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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톡쌤 카이지 Apr 03. 2023

방송기자, 왜 '톡쌤'이 되었나?

스토리가 있는 스피치 '스토리 톡' Vol.2

방송기자, 왜 '톡쌤'이 되었나?

안녕하세요? 톡쌤입니다.


스토리가 있는 스피치, '스토리 톡'의 진행을 맡았습니다. 저는 10년 넘게 방송기자를 직업으로 현장을 뛰어다녔습니다. 방송 리포트 기사를 쓰고 생방송 현장 연결, 스튜디오 출연도 자주 했습니다.


전 편에서 살짝 언급했지만, 2년 정도 방송사의 수습기자, 아나운서 공채를 기획하고 진행했습니다. 수습기자를 교육하는 일도 했습니다. 안 그래도 오지랖이 넓은 성격이라 동료 후배들 안 가리고 붙잡고 앉아서 알려주고 잔소리하는 걸 좋아했는데, 더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기틀을 그때부터 다져왔습니다. 이 날 만을 기다렸죠.




방송 기자들은 왜 시끄럽게 '샤우팅'을 할까?


우리는 방송뉴스를 무심코 봅니다. 거실 TV 앞에 딱 가부좌를 하고 앉아 집중해서 보지 않습니다. 관심 있는 기사가 나오면 슬쩍 고개를 돌려 보다가도 끝나면 하던 일을 계속하죠. 대부분 그냥 흘려듣는 것, 저희도(?) 잘 알고 있습니다. 유튜브로 찾아본 기사도 10초도 안 돼 '뒤로 가기'를 누르는 경우도 많죠. (10초면 앵커만 보고 기자는 등장하지도 않았…)


그래서 방송 기자들은 연구를 합니다. 그런 시청자들에게 한 줄, 한 마디라도 더 많은 내용을 전달하기 위한 기술을 생각해 냅니다. 그중에 가장 고전적인 것이 '샤우팅' 기법입니다. 그 모습이 재미있어서 SNL에서 '앵그리 앵커'로 패러디되기도 했죠. 상당히 과장되기는 했지만, 방송기자들은 실제 큰 목소리로 고래고래 고함을 칩니다. '더빙' 과정이라고 하는데, 수습기자 때부터 꽤 중요한 과목으로 교육을 받습니다.


다 이유가 있습니다. 밥도 먹고, 설거지도 하고, 청소도 하고, 심지어 다른 생각을 하거나 멍도 때리시는(?) 등 '딴짓'을 하고 있는 시청자들의 귀에 '쫓아가서' 이야기를 들려 드리기 위해섭니다. 더 좋은 영상, 더 현장감 넘치는 영상을 찾고 촬영하기 위해서 발로 뛰는 것도 결국 '뒤로 가기'를 막아보려는 노력입니다. 아나운서와는 다른 특유의 발성을 교육하고 연습하는 것이나 전문가, 시민들 인터뷰를 중간중간 넣는 것도 시청자들의 이탈을 막기 위한 장치입니다.


관심이 지속되는 시간…'100초'의 싸움


방송사 메인 뉴스, 방송 리포트 기사의 포맷은 대부분 비슷합니다. 앵커가 2~3 문장으로 이뤄진 앵커 멘트를 하고 기자 이름을 소개합니다. '샤우팅 기법'으로 3 문장쯤 말한 뒤 첫 번째 인터뷰가 나옵니다. 이어 다시 3 문장쯤 흐른 뒤 두 번째 인터뷰가 나오고 마지막 2 문장 정도로 마무리합니다. 전체 길이는 100초 정도. 탐사나 기획보도가 아닌 이상 100초라는 라포트의 길이도 거의 같습니다.


수십 년 간 각 방송사들이 수도 없는 시도를 한 결과입니다. 시청자가 한 기사를 보면서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는 가장 긴 시간을 100초 정도로 본 겁니다.


저 역시 100초 안에 취재 내용을 욱여넣는(?) 일을 10년 넘게 했습니다. 매우 한정된 시간, 더 매력 있는 도입부를 고민할 수밖에 없습니다. 메인뉴스의 처음부터 끝까지, 기사의 순서를 배열해 놓은 표를 '큐 시트'라고 합니다. 스토리에 따라 그날의 '톱 뉴스'가 되기도 하고 중도 탈락(?) 하기도 합니다.


'큐 시트' 안에서 끝까지 살아남아야 방송이 될 수 있습니다. 내용이 부실하고 도입부가 '벙벙한' 기사는 방송으로 나가지 못하고 빠집니다. '탈락'된 기사는 얼마만큼의 시간과 노력을 들였어도 아예 세상에 빛을 보지 못하는 겁니다. 매일이 '서바이벌 게임'이었죠.


인생은 생방송... 100초로 마음을 빼앗다


'100초'는 처음 쓴 기사 분량의 절반 이상 드러내야 할 정도로 길지 않은 시간입니다. 하고 싶은 말, 반의 반도 못할 때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빈약한 기사를 내보낼 순 없죠. 그래서 문장을 더 압축했습니다. 내용을 더 함축적으로 담았습니다. 잔 가지를(어쩔 때는 큰 가지도 잘라야 합니다) 잘라내고 핵심만 부각하는 노하우를 연구했습니다.




'스피치'의 본질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스토리 톡'도 100초를 기준으로 삼으려고 합니다.


100초 안에 한 편의 완결성 있는 '나만의 스토리'를 만드는 연습을 할 겁니다. 감이 잘 안 오시죠? 워드 프로그램 기본 값으로 A4 용지 절반, 200자 원고지 4장 정도 분량이면 100초가 다 지나갑니다.


여러분에게도 상대가 100초의 시간을 줬습니다. 그 안에 무엇을 어떻게 채울 생각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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