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년 전 너와 나 만났을 때
산문 13 우리의 대화가 기억나니?
난 그 어떤 확신도 없고
과학적인 근거도 없다
그냥
나 혼자
스스로
생각하는 것 뿐이다
하나님의 나라는 영생이 있고
부처님의 나라는 윤회가 있는데
살면서 극도의 신비로운 경험을 한 적이 없는 나는
기독교, 천주교, 교회와 멀어지고
점점 한 사람 한 사람을 대하는 불교가
인문학과 맞닿아있음으로 관심이 가져지는 바
뭐 어쩌겠어
당장은 믿고 싶어도 안 믿기고
내가 살아야겠는데
점점
확신하게 되는 이 감정은
학창시절 배웠던
곰과 호랑이가 마늘먹고
쑥 먹고
그때에도 우리는 살았던 게 아닐까?
딱 이만큼
이만한 사람들이
이 생이 끝나는줄 알고
최선을 다해 살지 않았을까? 하는...
내가 겁쟁이라 이런 생각이 들었을지 모르지만
난 하루가 갈수록
이 생각이 확신으로 이어져
너랑 나랑은
500년 전에 만났을 거야.
그땐 스쳐가는 인연이
백 년, 백 년 지나며
진해져서
부부가 될 수도 있고
X 보이 프랜이 될 수도 있었던 거야.
모르겠어
내가 염세적인가?
이대로 내 생이 끝나는 게 싫어서
으아으아
하는 걸까?
너는 어떻게 생각해?
우리 500년 전 이 대화 나눴던 거 기억안나?
친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