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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maDarling Jul 28. 2021

근10년 만에오른 무대

#009 아홉째이야기

지금 나의 오른손에는 북 채가 하나 들려있고, 나의 어깨에는 북을 메는 줄이 걸려있다. 나의 옆에는 나와 함께 연주하는 여러 동료들이 각자의 북들을 짊어지고 있고, 나의 앞에는 우리 오케스트라를 조율하는 마에스트로 Rui가 북을 메고 우리를 지휘한다. 그리고 그 뒤로 이 모두를 바라보는 얼마 안 되는 관객들이 서 있다. 


Batucada (포르투갈 전통 북) 연주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이 직접 연주해 볼 수 있게 여는 Open Class


그렇다. 우리는 밖에서 공연을 하고 있고, 그들은 우리의 리드미컬한 북 연주를 들으며 리듬을 발로 맞추고 있다. 그렇다. 우리는, 나는, Batucada(포르투갈 전통 북 연주) 공연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 만에 해보는 공연일까? 코로나 때문에 얼마 모이지 않은 관객이었지만, 단 한 명의 관객이어도, 누군가를 위해서 공연을 한다는 사실에 아드레날린이 온몸에 퍼진다. 이렇게 공연을 해본 게 언제였는지 헤아려 보려고 애쓴다. 10년,,,,아니 조금 더,,,,12년! 플라멩코 춤을 추는 것을 멈춘 게 약 6년 전이라면, 공연을 마지막으로 해본지는 12년이나 지났다. 이런 내가 지금 손에 북채를 든 채로 발로 리듬을 맞추며 동료들과 함께 공연을 하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공연 진행 중에 잠이 들은 셋째 아이 이안 Ian이가 내 등 뒤에 업혀 있다는 것 정도? 



12년 전 한국에서 마지막으로 오른 공연, 본인(왼쪽)과 실력차 나도 쌍둥이 취급해 주시던 최미영 선생님(오른쪽)


무대에 오른다는 것이 주는 희열감을 사랑하던 때가 있었다. 관중이 바라보는 가운데에서 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는 것, 나의 몸의 언어가 이야기하는 것을 들어준다는 것, 무엇보다도 내가 보지 못하는 나의 뒷모습까지도, 머리에서부터 발 끝까지 여러 각도에서 내가 온몸으로 발버둥 거리며 소리 지르는 몸짓의 언어를 이해하려는 그들의 눈길에 흥분하고 떨리지만 즐거워하던 때가 있었다. 숨죽이고 나의 발이 두둘겨 만들어 내는 리듬에 귀 기울여주는 그들이 있었다. 이름도 얼굴도 잘 보이지 않는 조명 빛에 눈이 부셔 보이지 않는 많은 그들을 나는 몸으로 느낄 수가 있었었다. 


12년 전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무대에 올라갔을 때를 떠오르면 너무도 아득하다. 그때에는 그게 마지막일 거라고 생각 못했었다. 물론, 한국에서 하는 마지막 공연이어서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해서 추고 싶었고, 그때 나름대로 만족하며 무대에서 내려왔었었다. 그 이후, 스페인 Spain 세비야 Sevilla에서 날고 기는 플라멩카 Flamenca 스승님들께 플라멩코를 배우고, 여러 공연들을 관람하면서 나의 플라멩코라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정립해 갔었다. 그리고 세비야에서 모르면 무서운 게 없다고, 뜨리아나 Triana의 작은 타 블라오 Tablao에 우연히 올라가 세비야 나스 Sevillanas를 추는가 하면, 알라메다 Alameda에서 친구들에 둘러싸여 춤을 추고, 뜨리아나 Triana의 강변 옆 작은 길가에서 여러 플라멩카 프로들 앞에서 춤을 추기도 했었더랬지! 매년 돌아오는 세비야에서 열리는 축제인 페리아 Feria에서 새벽녘까지 지치지 않고 친구들하고 춤을 추기도 했었더랬지. 


그러다가 오늘 문득, 오후 공연을 마치고, 큰 맘먹고 저녁 콘서트까지 남기로 결심을 했다. 라이브 음악을 듣기 위해서 공연이 시작되기를 기다리는데, 공연 음악에 맞추어 사람들이 나와 조금씩 몸을 움직이는 것이 아닌가! 중세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에서나 나오는, 영화 "비커밍 제인 Becoming Jane"에서나 보아오던 춤이었다. Folk dance (Traditional European Dance)라고 하며, 유럽 어디에서나 축제 때 배우며 함께 다 같이 추는 춤이라고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qfZm5rfQP7o


기어이 오늘 춤을 추고 마는구나!


7개월 된 아기 이안이를 한쪽 팔로 얼싸안고 엄마는 신발도 다 벗어던지고 미친 듯이 널뛰듯 뛰어다닌다. 그냥 마냥 신났구나. 한 시간을 그렇게 뛰고 나니 엄마의 왼팔에는 근육들이 다 땡기지만 가슴은 마냥 두근거리기만 한다. 밤늦게 돌아와서도 진정 안 되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이렇게 일기를 쓰고 있는 거 보면 말이다. 


그렇다.

춤녀인 당신, 아직 죽지 않았다.

깨어 나자! 

아기가 있으면 뭐 어떤가? 같이 뛰면 되지!


나는 그렇게 이안이를 안고 열심히 뛰어다녔다.

미친년 널뛰듯! 그래, 우리 날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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