잡힌 고기 되기 싫어서 도망쳤습니다.     



꼼수 3. 디지털 콘텐츠와 구독은 언제나 관리하세요     


인플레이션이 오기 전부터 강의 같은 것을 할 때마다 계속 얘기하는 것이 있습니다. 파이선 배우세요-는 뭐 딴 얘기니까 오늘은 접고요. 유튜브 프리미엄 가입하세요-도 그중 하나입니다.     


광고를 안 봐도 되는 것은 정말 좋습니다. 이게 실제 구매 행위에 영향을 끼치거든요. 어떤 연구에선, 우리가 하도 광고에 익숙해져서 저절로 뇌에서 스킵한다- 이렇게 얘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분명 광고는 영향을 끼칩니다. 그게 아니라면, 돈을 냈는데 효과가 없다면, 계속 광고를 할 리가 없잖아요? 그래서 광고를 안 봐도 되면 기꺼이 돈을 내고 보지 않거나, 광고를 들이미는 콘텐츠를 포기하라고 말합니다. 참고로 제가 쓰는 광고 차단기는 애드가드(유료)와 애드블록 플러스입니다.      


다른 하나는 자기 전에 쇼핑하지 말라입니다(...). 자기 전엔 이성적인 힘이 약해져서, 쉽게 자잘한 것들을 사게 되거든요. 저도 알고 싶지 않았습니다만- 한때 제가 정말 하루에 하나씩 자기 전에 쇼핑한 적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패턴을 분석해보니, 뭔가가 갑자기 떠오른다. 검색하면서 열심히 정보를 모은다. 아 힘들고 졸리고 귀찮다 비싼 거도 아닌데 그냥 하나 사자(...) 하면서 사고, 자는 패턴이었습니다. 전형적인 쇼핑 바보죠. 쓸모 있는 물건도 없었고요. 심지어 나중엔 살만한 것은 다 사서(...) 새로운 물건을 찾아보고 있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저 쇼핑 좋아합니다(...).     


결국 폰에서 쇼핑몰 앱을 다 지우고 나서야 정신 차렸습니다. 여러분은 안 그러시면 좋겠고요. 지금도 쇼핑 앱을 폰에 설치하지 않습니다. 필요하면 쿠폰만 받고 다시 지웁니다. 저만 그런 건 아닐 겁니다. 인터넷과 스마트 기기가 보급되고, 광고와 인터넷 상거래가 주된 비즈니스 모델이 되면서 생긴 현상이거든요. 특히 뭐가 나올지 모르는 도파민 효과가 주된 역할을 한다는 건, 잘 알고 계실 겁니다. 몰라서 당하는 게 아니고 알면서도 당하는 거니, 원천 차단을 할 수밖에요. 저는 인간의 의지를 믿지 않습니다.     



디지털 콘텐츠도 마찬가지입니다. 한때 정말 많은 미디어를 구독했던 적이 있었는데요. 오는 건 다 읽어야 직성이 풀리다 보니(FOMO는 저를 위해 있는 말입니다), 매일 몇 시간씩 정보만 읽다가 1년을 날렸습니다. 그러다 다음 해가 되어 자동 결제가 되는 바람에 또 읽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아주 기절할 것 같죠. 한두 푼도 아니고 몇십만 원씩 했었는데요.      


그다음부터는 콘텐츠 결제에 신중해졌습니다. 일단 해외 미디어는 구독하고 바로 해지 신청(...)하는 버릇을 들였습니다. 국내 미디어는 결제일을 구글 캘린더에 기록해 놓습니다. 더불어 할 일 목록 앱에 구독 목록 카테고리를 만들어서 관리합니다. 구독하는 매체도 딱 믿을 수 있는 곳 몇 군데만 봅니다. 사실 그것도 다 보기 버겁습니다. 리디북스에서 대여한 책 같은 것도 역시 구글 캘린더에 대여 종료일을 기록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잊으니까요.     


더 아낄 방법은 없을까요? 콘텐츠 우회 결제를 시도하는 분도 계실 겁니다. 닌텐도 스위치 게임을 다른 나라 스토어에서 산다거나(할인되는 게임이 많습니다), 유튜브 프리미엄이나 넷플릭스 결제를 다른 나라에서 한다거나(회사에서 계속 막는 중입니다), 게임 아이템 결제를 다른 저렴한 나라로 돌려서 하는 식이죠. 저도 (VR 헤드셋용) 오큘러스 스토어 결제는 VPN을 이용해 캐나다로 돌려서 하곤 했습니다. 다만 별로 권하진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편법이라, 신경 쓸 일이 많은 탓입니다.      


