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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TELYST Mar 21. 2020

재무제표와 회계

투자 및 경영의 성과 측정과 기록

Sarbanes-Oxley


1985년 텍사스주의 Houston Natural Gas와 네브래스카주의 InterNorth가 합병하면서 초대형 에너지 기업인 Enron이 탄생합니다. 1980년대 후반까지 천연가스와 전력 공급에 주력하던 Enron은 1990년대 들어 천연가스나 전력 관련 상품의 중개에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규모를 급격하게 키워갔습니다. 1990년 후반 투자했던 광케이블 사업에서 커다란 손실을 보게 되지만, 회계감사법인과 공조하여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하는 최악의 선택을 하고 맙니다. 특히, CFO였던 Andrew Fastow는 무리한 인수합병에 의한 부채를 다양한 유령회사들을 통해 모회사의 장부에서 털어내는 분식회계(window dressing) 기법으로 회사의 재무건전성을 포장했습니다.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되어있던 Enron의 부실한 재무상태는 그렇게 상당 기간 투자자들과 감독당국에 허위로 보고되어왔지만, 2001년 말 이들의 조직적인 회계부정이 결국 시장에 알려지면서 90달러에 이르던 엔론의 주가는 30센트까지 곤두박질쳤고 파산신청을 하기에 이릅니다. 이 스캔들은 대형 회계법인 Arthur Andersen을 공중분해시켰고, Sarbanes-Oxley 법의 제정을 이끌어냈습니다. 이 법안은 CEO와 CFO가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되는 재무제표 및 사업보고서에 서명하도록 하였고, 감사인이 내부통제 절차에 대해 인증하도록 함으로써, 기업이 회계적 허점을 악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고 있습니다.


기업 경영과 재무제표


기업의 경영은 재무제표로부터 시작되어 재무제표로 마무리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기업이 특정한 재화나 용역의 생산활동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원자재나 설비에서부터 특허나 판매망 등에 이르는 다양한 자산들을 필요로 합니다. 기업은 이러한 자산을 확보하기 위해 투자자들로부터 투자를 받기도 하고,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성장한다는 것은 “기업의 가치가 성장하는 것으로, 재무상태표에서 기업의 자산이 증식”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산의 확보는 자본과 부채의 조달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자산의 증가란 자본의 증가와 부채의 증가를 포괄하여 이르는 말입니다. 하지만, 부채는 원금이 증식되지는 않지만, 만기가 되면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그 원금을 되돌려줘야 하는 자금입니다. 반면, 자본은 영업활동이나 현금 사정에 따라 원금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지만, 기업의 경영을 통해 추가 이익이 발생할 경우 이에 대한 권리를 갖게 되는 자금입니다. 따라서, 기업의 가치가 상승한다는 것은 기업의 경영을 통해 자본이 증식되어 간다는 의미가 됩니다.



기업의 경영자는 투자자의 자본을 효율적으로 생산활동에 사용함으로써 이익(earnings 또는 income)*을 창출하고, 이를 다시 투자자들에게 분배하여야 하는 의무를 갖습니다. 그리고, 자본의 효율적인 사용 여부와 이를 통해 창출된 이익의 내역, 즉 경영의 성과는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회계기준에 따른 재무제표(financial statements)의 형태로 투자자와 과세당국에 보고됩니다. 바꾸어 말하면, 기업의 경영, 그리고 이를 통칭하는 의미로서의 사업은 재무제표의 건전성을 유지하며 기업을 지속적으로 성장시켜 가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경영진에게 있어 재무제표에 대한 밑그림을 명확하게 그리고 이를 실현시켜나갈 수 있는 역량은 필수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발생주의와 현금주의


재무제표에 대한 이해는, 발생주의(accrual basis)현금주의(cash basis)의 구분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거주하며 직장생활을 하는 A는 회사의 업무와 관련하여 부산으로 2년간 파견근무를 가게 됩니다. 그리고, 파견근무 중 거주할 오피스텔을 찾아 보증금이 없는 대신 2년분 월세 전액을 입주 시에 미리 납부하는 조건으로 B와 임대차 계약을 체결합니다. 입주시기는 2017년 1월 1일이고 월세는 월 50만 원입니다. 한편, A는 기존에 거주하던 서울의 오피스텔에 해당 기간 월세를 놓기로 결정하고, 동일한 기간에 보증금 없이 월 70만 원의 월세를 선취하는 조건으로 C와 임대차 계약을 체결합니다. 2017년 1월 1일, A는 C로부터 1,680만 원의 월세를 선취하여 B에게 1,200만 원의 월세를 선납하고, 차액 480만 원을 은행에 예금했습니다.



