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11
빈집, 빈골목길, 예전 내가 살고, 가족이 살던 그동네
일부러 돌아서 가며 애써 보지 않으려 했던
이제는 아무도 살지 않는 어제가 되어버린 곳들
집집마다 큰 나무 한 그루
평범했던 당연했던 어제는
이제는 다시 회복할 수 없는 거야
마당에는
낙엽이 가득 쌓였고
빈 가지에 새소리만 가득해
어쩌면 올해가 마지막
나무는 새순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다시 지고
이내 베어질테지
1억이 올랐대
2억이 올랐대
빈 가지에 그러거나 말거나 새소리만 가득해
쭉쭉 위로 솟구쳐
거리에 진한 그늘을 드리우는
새 아파트에
우리만의 뿌리깊은 나무는 키울 수 없으리
이제는 아무도 살지 않는
어제가 되어버린 어제를 내일도 살고 싶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