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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 Jan 30. 2019

그림 못그리는 UI 디자이너.

UI디자인 작업의 이해

  디자인을 베이스로 하지 않았았는데 진로로 택해도 될지를 고민한다는 이야기를 가끔 듣는다. 실제로 많은 UI디자이너들이 입시미술을 거쳐 디자인(주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UI디자인은 심미적 감각이나 미적 재능을 기본 소양으로 갖춰야하는 영역이 아니(게 되었)다.


  2007년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출할 당시에만 해도 기업에서 일하는 UI디자이너는 웹디자이너였다. 웹 1.0을 1994년부터 2004년까지의 디렉토리형 웹페이지가 중심이 된 기간이라고 일컫는데, 웹1.0이 시작된 것도 불과 24년 전이다. 이후 스마트폰이 시장을 지배하고 앱 경제의 등장과 함께 모바일 핏의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디자인하는 UI디자이너라는 직군이 보다 보편적이 되었다. 모바일 생태계를 중심으로 UI디자인이 성행한지는 이제 고작 10여년이 된 것이다.


  웹시대와 모바일시대의 UI디자인은 꽤 많이 다르다. 웹디자인이 성행하는 시기에는 사용자 인터랙션, 정보의 구조 이런 것들 뿐만 아니라 사용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컨셉, 매력적인 요소 또한 중요했다. 웹시대에는 웹페이지가 사용자에게는 온라인으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였고, 기업에게는 브랜딩 채널이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도 되돌아보면 아주 예전에는 UI디자인을 하면서도 컨셉츄얼한 그림을 필요로 하는 때가 많았던 것 같다.

모바일 시대는 일상 생활의 모든 부분이 모바일과 연결되어 있다. 스마트폰에서 영화를 예매하고, 은행일을 처리하고, 택시를 잡고, 건강을 체크하고,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한다. 안그래도 복잡한 일상에 더 혼란을 가중시킬만한 과도한 어필의 필요성은 줄고 사용성이 중점이 되었다.


사용성은 크게 3가지 면으로 이야기된다.

효율성 사용하기에 더 효율적이라는 것은 어떤 특정한 일을 성취하기 위해 걸리는 시간이 적다라는 뜻이다. 
학습의 용이성 물건을 관찰하는 것으로부터 물건을 실제로 다룰 수 있을 때까지 걸리는 조작 방법을 습득하기가 쉽다는 뜻이다. 
사용의 만족성 사용을 하면서 사용자가 느끼는 만족스런 느낌의 경험에 관한 것이다.*




  사용자 중심 디자인으로 디자인의 패러다임이 전환되면서 디자인 과정을 거칠 때 중점적으로 고려하는 부분은 복잡한 단계를 줄이고, 인지하기 쉽도록 하며 정보의 우선순위에 따라 체계를 만들어 강약을 조절하는 일인 것 같다. 대부분의 디자인 작업은 문제점-해결의 논리적 사고로 풀어나가게 되고 작업에서 이를 뒷받침 하는 것은 툴과 레퍼런스이다. 이전 글에도 썼지만 UI디자인은 인식의 재료들을 가지고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요리를 만들어내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 재료는 있는 것을 쓰는 것이지 없는 것을 만들어내는 창작이 아니다.  하지만 만들어낸 요리를 플레이팅하는 데 있어서는 디자인적, 심미적 감각이 필요할 수 있다. 이 플레이팅의 완성도는 규칙과 모방과 훈련에 의해 발전된다.


  상황에 따라 선호도 여부가 갈릴 수는 있겠지만 요리에서 기본적으로 가장 중요한 요소를 꼽으라면 당연히 음식의 플레이팅보다는 ‘’일 것이다. 디자인 또한 마찬가지로 겉으로는 유려한 화면이지만 막상 쓰기에는 불편하다면? 먼저 용이하게 쓸 수 있어야 디자인의 의미가 생긴다.

  완성도에 대한 훈련에서 중세 수공예 장인의 도제식 수련을 떠올릴 수 있겠지만, 지금은 모든 곳에 정보가 넘쳐난다. 디자인 규칙에 대한 책, 모방을 통해 훈련할 수 있는 넘쳐나는 레퍼런스들, 툴에 대한 사용법들을 통해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충분히 단기간이라도 훈련할 수 있다. 디자인 베이스이거나 아니거나, 그림을 그리고 못그리고는 언제부턴가 전혀 중요하지가 않아졌다. 앞서 말한 이런 이유들 때문이겠다.


  디자인에서의 맛있는 요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논리적 사고력, 설득력, 통찰력이 더 필요하다. 물론 완성도라는 것도 사용성에 포함되는 중요한 부분이나, 앞으로는 더더욱 전자가 중요해질 것이다. 디자인에서도 분야가 점점 세분화되고 있고 그 중 보다 반복적이고 단순한 작업은 근미래에 AI로 대체될 수 있다. AI가 램브란트의 양식을 학습해서 램브란트 스타일로 그린 그림은 실제로 램브란트가 그린 그림과 구분할 수 없을 정도이다. 이미 진행되고 있지만 점점 디자인 작업의 무게추는 완성도 있는 그림을 만드는 것이 아닌, 어떻게 하면 더 쉽게, 편리하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쪽으로 기울어지리라 생각한다.


  + 반대로 이를 통해 유추 가능한 것 하나는 앞으로의 UI디자이너 역량 성장에 가장 필요한 것은 논리적 사고, 설득력, 통찰력을 기르는 일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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