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513
짓밟힌 들풀 한 본(本)에 분개하고
짓밟은 들씨 한 알에 후회하고
갈대처럼 흔들리며 바스라지고
또 끈질기게 일어서며 뿌리를 박는
나는 그런 인간이다
만개한 인공 꽃밭보다
고통스런 숲의 질서 속
울부짖으며 흙더미를 쳐내고
나무뿌리에 대가리를 처박는
나는 그런 인간이다
가위질 나 조경된 꽃밭에 살 수 없는
차디찬 풀잎 사이에나 흩뿌릴 수밖에 없는
내가 그런 삐뚤고 흉난 족속임을 알기에
분개하며 두려워 하는 나는
후회하며 멈추어 서는 나는
불안히 무릎을 감싸고 웅크린다
조용히
또 서슴없이
바람에 인다
(그림. 조규철 '들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