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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중현 Jun 01. 2024

서울로 이사하는 이유

농촌의 고립과 농업의 연결성을 고민하

작년 11월 경부터 올 5월까지의 6개월간 고난의 행군을 했다. 살도 많이 빠지고, 주변 환경이 거의 '환골탈태'의 수준으로 변하였다. 6월은 아마 이 변화 과정의 끝물이 되는 것 같다. 해남과의 협력으로 모내기 및 행사가 있고, 지원한 과제들의 발표 평가들도 있고, 학회 발표 준비도 해야 한다. 그런데, 학기말이라 학부생들과의 상담도 마쳐야 하고, 기말고사 및 채점, 성적 관리도 해야 한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6월의 시작은 이사하는 것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이상하게도 툭하고 나온 이야기가 급물살을 타더니, 갑자기 서울시민이 되었다. 이사라는 것은 단지 '이동'이 아니다. 생활의 근거가 바뀌는 것인데, 이번 이사는 내 인생에서 거의 처음으로 결정한 자발적으로 결정한 이사여서, 나름의 의미가 있다. 

그전에는 학교가 거기 있어서, 직장이 거기 있어서(외국), 아내가 하는 일 때문에 등등이었다. 물론, 이번에 학교 근처로 가자는 의미가 있기는 하지만, 서울로 이사를 가는 것에 대해서 늘 반발심이 있었는데, 그렇게 결정을 한 것이다. 


평소에도 '아니, 우리가 아이들 교육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특별히 문화생활을 누리거나, 한강뷰 같은 특이점을 찾는 것도 아니고... 그 복잡하고 사람 많고 나무도 별로 없는 서울을 왜 가? 왜 내가 다른 사람들이 올려놓은 땅값을 부담해야 돼?' 하는 생각을 가졌던 바다. 


그러나, 떠나기로 했다. 심지어 내가 주로 하는 일이 농업과 관련된 일이고, 농촌의 변화에 민감해야 하는 일인데, 서울로 올라가는 것에 의미를 두기로 했다. 가까이하는 땅끝황토 친환경영농법인의 윤영식 대표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서울에 종종 올라가서, 세상 이야기도 보고 듣고, 농업과 농촌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했다가도, 다시 내려가면 생각하기 어렵네요. 환경도 그렇고 만나는 사람도 그렇고."


문화의 힘이 그렇다. 환경의 힘이 무서운 것이다. 농업을 생각하더라도 농촌의 환경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고립'이다. 제아무리 훌륭한 생각을 가진 분이라 하더라도 그가 가진 궁극적인 고민의 정체가 이것이다. 농촌문제의 핵심은 '대상화'와 '고립'이다. 


8년 정도, 강남에 인접한 세종대학교에서 다양한 전공을 가진 학생들을 상대로 매 학기 60~70명의 교양 과목으로 농업과 쌀, 식품에 대한 강의를 해 보고, 그 환경에서 살아 보니 느낀 것이 있다. 농업과 농촌 문제의 여러 면 중에는 '도농 간 격차', '도농 간 분리'도 한몫한다고 생각했다. 머릿속에서 사라져 가는 농촌과 농업의 이미지는 소비자가 중심이 된 현대 사회에서 매우 큰 위기인 셈이다. 


서울과 부산을 중심으로 한 고속도로와 KTX를 중심으로 철도망은 철저하게 농수산업 생산지 간의 연결을 약화시켰다. 한적한 지방 도로를 다니다 보면 생소한 느낌을 받는다. 어느 군에서 옆의 군을 가는 시간이 서울과 그 동네를 연결한 교통망보다 더 오래 걸리고 다니기가 힘들다. 지역과 도시와의 거리만큼이나, 지역 간의 시간적 거리가 멀어지니, 지방은 서로 간에도 고립되어 가고 있다. 


서울, 아니 수도권에서 농업을 가르치고 농학을 하는 것이 더 맞는 생각일 수도 있겠구나 했다. 생명과학 아니다. 농학 말이다. 국내적으로 농업 현장에서, 국제적으로 식량 생산의 구조를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과정을 운용하고, 사람들과의 접점을 더 많이 만들어야 하겠구나 생각했다. 이것은 산업 간 네트워크, 지역 간 네트워크를 활성화하는 문화를 지탱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해 보았다. 


물론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계산적으로 행동을 하려는 바는 아니었다. 그간의 경험과 생각이 녹아들어 어렴풋이 있다가 그것이 결정의 순간에 역할을 했으리라. 그래서 내일 서울 강동구 지역으로 이사를 간다. 서쪽보다 동쪽을 선호했다. 경기도의 동쪽이 농촌 지역과 가까워서도 이유이고, 비교적 낮은 가격으로 이주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광진구에 위치한 학교 주변을 보면, 쇠락해 가는 도시의 모습을 보게 된다(아니, 정감이 가는 모습이기도 하지만, 인구변화 등 여러 예측은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 농업은 도시의 변화에도 직접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그것이 현대 도시의 희망이 될 것이다. 도시농업은 식량 생산에 대하여 직접적인 기여를 하지는 못할지라도, 농업과 농촌에 대한 전방위적 시각을 공여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그리고, 노후화되는 도시에 활력을 넣으리라. 어느 산업이든 신규 인력이 투입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할 테니 말이다. (이에 대해서도 할 말이 생겼다. 너무 가슴이 아픈 이야기가 있다). 


학교에 작은 농장을 만들었다. 그것은 농촌의 그런 농장이 아니다. 연구와 실험, 교육을 진행할 작은 농장. 그리고 그 농장은 농업기술원, 농촌진흥청 등의 농업 기관과 연계하는 과제 수행으로 연결고리를 발전시키고 싶다. 필리핀, 네팔, 그리고 에티오피아와 같은 내 안의 핵심 국가와의 연결고리를 만들고 싶다. 해남에서 진행하는 식량 농업, 그리고 다수의 스마트팜과 스마트농업 기업에 연계되는 허브를 구축하고 싶다. 

매일 아침에 출근하여 체크해야 할 농장은 서울의 작은 온실과 컨테이너가 될 것이다. 어찌 보면 더 대학교수 같은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다. 아마도 앞으로는 논에 직접 발을 담그는 시간보다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이 늘 것이다. 그러나, 늘 시선과 나의 발걸음은 농장과 온실을 오가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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