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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라문디 Apr 27. 2022

홈파티 4

내가 정말 가도 될까?

“지원아, 저기 좀 봐.”. 


하늘을 올려다보자 수많은 별 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 별 빛들을 보는 순간 시험에 대한 걱정, 외로움, 미래에 대한 불안감, 마음 한편에 눌려 있던 온갖 부정적인 감정들이 잘게 흩어졌다. 내 눈에 가득 담긴 밤하늘의 별들이 사라져 버릴까 한참을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으니 시험이고 뭐고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저런 별들을 매일 보며 사는 건 어떤 기분일까 


캄캄한 밤, 캠프파이어를 위해 나무를 주으러 다 함께 뒷마당으로 나섰다. 조가 이런 자욱한 안개를 언제 마지막으로 보았냐고 물었고 나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한국에는 안개가 없냐며 놀라워하는 조를 보며 이런 안개가 익숙한 그가 더 신기하다고 느꼈다. 


꼭 해리포터에 나오는 장면 같다고 곧 디멘토가 날아올 것 같다고 말했더니 깔깔 웃으며 맞장구를 쳐주었다. 한 치 앞도 안 보일 정도로 짙게 내려앉은 안갯속에서 누군가 유령 소리를 흉내 냈는데 정말 내가 영화의 한 장면을 찍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착각마저 들었다.


“지원, 졸리면 소파에서 자도 돼. 한국은 주인에게 허락을 먼저 구하는 게 예의인 걸 알지만 이건 호주 문화야. 네가 손님이든, 나이가 어리든 먼저 소파에 눕는 사람이 그 자리 주인이 되는 거야. 정말이야.”. 어색해하던 내게 에드워드가 말을 건넸다. 그러고는 조에게 한국인들은 너무 예의를 중요하게 생각해서 늘 주인에게 허락을 구한다며 불편해하지 않도록 허락해주라고 했다. 조는 내게 화장실과 소파 위치를 알려주겠다며 집 안으로 나를 이끌었다. 


잠깐 물을 마시러 들어온 한 남자와 여행 이야기를 했다. 이름도, 나이도 모를 그는 3년 동안 중남미를 여행했다고 했다. 


익숙한 것, 남들이 다 해보는 것들은 내 관심을 끌지 못한다. 그래서일까, 대한민국 대학생 배낭여행 로망 1순위일 유럽은 나에게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고 나는 호주를 선택했다. 중남미 역시 우리나라와 정확히 반대편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줄곧 나의 로망이었다. 그런 중남미를 3년이나 여행했다니, 얼마나 많은 별과 달을 눈에 새겼을까. 다시 떠올려도 달콤하다는 듯 행복한 미소를 보이며 이야기하는 그를 보며 나도 꼭 발을 디디겠다고 다짐했다. 


별들이 모두 흩어져버릴까 자지 않으려고 내내 버텼는데 다음 날 시험공부를 해야 했기 때문에 결국 2시쯤 소파에 누워 잤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사람들이 엉겨 붙어 자고 있었고 그 모습이 웃겼는지 조는 미안하다며 한참을 웃었다. 


밤에는 조금 음산한 느낌이 들었는데 아침에 보니 분위기가 정말 달랐다. 넓은 들판과 맑은 공기로 둘러싸인 집에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고 밤에 있었던 모든 일들이 꿈같이 느껴졌다. 춥다며 붙어 앉아 치킨과 짬뽕탕을 먹었던 것, 안개를 헤집고 나무를 주웠던 것, 한 병도 제대로 못 마시는 내가 두 병 째 맥주를 땄을 때 언니들이 놀랐던 것, 스스럼없이 영어로 대화를 나누었던 것, 캠프파이어를 바라보며 혼자 생각에 잠겼던 것. 


그 모든 것이 그냥 어느 가을밤 꿈 같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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