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남원
내게 올 때는 털털 빈손으로 오세요
그대 내게 올 때는 비단길로 오세요
사뿐사뿐 걸어오고
훨훨 날아오세요
주기 싫었던 것들 되찾아 주리
텅 빈 자리 밝혀주리
그 어디서든 그대
비단길 밟고
내게로 오세요
봄이 온 서도역은 피어난 꽃무리가 '안녕' 인사를 고하며 아스라이 사라지려던 때였다.
사람으로 북적였을 이곳에는 이제 새소리만 가득 들어차있다.
고녀석들 시끄럽기도 하지
촉촉한 풀섶 위에 누워 한낮의 권태에 빠져들고 싶었다.
그러나 결과를 알 수 없는 일에 결과를 만들러 왔음으로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겨야만 했다.
최명희 작가가 17년에 걸쳐 집필한 소설 <혼불>에도 등장하는 청호저수지.
혼불문학관을 둘러보고 나오는 길에 이 저수지를 보았다.
그 유래를 모르고 보아도 끌리는 맘은 숨길 수 없었다.
마을 서북쪽으로 뻗어내린 노적봉과 벼슬봉의 산자락 기맥을 가두기 위해
큰 못을 파고 그 갇힌 기운이 찰랑찰랑 넘치게 한다면,
백대 천손의 천추락만세향을 누릴만한 곳이다.
하여 청암 부인이 실농한 셈치고 2년 여에 걸쳐 만들었다.
이 저수지는 최명희 집안에 의해 100년전에 만들어져 1987년 보수작업을 거쳐 현재에 이르렀다.
남원 시내에 가까워올수록 춘향과 몽룡의 상징물들이 빼곡하다.
한마디로 사랑의 도시
사진에 보이는 길고 긴 천의 이름은 '요천'
낮에는 오리보트를 타고 요천 위를 헤엄칠 수도 있는데
지친 두 다리가 좀 쉬자고 한다.
저녁어스름이면 교량에 조명이 켜지며
남원 시내를 비춘다.
나는 어떤 것에 쉬이 마음을 주는걸까?
하나의 작품같았던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
문화생활을 즐기지 않던 나도 이런 미술관과 전시행사라면 자주자주 갈 것 같다.
미안커피는 미술관 오른쪽에 자리해 있는데
문 연 지 이제 2주라고 했다.
미술관 안 카페라고 해서 미안커피, 화첩기행 북카페라고도 불리는 모양이다.
한쪽 벽면을 메운 책장이 천장에 닿을 듯 높기도 하다.
젊은 사장님이 어쩌면 이렇게 촘촘히 아름답게 공간을 꾸몄는지 감탄을 했다.
올해는 광한루가 처음 세워진 지 600년 되는 해다.
어린시절 위인전을 통해 익히 알고 있던 명재상 황희. 그가 남원에 유배왔을 때 광한루를 세웠단다.
그때의 이름은 '광통루'였고 이후 달나라 미인 항아가 산다는 뜻의 '광한루'로 고쳐부르게 되었다.
한낮에는 소풍온 학생들로 꽤나 정신없던 광한루원이 달 뜬 시간이 되니 그대로 아름답다.
판소리에 광한루가 등장하여 끝내 소설로 만들어진 것은 필연일 것이다.
남원 사또의 자제 몽룡이 광한루에 올라 그네 타는 춘향을 보고 반했다지
오작교를 거닐며 사랑을 속삭였다지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