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interberry Nov 18. 2020

별의별다방 펌킨 스파이스 라떼

여름왕국에 찾아온 소중한 가을


영원히 여름일 것만 같던 이곳에 가을이 왔다. 따뜻한 펌킨 스파이스 라떼가 생각나는 날이 올까 했었는데, 온 것이다. 여전히 낮 최고 기온은 섭씨 25도를 넘어 가을이라 하기에 민망하지만, 섭씨 30도로 하루를 시작하던 한여름과 비교하면 분명 가을이다. 아침저녁으로는 찬바람이 불어 카디건 정도를 걸쳐줘야 하니 완연한 가을이다.


여름왕국의 가을빛



펌킨 스파이스 라떼
(Feat. 에어로프레스)



재료

펌킨 스파이스 원두 (간 것ground, 사진 참조)

우유

얼음 (차가운 라떼)

아가베 시럽 (생략 가능)


장비

에어로프레스Aeropress (사진 참조)

우유 거품기frother (따뜻한 라떼)


에어로프레스란? 전문가의 설명

공기압을 이용해 커피를 추출할 수 있게 만든 기구다. 미국의 스포츠용품(대표 제품 프리즈비) 회사에서 개발했고 제조한다. 간단한 사용법과 짧은 추출 시간 대비 맛이 훌륭하며, 원두와 물의 양, 추출 시간 등을 자유롭게 조절하여 개인 입맛에 맞는 커피를 내릴 수 있다. 부피가 작아 휴대가 간편하여 캠핑족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체임버(글씨와 숫자가 쓰여있는 몸통 부분, 아래위가 뚫린 것), 플런저(한쪽 끝이 고무로 막혀있는 부분), 종이 필터, 마개로 이루어져 있다. 에어로프레스 사용법은 정방향(개발자의 권장법=정석)과 역방향(더 간편한 방법, 위 전문가의 설명에서 테라로사 레시피)이 있고, 나는 역방향 추출법을 따랐다. 글로 쓰면 더 길고 따라하기 어려워 보이지만 영상을 보며 한 번 따라해 보면 세상 쉽다.

커피뿐만 아니라 잎차(홍차, 차이티)도 같은 방법으로 추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잎차는 커피 원두보다 입자가 큰 경우가 많으므로 추출 시간을 조금 더 길게 한다.


좌. 타겟 PB 펌킨 스파이스 원두. 우. 에어로프레스에 원두를 넣은 상태.


만들기

1. 펌킨 스파이스 원두를 에어로프레스에 넣는다. (체임버와 플런저를 결합한 상태. 체임버의 숫자가 거꾸로 보이기 때문에 역방향이다.)

2. 끓인 물을 식힌 후 원두 위(체임버 안에) 붓는다. 에어로프레스에서는 섭씨 80도 정도의 물을 권장한다. (온도계가 없으므로 주전자 뚜껑을 열고 몇 번 흔들어 두세 김 날린 후 붓고 있다.)

3. 아래쪽의 원두까지 물이 골고루 닿게 하기 위해 원두를 한 바퀴 저어준다.

4. 약 1분 후 에어로프레스 압축을 해서 커피를 추출한다. 추출 시간은 개인 취향에 따라 달리 해도 된다. (종이 필터를 끼운 마개를 체임버 위쪽에 결합한다. 체임버가 걸쳐지는 크기의 컵을 미리 준비했다가 체임버+플런저+필터+마개를 뒤집으면서 컵 위에 올린다. 플런저를 아래 방향으로, 더 이상 움직이지 않을 때까지 천천히 누른다.)

5. 달콤한 맛을 원한다면 4의 원액에 아가베 시럽을 뿌리고 잘 섞어준다.

6-1. (따뜻한 라떼) 우유 거품기로 라떼 거품을 만든다.

6-2. (차가운 라떼) 컵에 얼음을 담고 우유를 붓는다.

7. 5의 커피와 6의 우유를 잘 섞어준다.


라떼가 절로 생각나는 하늘




나는 커피인간이다. 만21살 이후 임신과 모유수유 기간을 제외하고는 커피를 안 마신 날이 거의 없을 것이다. 밖에서 사먹는 커피값도 만만치 않지만 커피를 사러 매일 아침 나갈 수도 없는 노릇이니, 나는 집에서 커피를 내려 마신다.


그래서 집에 커피 원두를 상비한다. 지난달 어느 날 아침 커피를 내리려고 보니 딱 한 번 분량만 남아 있었다. 마지막 남은 원두로 내린 커피를 마시면서 타겟 앱을 열어 원두를 검색했다. 검색 결과 상단에서 눈에 띈 펌킨 스파이스. 마침 BOGO 50% 행사(행사 품목 2개를 살 경우 1개는 50% 할인)를 진행 중이었다. 펌킨 스파이스와 하우스 블렌드를 주문, 픽업했다.


