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학의 갈라파고스'가 되지 않길
필리핀에서는 프로비타민A가 합성되는 LMO(GMO)인 쌀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연구실이 아닌 농촌에서 농민이 직접 생산하죠.
'골든라이스'라고 불리는 이 쌀은 우리 연구실의 Rana도 시식을 해 봤다고 합니다. 아무나 먹을 수 있는 것이죠.
필리핀의 농무부 장관 Dar 박사는 Golden Rice의 생산에 대하여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https://www.da.gov.ph/golden-rice-tastes-smells-like.../
식량작물은 너무나 보편적인 것이라, 국민의 정서와 정부의 정책 등이 모두 합치되어 진행되는 것이 통상적인 것입니다. 필리핀은 식량 양산에 더하여, 국민의 건강을 함께 고려하는 정책을 수행하는 데 최적화된 국가죠. 인구가 많고 쌀 수입량이 많으며, 국민들의 생활 수준 개선이 많이 필요합니다. 최근 국가의 발전에 대한 국민의 호응도가 크고, 발전 속도도 빠릅니다. 우리나라의 70년대와 흡사한 분위기죠.
만약, 우리나라가 지금의 필리핀과 비슷한 상황에 있었다면, 우리나라는 '골든라이스'를 단지 LMO라고 배격했을까요? 과학기술의 발전에는 항상 그 시대의 요구에 맞는 집단적 판단이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치는 결국 민의의 수준에 맞는 합리적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니까요.
방글라데시를 포함한 많은 나라들이 '골든라이스'를 양산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필리핀의 실험은 중요한 사항이죠.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했던 말이 어디 있는지 소스를 잘 못 찾겠네요. 그랬다죠?
"골든라이스? 그게 무슨 문제야. 이미 옥수수니 콩이니 다 그런 것 수입해서 수십 년을 먹어 놓고?"
전북대학교 김태호 교수는 우리나라 식량위기 극복을 가능하게 했던, '통일벼'에 대한 논문에서, 'IR667'이라는 계통명 뒤에 이런 부제를 붙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과학이 정치를 만나다"
김태호 교수는 식량작물에 관련된 과학이 그 성공을 맞이하기 위해서, 정책과 정치의 중요성이 있다는 점을 간파했고, 그것은 통일벼뿐만 아니라, 통일벼를 가능하게 했던 국제벼연구소(IRRI)의 'IR8'의 탄생에서도 미국 정부와 록펠러, 포드 재단의 역할에서도 읽어냈습니다.
'골든라이스'도 빌 앤 멜린다게이츠 파운데이션이 국제벼연구소와 오랫동안 협업한 결과죠. 대표적 식량 작물인 쌀이 LMO를 과학기술적으로 '문제없음'은 오랜 기간 동안 증명되어 온 사실로 보는 것이 정설입니다. 그러나, 왜 그게 이토록 어려운 일이었을까요?
LMO 사용을 국가 단위에서 규정하는데, 국가의 주권이 그 나라의 국민에 있느냐, 아니면 다른 것에 있느냐 하는 논쟁이 뒤에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과학기술적 판정, 생태학적 판정은 이미 끝난 논쟁에 가깝고, 그에 대한 제도도 잘 정비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오해하면 안 됩니다. 과학기술적으로는 우리 미래를 위하여 끝없이 투자를 해야 합니다. 과학기술 이외의 논쟁은 우리 정부가 잘 판단할 수 있도록 정치적 관점에서 국민들이 잘 판단하면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온 세상이 다 적용하고 있는 기술을 혼자만 갖지 못한 채, '생명과학의 갈라파고스'와 같은 나라가 되고 말 것입니다. 이인규 대표의 특강에서 등장했던 예화처럼, 산업혁명을 이루고도 자동차에 대한 규제를 너무 심하게 해서, 후발주자였던 독일과 미국에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을 홀라당 뺏겨버린 영국처럼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