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성과를 얻어가든, 사람을 얻어가든 결국은 내가 조직에서의 퍼포먼스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달려있다. 비즈니스맨이 되기 위해서 좋은 재료들이 있지만 스스로가 움직이지 않고 스스로가 행동하지 않으면 어떤 조직도 당신을 위한 배움의 장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업무 시간이 고통스럽고 월급으로 하루하루 겨우 버티는 삶이 될 것이다. 비즈니스맨으로서의 가치를 바꾸고 몸값을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길 꿈꾸는 신입사원이라면 지금의 초심을 잊지 말자. 그리고 그 마음 그대로 지금의 조직을 당신이 선택한 최고의 학교라고 믿자. 하나라도 더 절실하게 파고들어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조직 안에서 퍼포먼스 스피치로 성공할 수 있는 사람이 조직 밖에 나와서도 성공할 수 있다.
"퍼포먼스 스피치에는 반드시 멘토가 필요하다.
말을 멋지게 하려면 먼저 모르는 것을 쫓아다니며 물어라.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퍼포먼스 스피치의 멘토가 되자!"
내가 만난 퍼포먼스 스피치 멘토
홈쇼핑에서 날씨가 추워지면 방송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용대리 황태다. 우리나라의 가장 추운 지역에서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명태가 포슬포슬해지는 게 황태인데,
이 황태는 바짝 말린 상태로 판매가 되니까 집에서는 물에 충분히 불려서 기름 자작하게 두른 팬에 양념 바르고 구운 황태구이로 먹거나 깔끔하게 황태국으로 끓여 먹으면 제 맛이다.
물을 머금고 부풀어 오른 품질 좋은 황태는 단면이 마치 페스추리마냥 겹겹이 쌓여 있으면서 손으로 누르면 푹신푹신하다. 그래서 쇼핑호스트는 방송 때 황태를 들고 화면 너머 고객들이 황태의 단면을 확인할 수 있도록 잘 보여주는 시연이 중요하다. 쉬운 듯 보이지만 어디를 어떻게 누르느냐의 미세한 차이에 따라 보여 지는 효과가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홈쇼핑은 퍼포먼스의 마케팅의꽃이다.
그리고 보다보면 빠져드는 시연들을 연구하는 것도 쇼핑호스트의 역량이다.
처음 황태 방송을 멘토 선배와 들어갔을 때 일이다. 이전 황태 방송도 모니터링하고 생방송에 투입된 거라 한다고 하는데 이상하게 황태의 결이나 품질이 제대로 보여 지지 않는 거다.
나름 흉내를 내는데 오히려 누르면 누를수록 마치 내 손이 황태를 마구 뭉개고 있는 것처럼 화면에 나왔다.
멘토 선배는 나를 지도하는 내내 언제나 먼저 해볼 수 있게 기회를 줬다. 그리고 왜 안되는지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볼 시간을 주고 그 다음 본인이 시연을 보여주거나 답을 알려주는 식이었다.
이 날도 첫 번째 시연 실패 후 두 번째 시연에서 선배가 시연을 보여주면서 왜 나의 시연이 실패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마치 외과수술처럼 어느 부분을 누르느냐에 따라 보여 지는 단면이 천차만별이었던 것이다.
아직까지 직무능력이나 전문성을 표현하는 퍼포먼스가 부족한 멘티가 ‘지적받고 있다’에 포커스를 두지 않고 ‘어떻게 문제 해결을 할 것인가’에 집중할 수 있게 코칭해주었던 것이다. 그 덕에 우리의 멘토링에는 깊은 신뢰가 쌓일 수 있었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멘토링은 멘티로 하여금 멘토의 많은 것을 따라하고 싶게 만든다. 그동안 과거의 멘토링은 도제라는 이름으로 스승과 제자, 꾸짖음과 자기반성을 통한 자기 분야의 직무 능력 향상을 목표로 해오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현장에서 다양한 방식의 멘토링이 확산되면서 이제는 직무 역량 향상뿐만이 아니라 인간관계까지도 향상되는 행복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멘토링이 확산되고 있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멘토의 업무의 능력뿐만이 아니라 애티튜드까지도 배우고 싶어지는 코칭이 늘고 있는 것이다.