여기에서 2017년 말 A 씨의 순소득은 480만 원으로 보아야 할까요, 240만 원으로 보아야 할까요? 현재 우리나라의 세법에서는 240만 원을 당해 신고해야 하는 소득으로 인정하고 있으며, 이를 발생주의 회계라고 합니다. 발생주의 회계는 특정한 거래에 따르는 재무적 효과를 현금이 수취나 지급 시기와 무관하게 해당 거래가 발생한 기간을 기준으로 장부에 기록하는 것을 말합니다. 반대로, 위의 사례에서 480만 원을 신고 대상 소득으로 보는 경우를 현금주의 회계라고 합니다. 현금주의 회계는 거래가 발생한 기간과 무관하게 현금의 수취나 지급 시점을 기준으로 매출과 비용을 장부에 기록하는 것을 말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기업회계기준은 실질적인 사업의 성과를 비교적 정확하게 반영하는 발생주의 회계를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재무제표의 종류


재무제표는 크게 손익계산서(income statement), 재무상태표(balance sheet), 그리고 현금흐름표(cash flow statement)로 구성됩니다. 손익계산서는 특정 회계연도의 직접적인 영업활동에 대한 성과를 보여주는 것으로, 매출(revenue)과 비용(expense) 및 이에 따른 이익(profit)이 표기됩니다. 재무상태표는 이러한 영업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기업의 자산 구성 및 현황을 보여주는 것으로, 기업의 자산(asset) 총계와 투자자가 납입한 자본(equity) 및 차입에 의한 부채(liability) 등이 표기됩니다. 현금흐름표는 손익계산서와 재무상태표에서 나타난 지표들이 해당 회계연도에 얼마나 안정적인 현금의 흐름으로 이어졌는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영업활동과 재무활동 및 투자활동에 의한 현금흐름을 나누어 표기하게 됩니다.



기업의 자본을 출자한 투자자의 관점에서 투자 성과의 판단은 손익계산서에서 출발합니다. 투자의 사전적 의미가 ‘미래에 얻을 것으로 기대되는 수익을 위해 현시점에 자금을 지출하는 것’이라고 했을 때, 투자자가 기대하는 1차적인 수익은 투자 대상 기업으로부터 매년 분배되는 배당(dividend)을 의미합니다. 기업이 투자자에게 배당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영업활동을 통한 충분한 영업이익의 창출이 전제되어야 할 것입니다. 즉, 투자자는 자신의 투자금이 효율적으로 영업활동에 활용되고 있는지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손익계산서를 유심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는 셈입니다.



한편, 기업이 투자금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견실한 영업이익을 창출하는 중이라면, 기업은 투자자에게 분배하는 배당 외에도 이익잉여금(earnings surplus)을 축적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이는 재무상태표의 최초 납입자본금에 더해져 자본의 증가로 나타나고, 기업의 자산 증가로 귀결됩니다. 즉, 투자 원금의 가치가 이익잉여금만큼 늘어나는 것으로, 이를 흔히 차익(gain)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반대로, 기업이 투자금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영업실적이 부실한 상황이라면, 영업손실을 기록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영업손실이 재무활동이나 투자활동 등을 통해서 보전되지 못할 경우, 손실금액을 자본에서 상각(write-off)하게 되는데, 이를 자본잠식(impaired capital)이라고 합니다. 즉, 손익계산서에서의 문제가 재무상태표에까지 확산되면서 기업의 재무상황이 악화되는 것입니다.



투자자의 수익은 투자한 기업이 ‘실현’한 이익 한도 내에서 실현될 수 있습니다. 즉, 손익계산서에 나타나는 이익이 있더라도, 그에 해당하는 이익이 현금으로 수취되지 못했다면, 투자자의 수익은 실현될 수 없는 것입니다. 반대로, 손익계산서에 직접적으로 나타나는 이익이 없는 경우에도, 과거로부터 축적된 이익잉여금이나 자본잉여금이 있다면, 투자자의 수익은 실현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손익계산서나 재무상태표에 나타나는 이익으로부터 투자자가 얼마만큼의 수익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현금흐름표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투자 기회에 대한 가치를 평가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척도로 투자 대상 자산의 현금 창출 능력이 고려됩니다.


투자의 목적과 재무제표


투자자들이 안정적인 배당과 최대한의 차익을 동시에 기대하는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이며, 이 자체가 이상하게 받아들여질 이유는 없습니다. 다만, 문제는 현실적으로 이처럼 원하는 바가 완벽하게 갖추어진 투자 기회가 드물다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현실 세계에서는 투자자의 성향과 자금의 속성에 따라 안정적인 배당을 선호하는 쪽과 차익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쪽 어느 하나에 무게가 실리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때, 추구하는 바에 따라 투자 기회를 판단하고 평가하는 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에, 투자 목표에 대한 투자자의 명확한 관점이 필요합니다. 일반적으로, 단기간 운용하는 자금으로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의 경우 차익의 극대화를, 장기간 꾸준한 소득원을 찾는 투자자들의 경우 안정적인 배당을 목표로 투자처를 찾는 경향이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유동성이 풍부한 투자처들 중, 주식 시장에는 차익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투자자들이 많이 분포하는 반면, 채권 시장에는 안정적인 배당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의 분포가 높게 나타납니다.



