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게 생기게 해주세요

월급받는 여자 @출근 2주차

by 나비


내가 질색하고 팔색하는 일 중의 하나가 억지로 하는 것이다. 이몽룡이 제 아무리 잘 생겼다한들 억지춘향이 되어 그를 사랑하는 척 할 수 없고, 감투를 씌어주며 평양감사가 니꺼라 해도 똥 본 듯 할 것이다. 나는 얼굴이 두껍지 못한 사람이다. 좋아하지 않으면서 좋아하는 척이 안 된다. 때로 사람 관계나 일에서 나 자신을 속여야할 때가 있다. 하지만 오래 두고 보지는 않는다. 내가 나를 좀 슬게 할 수는 없으므로, 곧 안녕을 고하고 만다.


이런 내가 다시 월급 받는 여자가 되었다. 정규직이되 자유롭게 일한 날들을 제외하면 2년에서 3년만인 것 같다. 재택근무 1년은 직장생활 10년도 잊게 하는 마력이 있었다. 나는 그 사이 직장생활이 너무도 싫은 사람이 되어 있었다. 9시부터 6시까지 스스로 목에 줄을 매달아 회사를 빙빙 돌다니?(유령이야 뭐야 처녀귀신이야?) 월급이라는 꿀을 받기 위해 매일 아침 감내해야 하는 출근길은 제일 두려운 것 중 하나였다.(이건 평생을 해도 적응이 안 되리) 내 주변 사람들은 자유로운 영혼 씨인 내가 직장을 나가는 것에 우려를 표시했고, 나 또한 그러했다. 회사를 출근하는 데 일부러 2주나 텀을 주고 고민하고 고민했다. 꼭 직장을 나가야 하는가?라는 원론적인 질문도 내 스스로 수없이 던졌다. 일이 싫은 게 아니었기에 고민은 해도 답이 없었다. 집에 있는 동안 머리로 얼마나 많이 출근을 했는지 출근 전부터 피곤했다. 웃기는 건 아무도 내게 직장에 다니라고 말한 사람도 없었다는 것이다. 내가 직접 직장을 알아보고 합격하고 입사했다. 이 과정에 ‘억지’의 자음 하나 들어올 틈이 없다.


이 사건의 충격이(돈 벌러 직장가는 게 왜 충격인지는) 생각보다 컸는지 나는 출근 첫날부터 일주일을 내리 앓았다. 3일 새 2kg이 빠졌는데 속이 매순간 울렁거렸고 혓바닥은 빨간약이라도 바른 듯 종일 썼다. 지하철에서도 아침마다 식은땀을 흘려가며 이를 앙 물고 출근을 했다. 첫날부터 아픈 티를 낼 수도 없어서 혼자 병든 닭 티를 내지 않으려고 무던히 애를 썼는데 기침하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내가 몰고 온 건 아니라 다행이지만 다들 기침을 숨기지도 못하면서 열심히 일을 하러 나오고 있었다.


이제 아픔도 많이 가시고, 사무실 분위기도 어느 정도 익혔다. 누가 끌어다놓은 모양새처럼 똥 씹은 표정은 아니지만, 생기가 넘치는 상태도 아니다. 하지만 적응하려는 노력조차 제대로 안 하고 자기합리화로 여길 벗어나고 싶지는 않다. 꿀 같은 월급 때문도 아니고. 잘 생긴 청년이 있는 것도 아니고. 화려하게 빛나는 사무실도 아니지만 말이다. 무언가 확실한 대안이 없는 한, ‘정말 이거 아니면 난 안 되겠어’라는 일이 생기기 전에는 내가 내 마음을 잡 붙잡고 있으려 한다. 새삼 회사 그만두고 자영업을 하거나, 소기의 목적을 위해 여행을 떠나는 모든 이들이 존경스럽다. 이제 나는 특별히 하고 싶은 일도 없어서 좋아하는 계획도 못 세운다. 인생에 꿈이 없다는 건, 억지로 일을 하게 되어도 별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단은 뭐가 나타날 때까지 써보기로 했다. 오래 브런치를 놓았는데 뭐라도 쓰면서 내 마음에 길을 내야지 싶다.


무엇을 주랴?

네가 원하는 것을 말해보렴

간절한 것은 이뤄지기 마련이란다.


“좋아하는 게 생기게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