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음 Aug 07. 2024

모바일 선물의 맹점에 대하여

선물하기 너무 쉬워졌다


모바일로 무언가를 선물하는 게 너무나 자연스러워졌다. 그 시발점이 카카오가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에 '선물하기' 기능을 도입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온라인 상거래 시장의 판도를 바꾼 것이다. 플랫폼을 확보한 주요 기업들은 크고 작은 브랜드의 제품을 경쟁적으로 끌어들이며 자사 쇼핑 서비스를 손보기 시작했다.


일례로 네이버는 쇼핑 탭에 '선물샵' 기능을 추가해 선물 검색 결과를 '선물 전문 검색 서비스'로 개편하고 다양한 선물 추천 서비스를 새롭게 선보인 바 있다. 단순 쇼핑이 아닌 선물하는 행위에 방점을 둔 카테고리라는 점에서 이전 자사 서비스와 차이를 줬다. 간편함을 앞세워 소비자의 호응을 입은 이 시장은 거듭 성장, 럭셔리 제품까지 다루며 거의 모든 카테고리와 제품군을 소화하고 있다.


나 역시 여느 메신저 이용자처럼 선물하기 기능을 종종 써왔다. 텍스트와 이모티콘만으로 감사함과 미안함을 표현하기 모자란 경우나 어떤 일을 축하하거나 응원할 때 서비스를 활용도가 좋았다. 특히 배송지 정보는 수신인이 직접 입력할 수 있으니 민감한 개인 정보를 일일이 확인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 편리했다. 이처럼 기능 자체에는 큰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고 오히려 만족스러운 편에 속했다. 소비자가 '이건 좀 아쉬운데?' 피드백하기 전에 공급자가 먼저 나서서 이것저것 시도하는데 적중률도 나쁘지 않은 수준이랄까. 근데 문득 의구심이 들었다. 정말 이점만 있을까?


최근 배달앱 사용 빈도를 줄이면서 선물하기 기능의 맹점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다. 배달앱은 혁신의 대명사였지만, 요즘은 과도한 수수료 인상으로 인해 사회 문제를 야기한다는 논란에 오르며 뜨거운 감자가 됐다. 편리함이 불편함을 낳는 기이한 현상이다. 또 다른 문제는 배달 음식을 이용할 경우 너무 쉽게 음식이 눈앞까지 다다르기 때문에 과정과 감각의 가치를 간과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일상의 질을 '빨리', '대충'에 집중하는 분위기를 조장한다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모바일 선물의 맥락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메신저 선물하기 핵심 기능 중 하나인 '인기 순위'를 생각해 보자. 대개 랭킹에는 비타민이나 뷰티 제품, 커피나 디저트 등이 차지하고 있는데, 선물을 고르는 수고로움을 덜고 요새 트렌드를 일정 부분 반영한 제품을 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율적이다. 하지만 인기 순위 제품이 상대의 취향과 필요를 진정으로 고려한 '선물'이 될지 집 한편에서 사용하지 않을 '재고'로 남을지 두고 볼 일이다. 주고받는 사람 모두가 선물에 애정을 가지려면 상대의 성향과 취향, 관심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다시 말해 콩 한쪽이더라도 선물을 고르는 마음의 농도가 중요한 셈이다.


며칠 전 상대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자 선물 꾸러미를 준비하게 됐다. 그는 인테리어를 비롯해 크고 작은 디자인 용품에 관심이 많고 모던한 가구에 작고 귀여운 아이템을 곁들이는 섬세한 취향의 소유자였다. 이에 사려 깊은 선물 큐레이션이 필요했다. 그에게 직접 필요 여부를 크로스체크한 디자인 서적과 키링 역할을 하는 가죽을 포인트로 사랑스러운 모질을 자랑하는 곰인형을 준비했다. 한발 더 나아가 선물 포장 등을 비롯한 패키징까지 직접 완성했다. 분홍색 크래프트지에 부드럽고 얇은 검은색 공단끈을 이용해 리본을 얼기설기 묶고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테이핑했다. 마무리로 손 편지를 동봉했다. 모아놓고 보니 어설프지만 제법 정성과 애정이 묻어났다. 품 들인 만큼 태가 났다. 이는 주고받은 사람 모두의 만족감으로 이어졌다. 그는 선물을 집안 곳곳에 놓고 찍은 인증샷들을 내게 보내왔다. 아마 나는 사진을 받아보고 그보다 기뻤을 것이다.


모바일 선물 방식을 폄하하려는 게 아니다. 앞서 말했듯 나 또한 이용자다. 그리고 무엇이 되었든 누군가에게 선물을 하려는 마음 자체가 아름답고 가치 있다. 그래도 이왕 무언가를 선물한다면 상대가 진정 좋아하고 필요할 만한 것을 다방면으로 고민해 보자는 거다. 직접 구성한 물품에 패키지와 같은 디테일까지 챙긴다면 만족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선물의 목적이 나와 같다면 분명 충만한 기분을 느끼리라 확신한다.



그의 인증샷 중 하나



작가의 이전글 드라마 작가는 아무나 하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