펌킨 스파이스 원두가 궁금하여 바로 포장을 뜯었더니 별다방에서 마시는 바로 그 펌킨 스파이스 라떼의 향이 진하게 났다. 별의별다방 도전 의식이 절로 솟아난다. 에어로프레스를 꺼내 커피를 내렸다. 출산 후 몇 년 동안 주방 팬트리에 모셔만 두던 에스프레소 머신을 꺼내 우유 거품을 냈다. (우유 거품기가 없어요.) 그렇게 만든 야매 펌킨 스파이스 라떼는 별다방의 그 맛이었다. 별다방 호갱 탈출에 점점 가까워진다.





커피인간의 탄생과 별의별다방의 시작

#tmi주의 #에어로프레스장만한썰


학부 교환학생 시절 친하게 지내던 언니를 통해 핸드드립을 알게 되었다. 2년 후 취직을 하며 드립 커피의 로망을 실현했다. 회사에서 내 책상 한쪽은 전기주전자, 드립퍼, 서버와 구스넥 주전자가 자리 잡았다. 대리 진급과 함께 핸드 그라인더도 장만하여 매일 드르륵드르륵 커피 홀빈을 가는 출근 의식ritual을 치렀다. (9시 출근에 8시 20분이면 착석하여 있었으니 가능한 일이었다.)


말로만 미니멀리즘을 지향하며 물욕이 별로 없는 내가 결혼 전부터 유일하게 욕심을 부려 장만한 가전이 에스프레소 머신이다. 남편도 못지않은 카페인 의존자라 쉽게 설득할 수 있었다. 회사에서 쓰던 각종 커피 용품(드립퍼, 서버, 핸드 그라인더, 더치 커피 기구 등)도 소중하게 뽁뽁이에 감싸서 미국에 가져왔다. 그렇게 매일 남편의 출근길에 직접 내린 커피를 텀블러에 챙겨주었고, 내가 대학원에 다닐 때는 새벽같이 일어나 도시락도 싸고 커피도 내렸다.


남편과 나는 별다방의 차이티 라떼를 좋아해서 가끔(횟수를 세자면 1년에 서너 번) 별다방에서 차이티 라떼를 사먹었다. (차이티 라떼에 에스프레소 샷 하나를 추가하면 차이티의 닝닝함을 없앨 수 있다.) 코로나로 집콕이 길어지던 올해 초여름, 유례없이 연달아 사흘 차이티 라떼를 사먹은 적이 있었다. 취미인 동시에 커피값 아끼는 재미도 있는 홈카페 생활인데, 커피가 아닌 스페셜티specialty 음료에도 도전 정신이 생겼다. 바로 타겟에서 타조Tazo 차이chai 티백을 사왔다. 티백 3개를 넣고 스푼으로 꾹꾹 눌러 차를 추출하고 우유를 섞었는데, 밍밍했다. 다 마실 수 없을 정도로 밍밍했다. 시럽이 빠져 단 맛이 없는 문제가 아니었다.


차이티 라떼 실패 후 원래대로 커피만 만들어 마시던 한여름의 어느 날, 커피와 차에 조예가 깊은 사촌오빠가 에어로프레스로 밀크티 베이스 만드는 방법을 SNS 피드로 올렸다. 이 오라버니는 본업은 따로 있지만 커피와 차를 전문적으로 공부했고, 집에 로스팅 기계를 갖추고 생두를 직접 로스팅까지 한다. 나의 둔한 미각을 100% 신뢰할 수는 없지만, 사촌오빠가 내려주는 커피는 대형 커피전문점의 커피보다는 월등히 맛있고, 한국에서 이름난 커피집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팔은안으로굽는다


에어로프레스가 뭔지는 모르지만, 사촌오빠를 믿고 선先 주문 후後 검색을 했다. 그렇게 에어로프레스로 공차에서 사먹던 맛의 밀크티를 만들어냈고, 기세를 이어 차이티 라떼에 다시 도전하여 성공했다.


이제 프라푸치노만 성공하면 별의별다방 메뉴판이 완성된다.

• 재료에 따라: 아메리카노, 라떼, 스페셜티 음료(밀크티, 차이티, 계절 원두), 제철 과일 주스

• 온도에 따라: 뜨거운 음료, 차가운 음료, 얼음 갈아넣은 음료(미완성)




덧. 이 글을 쓰는 사이에 위에 언급한 사촌오빠가 로스팅한 커피 원두가 EMS로 도착했다.


로스팅한지 며칠 되지 않은 신선한 원두. 커피빵이 잘 부풀어 오른다.



매거진의 이전글 돼지고기 수육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