부동산은 이론적으로 이들의 절충형에 가깝습니다. 즉, 채권만큼은 아니지만 주식에 비해 비교적 안정적인 배당을 기대할 수 있고, 주식만큼은 아니지만 채권에 비해 높은 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처입니다. 부동산 투자에 있어서도, 안정적인 배당과 차익의 극대화 중 어디에 초점을 두는지에 따라 확연히 다른 투자 전략을 구사하게 된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부동산에 투자하는 플랫폼은 크게 부동산투자신탁(REIT)과 사모펀드(PE)가 대표적입니다. 우선, 이들의 근본적인 차이는 과세의 여부에 있습니다. REIT의 경우 기본적으로는 부동산 투자에 대한 전문성이나 경험을 보유하지 않은 일반 투자자들 대상의 플랫폼으로, 법인세가 면제되는 반면 소득의 90% 이상을 배당으로 지급해야 하는 조건이 있습니다. 한편, PE의 경우에는 부동산 투자에 대한 전문성이나 경험을 보유한 전문투자자들 대상의 플랫폼으로, 법인세가 부과되는 반면 배당에 있어 특별한 제한은 없습니다.



특히, REIT는 대규모의 감가상각비가 발생하는 부동산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임에도, 배당은 감가상각비를 차감하지 않은 운영현금흐름(FFO) 기준으로 지급할 수 있어 안정적 배당에 최적화된 형태입니다. 반면, PE의 경우 FFO에서 감가상각비를 차감한 당기순이익(net income)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배당하거나 유보할 수 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배당을 기대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감가상각비로 인해 잉여 현금이 쌓이게 되고, 이를 재투자함으로써 재무상태표 상의 자산가치 상승은 물론, 보유 기간 중 과세이연 효과와 매각 시점에 차익의 극대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REIT와 PE의 차이는 투자자가 어떠한 목표를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목적이 재무제표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실현되는지의 여부에 있는 셈입니다.


국제 회계기준


한편, 기업의 실적과 재무건전성을 시장에 알리는 수단으로써의 재무제표 작성에는 일정한 문법, 즉 회계원칙을 필요로 합니다. 1929년 대공황을 겪은 미국은 증권거래위원회를 중심으로 증시에 대한 시장의 신뢰 회복을 위한 제도의 정비에 착수했습니다. 그 일환으로 미국 내 기업들의 통합 회계원칙들을 정립하고자 1936년 ‘일반적으로 인정된 회계원칙(GAAP)’을 공표합니다. 이후 국제적인 회계원칙의 기준으로 자리 잡아온 GAAP은 2001년 Enron의 파산을 계기로 국제사회로부터의 도전에 직면하게 됩니다. 그리고 2001년 런던에 위치한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는 기업의 회계원칙에 대한 국제적 통일성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을 공표했고, 2003년부터 국제사회에서 IFRS가 GAAP을 대체해가기 시작합니다.



우리나라는 과거 GAAP을 기반으로 한 ‘기업회계기준’을 사용해왔으나, 2011년부터 일반 상장기업과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IFRS를 도입하여 현재 2조 원 이상의 상장기업에 IFRS의 적용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GAAP과 비교해 IFRS가 갖는 차이점은 기업의 주 재무제표가 개별재무제표(separate financial statements)가 아닌 연결재무제표(consolidated financial statements)라는 점이다. 따라서, 계열사의 재무건전성이 모회사의 재무제표에 직접적으로 반영됩니다. 또한, IFRS는 개별적인 규칙의 일관성보다는 경제적 실질을 반영한 원칙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자산의 가치를 평가함에 있어서도 역사적인 원가보다 시장에서의 공정가치(fair value)를 기준으로 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부동산 자산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복잡한 영업구조를 갖는 호텔의 회계원칙은 1926년 최초로 발간되어 현재 미국숙박업교육원(AHLEI)에서 관장하는 ‘숙박업회계기준(USALI)’이 가장 널리 활용되고 있습니다. 원래 USALI는 GAAP에 근간을 두고 호텔업의 특수성을 반영하여 영업 관련 부서별로 분개(journalizing)하도록 했습니다. 즉, 객실부나 식음료부 등의 영업부서별로 매출과 직접비용을 나누어 기록하고, 직접적인 영업부서에 해당하지 않는 관리부서의 간접비용을 별도로 기록하였으며, 금융비용이나 감가상각비 등 호텔의 영업과 무관한 영업외 비용들의 영향을 배제하여 순수하게 호텔의 영업활동에 따른 현금창출 능력과 재무건전성을 독립적으로 판단하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AHLEI는 2014년 발간된 USALI의 11번째 개정판을 통해 점진적으로 GAAP 기반의 회계원칙을 IFRS 기반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방향성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이익’의 개념은 영문의 ‘earnings’와 ‘income’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지만, 엄밀하게 두 단어의 의미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우선, earnings의 경우, 개인에게는 근로 행위를 통한 소득을 의미하며, 기업에게는 주된 영업활동을 통한 이익을 의미합니다. 반면, income의 경우, earnings는 물론 부가적인 소득이나 이익까지 포함하는 포괄적 의미로 사용됩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이들 모두가 투자 대상인 기업의 관점에서 인식하는 ‘이익’의 개념이며, 투자자의 관점에서 이들을 통해 실현하는 이익은 ‘수익(return)’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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