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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코숲 Jul 15. 2021

이혼의 자격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

유책주의와 파탄주의


 재판상 이혼과 관련하여 우리 판례는 원칙적으로 유책주의, 예외적으로 파탄주의를 취하고 있다. 유책주의란 혼인관계 파탄에 귀책사유가 있는 일방 배우자는 도덕과 신의성실원칙에 입각하여 재판상 이혼 청구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반하여 파탄주의에서는 혼인생활를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실제 혼인관계가 파탄되었다면 귀책사유 주체와 상관없이 이혼 청구를 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원칙적으로 유책주의를 취하고 있고 극히 예외적으로 파탄주의를 인정하고 있는데에는 이혼 법제와 그간 사회적 맥락이 존재한다. 따라서 이 입장은 당분간도 크게 변화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파탄주의를 취하고 있는 다른 나라의 이혼 법제의 경우 이혼은 반드시 재판을 통하여 하여야 하고 우리나라의 경우처럼 협의 이혼이 인정되지 않는다. 이에 재판상 이혼 외에는 관계 해소에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에 실제 파탄여부에 대한 판단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또한 외도 등 부정행위를 저지른 배우자가 다른 일방배우자를 밀어내기 위한 축출이혼으로 악용될 소지도 높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는 여성도 사회적 지위를 갖고 경제활동을 하고 있지만 과거에는 주로 남성 배우자가 경제활동을 하였기 때문에 축출 등의 악용으로부터 보호할 필요가 상당하였고 아직까지는 일반적으로 완전한 평등관계로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한다. 


예외적으로 파탄주의가 인정된 사례


 상대방 배우자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어 일방의 의사에 따른 이혼 내지 축출이혼의 염려가 없는 경우는 물론, 나아가 이혼을 청구하는 배우자의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로 상대방 배우자 및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루어진 경우, 세월의 경과에 따라 혼인파탄 당시 현저하였던 유책배우자의 유책성과 상대방 배우자가 받은 정신적 고통이 점차 약화되어 쌍방의 책임의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이 더 이상 무의미할 정도가 된 경우 등과 같이 혼인생활의 파탄에 대한 유책성이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아니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할 수 있다.(대법원 2015. 9. 15 선고 2013므568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예외적으로 파탄주의 인정가능성을 설시한 첫 판례이며 위 판례 이후 실제로 '유책배우자의 책임의 태양ㆍ정도, 상대방 배우자의 혼인 계속 의사 및 유책배우자에 대한 감정, 당사자의 연령, 혼인생활의 기간과 혼인 후의 구체적인 생활관계, 별거기간, 부부간의 별거 후에 형성된 생활관계, 혼인생활의 파탄 후 여러 사정의 변경 여부, 이혼이 인정될 경우의 상대방 배우자의 정신적ㆍ사회적ㆍ경제적 상태와 생활보장의 정도, 미성년 자녀의 양육ㆍ교육ㆍ복지의 상황, 그 밖의 혼인관계의 여러 사정 등을 고려하여'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인용한 사례들이 존재한다. 

 

 혼인관계의 해소는 단순히 부부만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녀의 양육문제도 얽혀있게 되는데 미성년 자녀를 두고 있는 경우 양육환경과 복지측면이 더욱 중요하게 고려되고 있다. 따라서 실제로 파탄주의를 적용하여 유책배우자의 이혼을 인정한 사례는 대부분 성년의 자녀를 두고 있고, 장기간 별거하여 양가 친족관계가 단절된 경우 등으로 경제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적은 경우이다. 그 외에도 타방 배우자가 혼인계속 의사가 명백히 없으면서 보복성으로 이혼을 해주고 있지 않는 경우, 쌍방의 귀책사유가 명백히 존재하는 경우 등이 있다.  


파탄주의 확장과 제도적 보완의 필요


 2015년 대법원이 파탄주의 인정가능성을 설시하고, 이후 구체적인 사례에서 이혼 청구가 인용된 데에는 그만큼 실질적으로 혼인생활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관계가 파탄된 경우라면 이혼이 이루어져야 할 필요성을 인지하였기 때문이다. 다만 아직까지는 대부분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인정해주지 않고 있다. 그러나 실제 이혼 소송과정에서 소송 당자사가 감정적으로 격화되기 쉽고 법적 다툼을 벌이며 지난 사생활과 치부까지 드러내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경제적 보호를 이유로 이혼을 인정해주지 않는다면 오히려 상대적 약자에게 또 다른 고통을 감내할 것을 방관하게 되는 경우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이혼 시 타방 배우자의 재산 분할에 대한 권리와 자녀 양육에 대한 제도 및 법률 개선이 필요하며, 보완 후 파탄주의 적용의 확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배우자의 외도 등으로 혼인관계의 근간이 흔들리게 되는 경우 전과 같이 생활이 회복되거나 정상화 되기 매우 어렵고 이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쌍방 배우자의 뼈를 깎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소송상 사건본인으로 불리는 미성년 자녀들 또한 상처를 받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상 협의 이혼의 길을 열어놓았다 하더라도 위와 같은 경우 당사자간 좋지 않은 감정 속에서 올바른 매듭으로 관계를 정리하기 어렵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결국 법적 분쟁으로까지 오게 되는 것인데 법적 지원을 통해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잘 헤어지는 방법' 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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