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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윤호 Jun 09. 2022

[시] 난 꽃

20220513

짓밟힌 들풀 한 본(本)에 분개하고

짓밟은 들씨 한 알에 후회하고

갈대처럼 흔들리며 바스라지고

또 끈질기게 일어서며 뿌리를 박는

나는 그런 인간이다


만개한 인공 꽃밭보다

고통스런 숲의 질서 속

울부짖으며 흙더미를 쳐내고

나무뿌리에 대가리를 처박는

나는 그런 인간이다


가위질 나 조경된 꽃밭에 살 수 없는

차디찬 풀잎 사이에나 흩뿌릴 수밖에 없는

내가 그런 삐뚤고 흉난 족속임을 알기에

분개하며 두려워 하는 나는

후회하며 멈추어 서는 나는

불안히 무릎을 감싸고 웅크린다


조용히

또 서슴없이

바람에 인다


       

(그림. 조규철 '들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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