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에바(틸다 스윈튼)는 세계를 여행하며 사는 여행가이다. 그녀는 갑작스럽게 생긴 아들이 당황스러울 뿐이다. 준비가 안된 에바에게 케빈(에즈라 밀러)은 짐이다. 갓난아기도 이를 아는지 에바에게 안겨서는 울음을 멈추지 않는다. 물론 에바도 노력은 한다. 다만 아이에 대한 사랑이 아닌 의무감일 뿐이지만. 케빈은 이렇게 나이를 먹으며 에바와 점점 더 멀어진다. 고등학교에 들어간 케빈의 내면은 에바가 짐작도 못할 정도로 뒤틀려 있다.
아주 행복한 유년기를 보냈거나, 아무 생각이 없거나. 이 두 사람만이 이 영화를 편히 볼 수 있다. 어릴 때의 트라우마, 어머니가 주는 사랑의 부재가 얼마나 큰일을 초래하는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영화다. 영화는 뒤틀린 이 가정을 보여주면서 케빈의 편에 서지도 않고 에바의 편에 서지도 않는다. 에바가 겪는 불행을 처절하게 보여주지만 면죄부를 주지는 않는다. 영화 내내 그녀의 보속을 보고 있는 것이다. '무엇이' 보다 '언제부터' 잘못되었는지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이다.
유년기는 매우 불안정한 시기다. 무심코 뱉은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작은 아이에게는 평생에 남을 악몽일 수 있다. 사실 우리는 케빈이었던 시절이 한 번쯤 있다. 다만 우리는 운이 좋아서 케빈보다는 더 나은 길로 들어선 것이다. 어느 부모든 완벽할 수 없다. 수많은 실수를 한다. 하지만 자식을 향한 사랑이 있기에 아이는 더 나은 길을 향해 한 걸음씩 걸어 나가는 것이다.
여담이지만 이 영화에서 에즈라 밀러의 연기는 놀랍다. 틸다 스윈튼도 연기가 좋지만 에즈라의 밀러의 연기가 더 기억에 남는다. 이 배우의 얼굴에는 양면성이 있다. 순수한 청년이기도 하고 뒤틀려있는 사이코패스이기도 하다. ‘퇴폐미’ 정도의 표현으로 이 배우를 표현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