디지털 콘텐츠 관리의 기본은 심플, 그러니까 간소하게 사는 겁니다. 보고 싶은 모든 것을 볼 수 없다는 걸 인정하고, 포기하는 거죠. 실제로 다 보지도 못하고요. 직장에 다니는 꽤 많은 분이, 게임을 사기만 하고 플레이를 못 하는 거랑 비슷합니다. 그렇기에 되도록 뇌의 편안함을 먼저 추구합니다. 그리고 프로세스를 만들면, 그걸 고정합니다. 


때때로 변화를 주며 관리할 필요는 있지만, 일할 때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콘텐츠를 즐기는 방식을 더 넓히지 않는 겁니다. 그러니까… 콘텐츠를, 밥처럼 생각하면서 살아갑니다. 없으면 배고프지만, 많이 먹으면 탈 나는 그런 것처럼요. 기왕이면 맛있는 것을 먹고 싶습니다. 몸과 마음에 좋은 걸 먹고 싶습니다.     


덧붙임 - 아웃풋을 생각하며 정보를 접하면 많은 게 편해집니다. 아웃풋이 가능한 인풋인가를 기준으로 정보를 판단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주먹을 쥐고 손을 뻗어 봐. 
그리고 빙 돌아 원을 만들어 봐.
그게 너의 거리야. 
그 안에 들어오는 것은 
뭐든 지킬 수 있어야 한다.
 
- 가네시로 가즈키, Go에서     



사회생활 초기, ‘라이프스타일 인플레이션’이라 부르는 문제를 겪었습니다. 내가 돈을 좀 버니, 그에 걸맞게 뭐도 사고 뭐도 하고- 이렇게 소비가 느는 걸 말합니다. 주식에 투자하다가 까먹은 돈은 워낙 저보다 훨씬 더 많이 까먹은 분이 많으시니,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돈을 버는 데 오히려 더 쪼들리는 우스운 상황까지 갔죠. 카드값도 장난 아니었고요.      


자기 바운더리를 정하지 못한 탓입니다. 자기 기준은 자기가 정하며 살아야 하는데, 남에게 이리저리 휘둘렸습니다. 물론 자기 기준을 자기가 정하기도 쉽진 않습니다. 경험이 부족한 탓입니다. 정한 다음에도 문제가 있네요. 자기 기준만 고집하면 완고하다거나, 꼰대가 되기 딱 좋습니다. 중요한 건 자기 바운더리를 알면서도, 주어진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대응하는 겁니다.     


살다 보면 세상은 항상 변합니다. 내 뜻대로 되는 일은 원래 없죠. 인플레이션은 정말 끔찍합니다. ‘인플레이션 다이어트’라는 말도 있더라고요. 물가가 오르면 가장 먼저 변하는 것이 식생활이라서 그렇습니다. 처음에 먹고 사는 일이 뿌리 뽑힐지도 모른다고 얘기했나요? 이미 미국 테크 기업에선 대량 해고가 진행 중이고, 그게 우리에게 닥치지 말란 법은 없습니다. 경기는 더 나빠질 전망이고, 잘라야 좋다면 자릅니다. 회사는 가족이 아니니까요.      


참, 험난하죠. 그런 삶에서 그나마 재밌게, 기왕이면 하루하루 충실하게, 오늘도 잘~살았다-고 말할 수 있게 살 수는 없을까요? 아시겠지만 저도 잘 모릅니다. 계속 고민하며 더 나은 방법이 없나 찾을 뿐이죠.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두려워하지 않고, 최소한 남에게 덜 휘둘리고, 내 바운더리 정도는 내가 정하며 살고 싶습니다. 아, 그런 데 궁금해졌는데요. 다른 분들은 어떤 방법을 쓰고 계신가요?      




덧붙임 -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을 위한 특별 선물입니다. PC 콘텐츠 관리를 좀 쉽게 만들어주는 앱을 하나 소개하며 마칠게요. 퀵룩(QuickLook)이란 앱입니다. MS 스토어에서 다운 받으실 수 있고요. 이 앱을 설치하면, 맥OS 미리 보기 기능을 PC에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드 디스크에 깔린 파일 하나를 선택하고 ‘스페이스 바’를 눌러주면, 그걸 미리 보기 할 수 있는 겁니다. 


그림 파일이면 크게 보여주고, 음악이나 동영상은 간단히 실행해서 볼 수 있으며, PDF나 WORD 파일도 내용을 보여줍니다. Zip 파일도 압축파일 내용을 보여주고요. 다시 ‘스페이스 바’를 누르면 사라집니다. PDF 파일 등을 정리할 때 아주 유용합니다.          


https://apps.microsoft.com/store/detail/quicklook/9NV4BS3L1H4S?hl=en-us&gl=us       



* 2022년 11월 아웃스탠딩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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