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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급 엄마 Jan 11. 2022

나의 시절, 그대의 계절

그대의 삶은 여전히 반짝인다


같은 온도에도

누군가는 덥다고 하고

또 누군가는 춥다고 한다.     


메마르고 찬 아침 출근길에

파카를 입은 이와 홀가분한 카디건 차림의 이들이 혼재한다.

냉기를 실은 바람이

누군가에게는 더운 심장을 식혀 줄 반가운 존재다.     


인생은 나만의 온도와 습도로

시절을 살아가는 일이다.     


혹자는 나를 미지근하다고 하고

다른 이는 너무 냉랭하다고 할 거다.

나의 습도에 숨 막히는 이도 있고

건조함에 몸서리치는 이도 있을 거다.     


인생의 불행은

나의 온도와 습도가 딱 정당하다고 말해 줄

단 한 사람을 찾는 데서 시작된다.     


나를 완벽하다고 인정하고 무한정 지지해 줄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된다.     


기대와 좌절, 믿음과 불신을 진자의 추처럼 왕복한 뒤에야

덧없는 한나절의 시절이 흐르고야 말았음을 알게 된다.     


지나가는 시절의 옷자락을 부여잡고 흐느껴도

그간의 일들이 부질없었음에 울부짖어도

시절은 돌아오지 않는다.     


나의 온도로

나만의 습도로

오롯이 걸어가는 게 인생임을     


누군가의 평가에 휘둘리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색깔을 지켜나가는 게

유일한 해법임을

속절없는 시간이 흐른 뒤에야 알게 된다.     


한 사람의 시절을 살아가는 것은

외롭고도 고된 일이지만     

그 시절을 부여잡고 버텨내면

그대의 온도와 습도를 반기는

꽃과 나비가 절로 찾아드는 계절이 오고야 말 것이다.     


그때 우리,

시절을 버티며 등에 새겨진 상처를

어루만질 수 있으리라.     


그때까지

그저 나의 시절을,

그대의 계절을 묵묵히 살아내기를     

어둠 속에 가려진

숨은 빛줄기의 존재를 잊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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