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방전의 특효약은 집밖에

@ 석모도 '보문사'에는 누워있는 부처가 있지요

by 나비


농심에서 일요일은 짜파게티 먹는 날이라고 했다. 그럼 나는 일요일은 집에 있는 날로 지정해야지. 일요일에 나는 보통 집에 있는다. 월요일에 일을 하든, 하지 않든 일요일엔 외출하여 에너지를 쏟지 않는다. 그런데 요새 너무도 집에 있는 날이 많아 이 날은 모처럼 시외에 나간다는 동생네를 따라갈 생각이 들었다. -에너지를 안 쓰니 방전이 되고 마는-

목적지는 '석모도'

절을 다니는 아는 언니도 최근에 석모도를 다녀왔다고 했는데, 꼭 절이 아니더라도 석모도를 찾는 사람이 꽤 많은 것 같았다.

"배를 타고 가야해?"

"아니, 최근에 다리가 생겨서 바로 차타고 들어갈 수 있어."

동생의 대답처럼 다리가 생겼으니 섬을 찾는 사람도 더욱 많아졌을 것 같다. 석모도에서 맨 처음 들른 곳은 '보문사'였다. 여기를 먼저 들르길 잘했다. 절을 가려면 오르막을 올라야하는데, 내려올 땐 멍석 말아서 두루루 내려오면 한 방일 정도로 가팔랐다. 아무리 빨리 걸으려 해도 '천천히 걸어도 손해볼 건 없단다' 가르침 주시는 듯 한 발, 한 발에 정성을 들여야 했다.

누워있는 부처 _ 잠든 것일까, 좋은 꿈을 꾸는 듯 옅은 미소가 느껴진다

일요일의 보문사에는 많은 사람이 오고 갔다. 스님들은 이곳에서 수행을 어떻게 할까? 조용한 사찰보다 몇 배의 공력이 들 것만 같았다. 아이들에게 정숙을 부탁하고 경내를 돌아보았다. 500개의 나한이 있는 천인대에 와불전이 있었다. 누워서 하는 방송을 '눕방'이라고 하는데, 옆으로 누운 부처는 '누워서도 설파를 잊지 않겠다'는 각오를 담고 있는가. 갸우뚱, 부처를 바라보는 내 고개가 뉘어진다.

"보문사는 선덕여왕 재위 시절에 지어졌습니다. 관음도량 3대 성지입니다."

'재가불자'로 보이는 분이 와불전 안에서 안내를 해주고 계셨다. 그 목소리가 꼭 경을 외는 것처럼 들렸다. 보문사의 역사가 참 길구나, 하는데 안에 들어와서 참선을 해도 된다고 한다.

"왼쪽부터 와불을 세 바퀴 돌면 참선을 하는 겁니다."

참선을 한 번도 해본 적은 없지만, 와불의 뒷모습이 궁금하여 조카와 함께 신발을 벗고 불전에 들어갔다. 와불의 뒷편에는 사람들이 기도하며 두고 간 마음이 많이 놓여있었다.

마음모임 _ 마음을 쓰려 애쓴 걸로 부처님 보기 충분하다 할 거야

"이모, 이 돈 뭐야? 나 가져도 돼?"

"안돼, 안돼."

나는 조카에게 이 돈이 자신의 소원을 빌거나,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기도하며 놓은, 일종의 헌금이라고 일러주었다.

"그럼 나도 하나 놓을까? 오천원 있는데."

"그래. 네 마음 하고 싶은 대로 해."

조카는 가슴에 두른 백팩의 지퍼를 만지작거리며 고민하더니

"그냥 갈래."

결정한다.

"그래, 그래. 가자."

너는 아직 어리니 마음을 쓰려 애쓴 걸로 부처님 보기 충분하다 할 거야.

이곳도 제법 높은데, 더욱 높은 곳에는 보문사에서 가장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 '마애석불좌상'이 있다. 불심 없는 내게는 까마득한 높이다. 근심이 풀리는 해우소에 들리는 것으로 만족하고 보문사를 내려갔다. 올 때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는데 길 옆에 좋은 글귀가 줄지어 매달려 있다. 이런 글귀들을 볼 때마다 내려놓아지고, 풀어지다니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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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을 돕자 _ 얼마 전 올린 콘텐츠 때문인지 잡히는 글귀가 마음을 비추네

우리 가족은 초입에 있던 '물레방아'라는 식당에서 밥을 먹기로 했다. 진즉 입추가 지난 날을 오늘에서야 실감했는데, 부는 바람이 이전과 다르다. 나뭇잎을 수수수 흔드는 바람을 맞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집에 있었으면 에너지를 소비하진 않았겠지만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하지는 못했겠구나. 언제나 아이때문에 외출하는 동생네가 안쓰러울 때가 있었는데, 꼭 그럴 일이 아니었구나.'

사실 나도 알고는 있었다. 걷는 대로, 보는 대로, 말하는 대로 사람이 큰다는 것을.

우리는 이어서 '석모도 자연휴양림'을 거쳐, '여기까지 왔으니 바다는 보고 가야한다'는 동생의 외침으로 '민머루 해변'까지 들렀다. 석모도를 한 바퀴 돌고 가는 것 같았다. 갯벌로 이뤄진 해변에는 많은 사람이 나와 저물어 가는 8월을 보내고 있었다.

민머루 해변 _ 서해안은 갯벌인 걸 잠시 잊었네 '저기요, 조개 많이 잡히나요?'




@석모도

032-930-4510

인천 강화군 삼산면 석모도

2017년 6월 28일 강화도 본섬과 석모도를 잇는 연륙교가 개통했다. 육지와 바다를 이어주던 여객선은 그로인해 매각을 했다. 끝은 시작, 시작은 끝, 인연은 사람과 관계된 그 모든 것에 미침을 늘 잊지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