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이상하다고 느낀 적은 없었다.
그냥 원래 그런 아이라고 생각했다.
말이 느린 것도 남편이 늦게 말문이 터졌다기에, 조금 더 크면 다 따라잡겠지 싶었다.
하지만 말이 느려 받은 검사에서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내 아이가 ADHD라니.
유아기에는 대부분 그 정도의 산만함은 있는 법인데, 약까지 먹어야 한다는 말을 들으니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겉으로 보기엔 너무 평범했기 때문이었다. 문제가 있는 아이처럼 보인 적도 없었고, 내 기준에서는 흔히 말하는 ‘정상 범주’ 그 안에 있었다. 그런데도 이 아이를 그 범주로 밀어 넣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걸 왜 나는 보지 못했을까.
다른 병원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오고서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의사는 “안경을 씌우자”라고 표현했다. 그 말과 함께 첫째의 약 복용이 시작됐다.
남편은 “첫째가 달라지는 건 없다”라고 담담히 말했지만, 나는 누군가에게 아이를 설명할 때 예전보다 훨씬 많은 설명이 필요해진 느낌이었다.
친구를 사귀기 어려운 것도 유치원을 이 동네에서 다니지 않아서라고 생각했다. 학년이 바뀔 때마다 “올해는 좀 나아지겠지”라고 기대했지만, 연락을 주고받는 친구는 생기지 않았다.
지금 첫째는 4학년의 12월을 지나고 있다.
개인 전화도 있고, 사춘기가 올 나이인데 아직 꾸준히 연락하는 친구가 없다. 그 사실을 아이는 드러내지 않는다.
“오늘 누구랑 이야기했어? 오늘도 아무하고도 안 했어?”
이 질문에 아이는 “어… 어…” 하고 대답보다 망설임을 먼저 내놓는다. 스스로를 탓하는 건지, 엄마의 희망을 저버렸다고 느낀 건지 모를 그 우물쭈물한 얼굴이 더 마음에 들지 않는다. 둘째, 셋째처럼 투덜거리거나 외롭다고 말하는 법도 없다. 그러고는 아무렇지 않은 척 하루를 넘긴다.
약을 계속 먹게 될 줄은 몰랐다. 매달 병원에 가는 일이 내가 꾸준히 할 수 있을지 자신도 없었고, 약을 먹으면 친구 관계나 학습 태도가 조금은 나아질 거라 기대했다. 하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타고난 기질이라는 건 시간이 지나도 쉽게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이 아이가 보통의 아이들과 다르게 움직이는 순간이 선명해졌다. 유치원에서는 그 나이의 아이들이 대부분 산만했기에 눈에 띄지 않았지만, 학교에 들어가니 흐름을 파악하고, 집중하고, 타인을 고려하는 능력에서 아이들 간의 차이가 확연해졌다.
그 안에서 첫째는 조금씩 뒤처져 보이기 시작했다. 기분이 좋으면 앉아서 엉덩이를 들썩이고, 서 있을 땐 방방 뛰며 말한다. 몸집이 커지면 자연스레 줄어들 거라 생각했지만, 아이는 그대로였다. 한편으로는, 기쁨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이 아이에게
“가만히 있어라, 조용히 해라” 같은 말이 상처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도 됐다.
“학교에서 누가 뛰지 말라고 하지 않아?” 하고 물었을 때, 부끄러워하며 “응…” 하고 대답하던 모습이 왜인지 오래 마음에 남았다.
지난 일요일은 약을 먹지 않는 날이었다.
남편이 아이들과 대공원에 다녀오더니 말했다.
“또래 애들이랑 놀고 싶어서 자꾸 끼고 싶어 하던데, 애들이 안 받아줘서… 보기가 좀 그렇더라.”
안 봐도 그려졌다. 약을 먹으면 움직임이 줄고, 약을 안 먹으면 분위기를 살피지 못한 채 곧장 뛰어든다. 그 모습이 민망할 때도 있고, 자폐로 오해받지 않을까 걱정될 때도 있다. 그 오해의 기척이 아이에게라도 전해질까 봐 더 두렵다.
그날 밤, 일기 숙제를 시키다가 결국 화를 내고 말았다. 한 시간을 주었는데도 몇 줄 적힌 삐뚤빼뚤한 글뿐이었다. 개연성 없는 사실 나열. 다시 쓰라고 하자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울음을 멈추고 다시 쓰겠지 싶었는데 30분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폭발했다.
“정신 좀 차려! 벌써 두 시간이야!”
하지만 아이는 울면서도 시작하지 못했다. 동생들은 이럴 때 내 눈치를 보며 움직이는데 곧 5학년이 될 아이가 이러고 있으니 속이 더 뒤집어졌다. 결국 남편이 말했다.
“약 안 먹이면 이러는 거 몰랐어?”
약이 없어도 어느 정도는 해결될 거라 나는 정말로 믿었던 걸까. 그저 좋아질 거라 스스로 위로하고 싶었던 건지……. 첫째는 시간이 지나도 나아지는 게 아니라 점점 더 멍해지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