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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집시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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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maDarling Nov 16. 2020

당신의 새로운 도전에 박수를!

# 020 스무 번째 이야기

4년째 매년 이탈리아에서부터 포르투갈로 우리 가족을 만나러 오는 가족이 있다. 첫째 아들 율이가 숲 속 유치원에 다니면서 인연을 맺게 된 Palaia가족이다.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4월에 오기로 했던 비행기 편이 봉쇄되었다가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포르투갈에 올 수가 있게 되었다.


여느 해와는 달리, 올해 우리는 바닷가가 훤히 보이던 집과 손님을 맞이할 수 있는 여분의 방 조차 없는 7 x 2.5m짜리 카라반인 집시의 집에 살고 있다. 물론, 혼자 혹은 둘이서 짧게 며칠 머물기 위해 우리를 찾아오는 친구들에게는 우리의 트랜스 포머 그린 벤을 제공해 주었다.(트란스 포머 그린 벤! https://brunch.co.kr/@anachoi/45 참고) 보통 2주 정도 머물곤 하던 Palaia가족은 1달 혹은 그 이상을 예정으로 포르투갈에 오는 것을 계획하고 있었다. 연유인즉슨, 오랫동안 맺어왔던 아이들과 가족 모두를 위한 커뮤니티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목적을 달리하면서 Valeria(율이의 친구 Gioele의 엄마)가 추구하는 삶의 괘도와는 달라지는 상황에서 무언가 변화가 필요했던 것이다. 특히나, 그녀의 첫째 아들 Gioele가 만 6살이 되고 Unschooling을 시작하게 되는 시점으로써, 그녀에게는 더욱더  Unschooling을 하는 커뮤니티와 네트워크가 절실히 필요했다. 몇 년 전부터 Unschooling에 대한 그녀의 생각은 약간의 두려움과 망설임이 있었다. 과연 공교육이나 누군가의 도움 없이 그녀가 자신의 아이들의 교육을 책임질 수 있을까 하는 의문 등등.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이탈리아, 특히 그들이 살고 있는 Lombardia 롬바르디아 지방이 완전 봉쇄되면서, 바깥으로의 외출이 금지되고, 외부와의 소통이 제한이 되었다. 이를 계기로 Paraia가족은 본의 아니게,  다른 이의 도움 없이 자신의 아이들과(만 6살인 Gioele와 만 2살 반인 Alice) 온종인 집에서 보내는 시기를 보내게 되었다. 이러한 시간은 그녀에게 오히려 Unschooling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 마음의 평온, 결심을 내리는데 커다란 계기가 되었다.


그럼으로써, Palaia 가족은 현재 9개월째 함께 커뮤니티를 시도하고 있는 우리 4 가족이 함께하는 포르투갈에 장기간 지낼 생각으로 비행기표를 다시 끊었다. 물론, Palaia 가족에게는 주말이나 바캉스를 보낼 때 캠핑카를 이용하기는 했었으나, 온전히 캠핑카나 카라반에서 2달 이상을 지내본 경험은 없었다. 더욱이 여름 내내 우리의 샤워실은 바깥에 설치한 외부 샤워실이었고, 화장실은 수세식 화장실이었으므로, 과연 Palaia가족이 이런 조건을 감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이를 감안해서 우리는 우리가 거주하는 곳 근처의 집을 렌트하는 것 또한 알아봤으나, 그녀는 모든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기꺼이 우리가 지내는 곳에서 머물기를 원했다.



아무리 불편하더라도, 마스크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아이들이 마음껏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자유롭게 함께 뒤엉켜 뛰어놀 수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존재하지 않는, 알게 모르게 너와 나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을 만들지 않는, 어른들이든 아이들이든 모두가 두 팔을 벌려 가슴을 맞닺고 부둥켜안으며 볼에 가볍게 인사 키스를 하는 곳, 일주일에 1-2번씩 함께 모여서 음식과 음악과 경험과 시간을 나누는 곳, 가볍게 가까운 곳으로 피크닉을 함께 떠날 수 있는 동반자들이 있는 곳, 이곳에서의 새로운 삶을 그녀는 시도해 보고 싶었던 것이다.


Paraia가족을 위한 카라반을 벤에 장착해 데려온 날


그렇게 그녀의 결심은 굳건했고, 이로써 우리는 Palaia가족을 위한 중고 카라반을 찾기 시작했다. 얼마 남지 않은 도착 날짜에 맞추어 4.5m짜리 카라반을 마련할 수 있었고, 드디어 Palaia가족이 도착했다. Palaia가족은 비가 땅을 조금씩 촉촉이 적시듯,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자연스럽게 새로운 균형과 질서를 만들어갔고, 5년간 몸담은 숲 속 유치원의 팀 멤버였던 Valeria는 아이들과도 쉽게 소통할 수 있었다. 또한, 그녀 특유의 유쾌함과 괘활함, 솔직함과 진솔함, 따스한 마음씨는 커뮤니티 모두와 조화롭게 지낼 수 있었다. 이들은 4.5m짜리 카라반에서 지내면서 살아가면서 그렇게 많은 것들이 필요치 않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아갔고, 자연의 소리에 더욱더 민감해졌으며, 사람과 사람 간에 맺어지는 귀한 인연을 조금씩 만들어갔다.


아이들이 기획한 공연 (왼쪽에서부터 Lorcan, Nina, Gioele, 가이아, Mailo)
바닷가에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는 Valeria, Lagos, Portugal
아이들과 어우러져 놀고 있는 Gioele(왼쪽), 자동차 경주 이벤트 행사에 함께 간 아이들(오른쪽)


그녀가 이렇게 용감무쌍한 결정을 내리는데 아직 걸리는 문제는 그녀의 남편 Andrea였다. 10년을 넘게 일궈온 자신의 사업과 모든 가족들이 집 근처에 살고 있는 Andrea로써는 이탈리아를 떠나 새로운 정착지에서 새롭게 밑바닥부터 시작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제야 자기 사업에 자리를 잡은 그가 모든 걸 정리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럼으로써, 일단, Valeria와 아이들은 포르투갈에 남고, Andrea가 왔다 갔다 하면서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보기로 했다. 그러던 중 10월 중순이 되면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유럽 전역이 다시금 경보음을 울렸고, 이로써 다시금 이탈리아는 Lock Down에 들어갔다. 이는 학교 가는 것, 시장 보는 것, 일하러 가는 것 이외에는 모든 외출이 금지되고, 모든 활동들이 정지됨을 의미했다. 레스토랑, Bar, 카페는 오후 6시면 문을 닫아야 했고, 밤 11시부터 새벽 5시까지는 우리나라가 70년대에 외출령 금지를 내렸던 것처럼 아무도 길 밖에 나가지 못함을 의미했다. 이런 갑갑한 상황에서 결국 Andrea는 가족들이 자유롭게 지낼 수 있게 비행기 표를 1달 뒤로 미뤘다.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없는 희생을 감행해서라도 자신의 가족들의 자유를 선택했다.


현재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나라들마다의 새로운 대책 정책들로 먼 미래를 예측하기란 어렵다. 가까운 미래, 현재의 삶에서 우리가 최선을 다해서 살아갈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하루하루를 충실히 일구어 가는 수밖에 없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현재 무엇이 가장 중요한 것인지 알고 변화를 시도하는 Palaia 가족. "자유"를 위해서 많은 것들을 감수하면서 이곳에 온 Palaia 가족에게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커다란 박수와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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