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9 열아홉 번째 이야기
몇 달 전쯤, 아이들이 자신들의 공동 텃밭을 만들고 싶다고 얘기를 꺼냈었던 적이 있었다. 뜨거운 열정과 함께 삽을 가지고 나갔던 아이들인데, 날씨나 너무 무더웠는지, 아이들의 공동 텃밭 프로젝트는 이래저래 무산이 되어버렸었다. 그러고서 열흘 전, 아들 율이가 다시금 아이들의 공동 텃밭 프로젝트를 거론에 올렸고, 어른들이 여유 있게 앉아서 차 한잔을 하는 동안, 아이들은 재빨리 행동에 옮기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먼저, 어디에 공동 텃밭을 만들지 장소를 정하고, 말똥이 토양에 좋다는 말을 어디에서 들었는지, 엄청난 량의 말똥들을 양동이 통들에 (맨손으로) 담아서 가지고 왔다. 이곳 토양이 너무 딱딱해서 그냥 말똥과 비료 만으로는 채소들이 뿌리를 내릴 수가 없으므로 먼저 딱딱한 땅을 파서 부드러운 흙으로 만들어야 했다. 이를 돕기 위해서 아이들은 각자 보이는 모든 도구들을 동원해서 바위만치 딱딱한 땅들을 파기 시작했다. 3일에 걸쳐서 아이들은 땅들을 파고, 비료를 뿌리고, 말똥들을 부수고, 물들을 뿌리면서 버무리는 고된 작업을 웃으면서 즐겁게 해 나갔고, 작업하다 힘들면 주변의 짚에 드러누워서 쉬거나 그늘에서 물을 마시며 쉬거나 커다란 상자를 침대 삼아 드러눕기도 했다.
3일간의 고된 흙 토양 만들기 작업이 끝나자, 아침 일찍 아들 율이와 딸 가이아를 데리고 집 근처의 우리나라 농협과 비슷한 슈퍼에 가서 마음에 드는 채소 모종들을 구입해왔다. 언젠가는 쓸모가 있을 거라 생각하고 가져와 쟁겨놓은 나무 기둥들을 잘라서 텃밭의 틀을 만들기 위해서 가이아와 Nina가 망치질 작업에 들어갔다. 몇 달 전만 해도 망치질 하기에는 힘이 부쳐서 목공 작업을 할 생각도 않던 가이아였건만, 어느새 신나게 망치질을 하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틀 안에 부드러워진 흙들과 비료들을 채워 넣고, 아직 고르지 않은 흙들과 말똥들을 부쉈다.
어느 정도 땅이 고르자, 아이들은 땅에 작은 구멍들을 파서 브로콜리, 작은 쪽파, 양상추 등을 여기저기 신나게 심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고사리만한 작은 손들이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흙과 물들을 만진다. 신기하게도 아이들에게 말똥은 그렇게 더럽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 같다. 마치 당연히 우리가 음식을 섭취하면 자연스럽게 똥으로 나오고 이것이 땅에 자양분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것을 안다는 듯이 말이다. 아이들의 손으로 정직하게 일해서 얻은 채소들로 맛난 식탁을 채울 날을 벌써부터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