작가지망생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 쓰면서 훈련하는 것을 필사라고 한다. 자신의 작품을 만들기 전에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의 훌륭한 작품을 그대로 써보면서 문장의 유려함과 행간의 의미까지 다시 한번 손에 익히는 작업이다.
그런 것처럼 좋은 멘토는 직무 기술뿐만이 아니라 비즈니스의 현장에서 보여주는 모든 것을 따라하고 싶게 만들어 주는 사람이 아닐까. 그래서 업무의 기본을 파악하고 목표와 계획을 세우는데 가장 좋은 지표는 좋은 멘토를 만나는 거라 생각한다. 좋은 멘토를 만나면 훨씬 많은 것을 제대로 배울 수 있다.
나는 어떤 퍼포먼스 스피치 멘토가 되었는가
물론 멘토는 답을 주는 사람이 아니다.
다만 멘티에게 전문가로서 나침반이 되어줄 수 있다.
나는 멘토에게 방송과 홈쇼핑 유통에 대한 기본적인 것들을 차근차근 배운 덕분에 쇼핑호스트로 순탄한 출발을 할 수 있었다. 좋은 멘토는 단순히 업무만을 가르치지 않는다. 심리적인 나침반의 역할까지도 할 수 있다. 스스로의 생활과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까지도 멘티들에게 흡수될 수 있도록 돕는다. 상품을 분석하는 법, 시장의 니즈를 파악하는 법, 제일 중요한 방송의 A 부터 Z까지 하나하나 가르쳐 주면서 쇼핑호스트의 전문성을 갖추도록 도와준 멘토였다.
어느 정도 근무를 하고 난 뒤에는 이제 내가 멘토가 되고 오히려 멘티를 배정받는 일이 생겼다. 지금까지 해마다 입사하는 신입사원들 중 일부를 멘티로 맞이하면서 더욱 멘토링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다. 어떤 때에는 두 아이를 둔 주부를 멘티로 맞기도 했는데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다. 부족한 발성 발음 연습을 매일 집에서 해오라고 조언했을 때 ‘저는 집에서 아이가 공부해야 해서 발성 발음 연습 못합니다’ 라고 답변을 했기 때문이다. 꼭 이 사례 뿐만이 아니라 멘토링을 하다보면 아무리 코칭을 하려해도 멘티가 따라오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결국 멘토링은 멘토와 멘티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우리는 매일 회사 지하실에서 만나서 신문 사설을 소리 내서 읽는 발성 발음 연습을 했다. 의지가 잘 맞았고 그때의 멘티는 지금 멋진 현장의 쇼핑호스트가 되어 있다.
이미 현장에서 경험하면서 쌓인 노하우를 비슷하게 매년 알려주지만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서 결과는 천차만별인 것도 재밌었다. 멘토링 성공의 절반이 멘토의 몫이라면 나머지 절반은 멘티의 몫이다. 결코 어느 쪽도 수동적일 수 없다. 멘토링 기간 동안 스스로 비즈니스맨이라는 주도적인 마인드가 없이 그저 선배가 하는 걸 눈으로 따라하고 아무 생각없이 상품을 보고 미팅에 참여하는 사람은 멘토링 기간이 지겹고 귀찮을 뿐이다. 어떻게 하면 따라다니지 않고 편할 수 있을까만 고민하는 것이 멘토의 눈에는 보인다. 하지만 멘토링 기간 동안 멘토를 비즈니스의 롤모델로 생각하고 따라잡으려고 노력하는 멘티에게는 엄청난 성장이 있다.
이러한 멘티는 질문이 많다. 스스로 멘토를 따라하려고 노력하면서 저절로 “왜?” 라는 질문이 생기기 때문이다. 적극적으로 질문을 하던 멘티가 있었는데 굉장히 짧은 기간에 성장해서 놀란 경험이 있다. 이 우수한 멘티 후배는 멘토링 기간 동안 멘토인 나를 믿고 경청해주었다.
