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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중현 Nov 26. 2023

쌀의 생산성 논문을 읽다가 기후변화와 R&D를 생각


요즘 논문들을 보다가 몇 가지 중요한 부분을 깨달았습니다. 


기후변화에 따른 식량 감소에 대하여, 육종학자로서 식물의 어느 유전자를 잘 활용해 볼까 하는 고민이 있지요. 


한 편으로는 종자의 모양과 크기에 관계된 유전자가 식물의 수량성과 기후변화 대응 및 적응 특성에 관련이 있다는 일련의 보고가 나오고 있습니다. 다른 편에서는 가뭄이나 고온 내성에 관련이 있다고 알려진 유전자들이 수량성 증진에 크다고 보는 것이죠. 


사실, 가만히 앉아 생각해 보면 당연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기후 변화에 강하다'라는 정의를 어떻게 내렸느냐에 따라, 연관 유전자가 밝혀지기 때문이죠. 많은 훌륭한 논문들은 사실 이러한 기초적 명제와 가정에 대하여 확인해 주는 경우 높은 평가를 받습니다. 


'기후 변화에 강하다'라는 말은 기후변화에 관련한 환경 요소들에 대하여, 수량성 및 품질이 개선되는 것을 말하죠. 수량은 수량구성요소로 나뉘고, 수량구성요소는 이삭수, 꽃의 수, 수정이 된 꽃의 비율, 종자의 무게 등으로 나누어져 분석해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이것에 직접 연관된 유전자를 해석하면, 어느 정도는 다 기후변화에 강하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을 개연성이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이것은 가정이고, 실증해 봐야겠지요. 아마도 이런 부분에 관련된 다수의 연구가 앞으로 지속적으로 발표될 것으로 개인적으로 생각해 봤습니다. 


문제는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식물의 형태에 대한 부분입니다. 예전에 sd1이라는 유전자를 활용하여, 혁신적인 생산 증대를 하게 한 사건이 있었고, 그것이 '녹색혁명'을 불러왔죠. 우리가 알고 있는 '통일벼'도 'IR8'이라는 벼에서 유래한 그 유전자를 사용한 것입니다. 


이 경우에는 이 유전자가 더 많은 비료를 잘 흡수하게 하여, 소위 '많이 먹고 많이 생산하도록' 하였습니다. 그것은 늘어나는 인구, 그것을 기반으로 한 자본주의 경제에 큰 기여를 하였죠. 그러나, 그 대가로 환경오염과 온실가스 증가라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지금은 '주면 줄수록 계속 먹어서 최대의 생산성을 내는' 개념이 아니라, '있는 것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적정한 생산성을 내는' 개념으로 목표가 변하고 있습니다. 특히, 쌀, 밀, 옥수수 등으로 분화하여 식량의 개념을 나누어 보면 안 풀리던 문제를, 칼로리 총량 공급의 개념으로 생각하면, 이러한 목표가 꼭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쌀을 먹든, 고기를 먹든, 빵을 먹든, 사람은 개인당 먹을 수 있는 총열량이 어느 정도 충족되면 더 이상 먹지 않으니, 인구조절이나 경제적 수준에 따른 식량 공급 측면만 조절 가능하다면, 각 작물이 꼭 최대 생산성을 위하여 개량될 필요는 없는 것이죠. 식량은 여러 대안으로 충족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인구와 환경을 고려한 각 작물의 '생산최적치'는 도대체 얼마일까요? 이 문제는 사실 국제적 관점이 아니라, 로컬 한 관점에서 결정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기후대응, 적응도 아닌 정책의 과정, '순응'의 과정에서 결정될 수밖에 없지요. 식량 생산량, 소비량, 가격은 매우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결정을 필요로 합니다. 그것은 각 나라마다 문화와 경제 상황이 다르고, 그에 따라 결정하는 방식도 모두 다른데, 결국 각 나라 단위에서 추진할 수밖에 없지요.


우리나라는 생산량이 10a당 570kg이 넘는 것을 소위 '고수량' 품종으로 보는데(이것 또한 정책적 결정이므로, 매번 변할 것이다), 그것은 쌀이 담당하던 국민의 칼로리 부분을 고기와 밀 등 다른 식량원이 상당히 차지한 이유로, 쌀소비량이 감소했기 때문에, 생산성을 조정할 필요가 있어 만들어진 개념입니다. 


그런데, 기후변화에 따른 쌀 생산성이 늘 한결같지는 않을 것입니다. 실제로 2040년 이후만 봐도 쌀 생산성이 감소할 것으로 보는데, 이것은 벼의 수량구성요소 중에서, 수정이 되어 종자가 되는 꽃의 비율, 즉 '임실률'이 적어지는 것과 신규 병해충 발생 등에 대한 이유가 가장 클 것으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고온에 따른 질소와 비료의 토양 내 잔존량 여부와 가용성 여부, 기후재난에 따른 각 정부의 농업 정책의 변화와 농자재 수출입 정책의 변화 등이 이러한 시나리오에 고려되었을 것 같지는 않고, 아마도 생산성 감소량은 더 커질 수도 있다는 것이 사견입니다.


실제로, 중국은 역대 최고로 식량 확보에 가장 많은 연구비를 투입하고 있고, 많은 나라들이 다른 나라의 식량 관련 선진 기술을 확보하려고 혈안입니다. 우리나라는 유전자 편집, 유전체 기술, 세계적 수준의 전통 육종기술을 조화롭게 결합한 체계 확립이 절실한데, 오히려 이 부분에 대한 R&D 투자는 갈수록 저조합니다. 


더욱이 수출과 프리미엄 쌀 상품 개발 등을 통한 소비 확대 등으로, 생산 기반의 손실을 막아서, 예측 가능한 식량 수입 불가능 상황에 대비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적극적인 정책 반영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침에 일어나 중국과 인도에서 온 논문들을 리뷰하다가, 우리나라 식량 산업에 대한 과학적 고찰 후에, 답답함이 밀려와 적어 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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