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석혜림 Mar 14. 2019

4차 산업혁명은 뭐고 스타트업은 또 뭐니

새로운 시대의 바람을 맞는 여자들


New wave


 처음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는 나는 내가 모르는 사이 또 다른 노동자들의 혁명이라도 일어난 줄 알았다. 교과서에서만 배우던 산업 혁명이 구시대 유물로 교과서에만 박제되어 있는 게 아니라 아직도 진행형이었나? 우리는 흔히 산업 혁명을 통한 공장의 설립과 공장을 통한 대량화가 산업 혁명의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더 이상 어떤 변화가 온다는 거지? 다음 혁명은 무엇이란 말인가.


내가 잘 아는 바닥부터 이야기를 해보자. 홈쇼핑은 대표적으로 대량화 공장이 있어야만 진행될 수 있는 구조이다.

우리가 흔히 보는 것처럼 ‘방금 1000세트가 나갔습니다! 2000세트 매진입니다!’를 하려면 적어도 그 방송 시간 동안 같은 물건이 1000개 또는 2000개 포장이 이미 완료되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같은 색깔, 같은 품질, 같은 디자인을 정해진 시간 안에 정확히 만들어 내야 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런 대 전제에 조금 재밌는 균열 현상이 발생되고 있다. 같지만 조금 다른, 기본 장점을 유지하면서도 나만의 멋을 더하고 싶은 사람들의 소비 욕구가 두드러지고 있다.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있는 모 맞춤형 속옷회사는 1152개의 패턴으로 브래지어를 만들어 준다. 눈으로 보기에 멋지면서도 자신의 몸에 맞는 편안한 속옷, 그래서 옷 맵시를 살려주는 속옷이 인기다. 그리고 그것은 건강과도 직결된다는 중요한 인식에서 비롯된다.

이 스타트업의 출발은 분명 신체에 대한 빅데이터를 기반한다. 속옷을 사려면 지갑을 먼저 여는 것이 아니라 이 회사의 홈페이지를 통해 자신의 신체에 관한 27개의 퀴즈에 답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답변을 토대로 소비자의 체형을 분석해 몸에 딱 맞는 속옷을 만든다는 것이다.


명동의 구두 제화 기업은 3D 스캐너를 통해 소비자의 발을 철저히 분석하고 여기에 맞춰 신발을 제작해준다. 같은 230이어도 신발에 따라 미묘하게 차이를 느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심지어는 오른 발과 왼발이 미세하게 달라서 늘 불편함을 호소하던 사람도 있다. 역시나 이 발에 대한 빅데이터도 평생 보관되기 때문에 한번 체크를 한 소비자는 굳이 매장을 찾을 필요가 없다. 카탈로그나 홈페이지를 통해서 디자인을 보고 신발을 선택하면 이미 측정해놓은 자료에 맞춰 내 발에 맞춘 편안한 신발이 집으로 도착한다.

이와 같은 다양성의 매력은 소비자들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소비자들의 선택이 기업의 시장을 강제적으로 확장시킬 수 있다.

이런 반짝이는 기업들을 이제 홈쇼핑에서 찾아가기 때문이다. 방송에 나와달라고! 그리고 전국적으로 판매하자고!


그러기 위해서 다양성을 다시 대량화의 틀 안에 맞춰 조각한다. 사업의 핵심 가치나 기술은 유지하면서 선택지는 좀 더 가다듬어 쉽게 만든다. 사람들은 TV나 인터넷, 카탈로그를 보며 선택하면 된다. 그 다양성의 일부를 누리면서. 사족같은 부분은 사라지고 소비자들의 우선 선호도는 판매량을 통해 빅테이터가 되고 그 빅데이터를 통해 비즈니스 시장은 다시 개편된다.

이 정보는 공객적으로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에 (더 이상 며느리도 모르는 할머니의 비법은 없다. 할머니의 비법마저도 마케팅 된다.) 정보의 평등이 일상화된 세상에서 우리는 또 다른 기회를 얻는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건, 모든 면에서 갖춰진 사람만이 기회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당신은 디자인의 트렌드를 잘 읽는 사람이지만 대량 제조와 유통은 잘 모르는 사람이다. 옆의 누군가는 소비자의 빠른 트렌드를 캐치하는 감각은 부족하지만 표본이 있을 때는 그대로 만들어 내는 기술이 있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둘은 협업하면 된다. 당신과 ‘누군가’는 파트너가 된다. 지금의 시대가 우리에게 기회가 되는 이유는 협업의 유연함이 자연스러워졌기 때문이다.

국영수를 비롯해서 과사미체음까지 고루 점수를 내고 등수를 평가하는 시대는 지났다. 모든 걸 잘하지 않아도 된다.


개인의 장점이 부각되고 그 장점이 명확한 사람은 하나의 장점이라도 괜찮다. 우리는 누구나 하나의 장점은 반드시 가지고 있다. 장점의 콜라보레이션, 기술의 파트너십이라는 형태로 기회의 발판에 발을 내딛을 수 있다.


홈쇼핑에서 일을 하면서 이 과정에서 빛나는 여성을 숱하게 보았다. 홈쇼핑은 절대적으로 여성소비자가 형성해 놓은 시장이다. 모 여성청결제는 TV홈쇼핑을 통해 매출이 210억이 돌파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평균적으로 이용자의 70% 이상이 여성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여성소비자의 마음을 읽는 사람들에게는 기회다. 물론 남성도 가능하다. 감각 있는 남성들을 볼 때도 감탄이 절로 나온다. 다르기 때문에 알 수 있는 것들도 있다. 그 점을 섬세하게 읽는 사람들은 또 다른 히트템을 내놓는다.


내가 본 빛나는 여성들은 여성 소비자의 니즈를 읽다 못해 심지어 소비자들이 잘 인식하지 못했던 숨겨진 니즈까지도 끄집어냈다. 없어도 그만이지만 있으니까 너무 편하다는 빨래 건조기는 매년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처음 시장에 건조기가 나왔을 때, 홈쇼핑 방송을 통해 건조기가 판매되면서 주변에서 가장 많이 한 이야기는 ‘세탁기도 모자라서 이제 건조기까지 구입해서 써야 하나?’ 였다. 하지만 환경의 변화를 빠르게 읽고 한발 앞서 개발된 최신형 건조기는 곧 몇 년 사이에 주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미세먼지의 위험은 우리의 생각보다 더 심각하게 건강을 위협했고 가족들 중 특히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은 더했다.


홈쇼핑 시장뿐만이 아니다. 모 아이디어 공모전에서는 감지기가 내장된 특수 제작 침대를 통해 병치레가 잦은 영유아들의 체온과 피부 상태가 실시간으로 아이 돌보미 또는 소아과 의사에게 전달되는 시스템을 제안하여 최우수상을 받았다. 지금 당장 실용화된 아이디어는 아니지만 어렵게만 느껴졌던 사물인터넷이 우리의 생활 속에 접목된 멋진 아이디어다. 저출산 시대에 늘어난 맞벌이 부부들의 육아 고민의 결을 섬세하게 읽은 아이디어다. 이 아이디어를 낸 사람들은 대학생이다. 나이와 입장을 불문하고 시대적 변화를 읽어내는 감각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여성들에겐 결혼이나 임신, 출산과 육아가 무조건적인 난관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감각을 키우고 테스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도 있다.


물론 단순화시켜 이야기할 수는 없으며 힘든 부분은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과 스타트업의 시대라는 가로와 건강의 중요성과 취향의 다양성이라는 세로가 만나는 지금 이 시기는 분명 우리에게 기회다.

이전 01화 스마트한 여성 비즈니스맨의 등장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