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은 솔직하게 털어놓고, 사실관계는 정직하게 진술

by 괜찮은 작가 imkylim

중급 2 이민 생활 단원에는 어려움을 겪을 때 하는 행동 표현이 나옵니다. 그중에 ‘주변 사람들에게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놓다.’가 있어요. 왜 고민은 솔직하게 털어놓으라고 할까요? 정직과 솔직은 뭐가 다를까요?

* 솔직(率直)하다: 거짓이나 숨김없이 바르고 곧다.

* 정직(正直)하다: 마음에 거짓이나 꾸밈이 없이 바르고 곧다.


두 단어에 공통으로 들어가는 한자어는 ‘곧을 직(直)’입니다. 솔직의 ‘거느릴 솔(率)’은 꾸밈없다, 소탈하다, 경솔하다는 뜻도 가집니다.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그대로 이끌고 나온다는 데 초점이 있어요. ‘바를 정(正)’과 붙은 정직은 도덕적 기준이나 사실이라는 잣대에 비추어 어긋남이 없음을 강조합니다. 솔직과 정직은 한자어를 통해 각 낱말의 차이가 뭔지 감 잡을 수 있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사전적 의미만으로는 어감을 알기 어려울 때가 많아요. 그래도 우선적으로 찾아보는 것은 유추의 기본이 되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문단의 시작을 솔직히 말해서, 로 했습니다. 주관적인 의견이나 감정을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는 신호입니다. 만약 정직하게 말해서라고 하면, 마치 그동안 거짓말을 하다가 비로소 사실을 바로잡겠다는 양심선언 느낌이 들겠지요.


영어 honesty가 문맥에 따라 정직 혹은 솔직이 되는 예를 봐도 어감 차이는 알 수 있습니다. Honesty is the best policy는 정직이 최선의 방책이다, 이렇게 번역하죠. 그리고 Sara Bareilles의 노래 ‘Brave’에 나오는 가사 Honestly, I wanna see you be brave, 에서는 솔직히 난 당신이 용감해지는 것을 보고 싶어요, 로 번역하는 게 적절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사적인 대화를 할 때는 마음을 숨긴다든가 ~인 척하지 않는 솔직한 사람을, 법정에서는 사실관계를 왜곡하지 않는 정직한 사람을 원합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놓다.’도 같은 맥락이지요. 좋은 글 쓰는 방법을 조언할 때 흔히들 꾸밈없이 솔직하게 쓰라고 합니다. 논문이나 음악의 표절 의혹이 뉴스에 나올 때가 있는데 그건 정직하게 밝혀야 할 부분을 숨겼기에 문제가 되는 예입니다.


솔직한 고백, 솔직한 리뷰처럼 솔직에는 바르고 곧다는 의미가 있지만, 너무 솔직하면 안 된다고들 합니다. 낮은 공감 능력, 신중하지 못함의 결과일 때가 있어서죠. ‘솔(率)’에 경솔하다는 뜻이 있는 것과 연결되네요. 남자가 지나가는 여자에게 시선을 던지고 있다고 가정해 볼게요. 바로 옆에 있던 연인이 “지금 저 여자 보는 거야? 솔직하게 말해!” 할 때, 남자가 “응, 얼굴도 몸매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기가 막히잖아.” 이렇게 대답한다면 어떨까요? 이어질 분위기와 감정싸움은 상상만 해도 아찔합니다. “네가 솔직하게 말하라며!” 이런 항의는 아무런 소용이 없어요.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솔직은 무례가 될 수 있거든요.


사실이나 정보, 도덕에 초점이 있는 정직은 속임수 없는 본질, 있는 그대로를 드러냄에 대한 비유로도 씁니다. 정직한 가격, 정직한 자연, 정직한 입맛, 대변은 정직하다, 등의 표현으로 확대됩니다. 바를 정(正)에 바람직하다, 순수하다, 근본이라는 뜻도 있어서인 듯합니다.


작가 강보라의 단편 소설 ‘바우어의 정원’에 나오는 문장을 살펴볼게요.

「아이에게 무슨 말을 할지 스스로도 아직 알 수 없는 채로, 차에서 내린 은화의 희끗한 머리 위로 그보다 더 흰 눈이 정직하게 내려앉았다. 」


여기에서 ‘정직하게’는 눈이 그대로 쌓이는 모습을 묘사한 것이기도 하겠지만 은화를 다독이는 위로와 외면할 수 없는 본질도 표현하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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