이처럼 성공적인 멘토링의 경험은 멘티 뿐만이 아니라 멘토까지도 다시 한번 성장하게 만든다. 멘토로 하여금 안주하지 않고 더욱 새로운 것을 개발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코칭의 질문과 답변 과정에서 다시 한번 자신의 비즈니스 가치관이나 지향성을 확인하게 된다. 그래서 멘토링은 조직의 관점에서도 효과적이다. 멘토링의 효과를 확신하게 되면서 전문 멘토링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멘토링은 조직을 너머 사회에까지 긍정적인 효과를 피드백한다고 믿게 됐다. 그래서 시간이 날 때마다 아직 비즈니스 현장에 진입하지 않은 학생들을 만나 멘토링을 하게 됐다. 다양한 교육 재단이나 시설에서 재능 기부라는 이름으로 코칭을 진행하면서 멘토링에도 특성을 고려한 다양한 단계의 차별화된 멘토링이 필요하다는 걸 배우고 있다. 각각 수준이 다른 멘티들에게 자신감과 긍정적인 기대감을 키워주려면 각자의 능력과 의지를 철저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주로 질문을 통해 멘티를 자극하고 스스로 답을 유도해내는 방식의 코칭을 하는데 질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멘티가 상상하는 범위가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같은 분야에서도 질문의 단계를 나누어서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 질문은 단답형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멘티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자극하는 질문이어야 한다. 그리고 지금 현장 곳곳에서 멘토링을 하고 있는, 미래의 비즈니스맨이 될 멘티들에게는 현재 받고 있는 스피치 멘토링에서 더 많은 걸 얻을 수 있는 세 가지의 중요한 포인트를 알려주고 싶다.
첫 번째는 나보다 나은 사람을 보고 배우려는 욕구를 반드시 가지라는 것이다. 그들이 어떤 것을 먹고 어떤 것을 쓰는지 까지도 관찰하라. 만약 롤모델이 마땅치 않다면 자신이 읽는 잡지의 카피 한줄, 광고 한 장까지 열심히 보라. 그러다보면 세상을 멘토 삼을 수 있다.
두 번째는 물어보는 걸 부끄러워하지 마라. 쇼핑호스트가 되고 현장 탐방을 정말 많이 다녔다. 전국 곳곳 특산물이 나오는 지역부터 축제 현장, 그리고 심지어는 소와 닭의 도축 현장까지 다녔는데 이런 현장에 가면 모르는 것 투성이다. 축산물의 부위라던지, 지역 음식의 특징 등은 책에도 안나오는 정보들이기도 했는데 현장의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일들이여서 처음엔 질문을 하면 ‘그것도 몰라요? 아직 미숙하구만’ 이라는 느낌의 답을 들을 때도 있다. 그러다보니 나도 모르게 묻지 않고 눈으로만 익히고 슬쩍 넘어가기도 했다. 하지만 이건 바보같은 짓이다. 물어보면 자세히 알 수 있고 노하우가 쌓이고 나의 자산이 된다. 각각의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살아있는 이야기, 경험에서 나오는 생생한 지식을 얻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질문이다. 나는 지금도 맛집에 가면 ‘정말 맛있네요 비법이 뭐예요?’ 라고 꼭 묻는다. 칭찬하는 손님에겐 요리팁 하나라도 알려준다. 그리고 방송 때 준비해주시는 요리사 선생님의 훌륭한 요리를 대할 때에도 꼭 묻는다.
세 번째는 멘토에게 피드백을 하라는 것이다. 피드백 할 줄 아는 멘티일수록 인정받는다. 물론 피드백도 적재적소가 있지만 먼저 물어보고 먼저 알아본 것을 업무 중간 보고 하는 것도 중요하다. 왜 꼭 모든 일을 마지막에 피드백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중간에 얼마든지 피드백 할 수 있다. 업무를 통한 멘토링을 할 때 혼자 생각하고 혼자 결정해서 최종적인 것만 멘토와 소통하는 멘티가 있다. 굳이 그럴 필요 없다. 멘토링 과정의 업무는 결과만 보는 것이 아니다. 과정에서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중간 중간 멘토와 소통하라. 퍼포먼스 스피치 멘토링의 궁극적인 목표는
더 많은 멘토를 키워내는 것이다. 지금 혹시 주변에 자신의 시간과 노력, 비용을 할애하면서까지 퍼포먼스 스피치 멘토링하는 멘토가 있다면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이런 훌륭한 멘토들을 따라서 더 많은 멘티들이 성장했으면 한다. 훌륭한 멘토에게 배운 모든 것을 잘 흡수해서 결과적으로는 스스로 멘토가 되고 또 다른 퍼포먼스 스피치로 성공하는 비즈니스맨을 키워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