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onlinelibrary.wiley.com/doi/10.1111/tpj.16857
저희 연구진이 공동으로 참여한 논문이 하나 나와서 소개합니다. '녹색혁명'을 일으켜 세상을 먹여 살린 식물의 연구의 핵심인 식물 호르몬, '지베렐린' 생성에 관계된 연구입니다.
식물이 키가 크려면, 사람처럼 호르몬이 필요합니다.
대표적인 호르몬이 '지베렐린'이죠. 지베렐린 연구는 엄청나게 중요합니다. 벼와 같은 화본과(벼과) 식물들 - 대부분 우리는 그냥 '풀'이라고 합니다만 - 은 물과 양분이 많으면 생체에 영양을 보존하려고 몸을 키웁니다. 우리가 평소에 많이 먹어 살을 찌우듯이 말입니다.
그런데, 키가 너무 크면 넘어집니다. 우리는 이것을 '도복'이라고 합니다. 농민들이 욕심이 많아서 봄에 비료를 많이 주는 데다가, 특히 음습한 환경, 즉 빛이 덜 들고 물기가 많은 땅에서 식물이 자라면 키가 많이 커지죠.
키가 많이 커지는 특성도 '유전현상'입니다. 물과 양분을 많이 먹으면 키가 많이 크는 품종이 있고, 그렇지 않은 품종도 있습니다. 사람의 경우에는 먹는 족족 다 키로 가면 좋으련만, 식물이 그렇게 되면 사람에게 크게 유용하지 않습니다. 키는 조절되어야 하죠.
주요 식량작물들은 종자를 많이 얻어야 하는데, 쓸데없이 자기 몸에 양분을 축적하고 키만 커지면 자꾸 넘어지고, 꽃도 제때 안 핍니다. 그래서, 키를 제한하고 꽃도 많이 또 일찍 피게 하여 종자량을 늘리게 하면 됩니다. 이 아이디어가 바로 1960~1980년대 세상을 뒤집은 '녹색혁명'의 핵심입니다. 이것으로 노번 볼로그 박사는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고, 쌀에서는 국제벼연구소의 비첼 박사님이 계십니다. 아깝게도 공동수상은 못하셨으나, 후에 '비첼-볼로그 파운데이션'이 만들어지게 되는데, 동등한 업적으로 인정받습니다.
https://www.isaaa.org/.../cropbiot.../article/default.asp...
이들과 일본인 연구자들의 노력으로 'sd1(semi-dwarf 1)'이라는 핵심 유전자의 정체가 밝혀집니다. 인류에게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도 볼 수 있는 이 유전자는 식물의 키가 커지는 성장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키가 작아진 식물은 쉽게 넘어지지도 않고, 대신 이삭의 수가 증가하여 종자량이 많아졌죠. 그런데, 이 식물들이 물과 비료를 너무 많이 먹는 것입니다. 물과 비료를 많이 먹으니 단백질 함량이 높아져서 품질이 떨어지기도 하고요, 또 최근에는 물과 비료를 줄여서 탄소중립을 추구하는 데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실 개발도상국들은 이 방법으로 비료 생산을 많이 해야 했기 때문에, 중화학공업이 발달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가 대표적입니다. 인도와 우리나라는 1970년대 '녹색혁명'의 주역 국가입니다. 인도는 열대벼를, 우리나라는 열대-온대벼 교잡종인 '통일'을 개발합니다. 통일벼는 서울대학교 교수였던 고 허문회 교수님이 주도하여 개발된 품종으로, 국제벼연구소에 방문하여 'IR8'이라는 열대벼, 인디카 계열 품종에 개화기와 교잡 친화성을 높이고자, 대만의 'Taichung Native 1', 일본의 극조생종(꽃이 매우 빨리 피는 품종)인 'Yukara'를 체계적으로 교배하여, 모본을 만들고 이름을 'IR667'이라고 명명합니다(실은 더 긴 번호가 나열되어 있지요).
그렇게, 우리나라는 지긋지긋했던 식량 수급 체계의 난관을 극복하고, 다른 다양한 산업 발전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식량 가격이 안정되니, 농촌의 유휴 인력들이 도시로 집중되어 도시화가 급진전되었고, 쌀 생산량을 극대화하기 위한 화학 산업, 자재 산업, 더 나아가 농촌 생활 개선 등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죠.
그런데, 세상이 많이 바뀌었죠. 쌀 생산은 정반대의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너무 남아서 문제지요. 그만큼 농민들의 쌀 생산성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지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생산성(국민 1인당 생산성으로 환산해 보면, 우리나라가 100이면, 호주는 60 대 수준이고, 일본보다도 높습니다)을 자랑하지요.
쌀의 생산성 증대는 쌀밥과 매칭이 되는 원예 작물의 요구를 크게 높였고, 이후 그린하우스를 많이 지어 본격적으로 많이 생산하게 하는 '백색혁명'의 동력이 됩니다. 우리나라는 몬순 기후여서, 짧지만 높은 기온과 강수량을 보이는 여름이 있습니다. 이런 기후에서 벼농사에 최적인 대신, 다른 식량 작물의 생산량 증대는 상대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최근 식량 자원 다변화를 위하여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짚고 가고 싶네요.
벼는 우리나라의 주곡 작물인데, 세계적으로도 가장 관심이 많은 작물입니다. 왜냐하면, 생명과학적인 의미로서, 가장 작은 유전체를 가진 주요 작물이거든요. 그래서, 쌀을 먹지 않아도 벼를 이용하여 우선 연구하고, 그 결과를 밀, 옥수수, 보리, 기장, 수수, 조를 비롯한 많은 벼과 작물 연구에 비교적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벼 연구를 멈출 수 없는 이유죠.
그런데, 최근 벼농사가 기후변화의 주요인으로 지목되는 온실가스 발생의 주범인 메탄과 아산화질소를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이에 따라 질소비료와 물을 덜 쓰는 직파법, 최소경운법 등을 활용하는 쪽에 대한 연구 요구도가 증가하였습니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비료 이용효율과 물 활용 효율이 높으면서도 생산성이 높은 식물을 개발해야 할 필요해졌습니다.
여전히, 식물의 키가 크게 하는 '지베렐린'과 '옥신'이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연구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어떻게 호르몬 양을 우리 마음대로 조절할까요. 식물호르몬은 정말 다양한 영역에서 작동합니다. 세포 분열을 결정하고 세포의 크기를 결정하기 때문이죠. 어느 때, 어느 부위에서 이 호르몬의 양이 어떻게 조절되고 결정되는가 하는 부분은 유전자가 하겠지만, 그 유전자가 어느 환경에서 작동하느냐 하는 것을 아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따라서, 유전자와 환경, 그리고 그에 맞는 재배 기술의 확립이 중요하죠. 또는 그 반대 방향의 생각도 중요합니다. 앞으로 어떤 환경이므로, 어떠한 재배 기술이 필요하고, 그에 맞는 종자가 새로 개발되어야 하는데, 그 종자의 유전자는 어떻게 조절되어야 하느냐 하는 부분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한 편의 논문입니다. 중국의 난징농업대 연구팀이 주도하고, 저희는 숟가락만 조금 얹었습니다. 논문의 링크는 맨 위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