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길은 로마로 통하고, 살아있는 모든 것은 인도길로 통한다
인도에 온 지 한 달이 지나고 있습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 영어에 낯선 동선과 사무실 구조에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인도에서 가장 먼저 들어오는 것은 길, 도로였습니다. 인도는 차도 인도로 다닌다는 우수개소리도 있지만 차선도 없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중앙선 무시, 우회전 차선 무시, 회전 로터리에서 서로 가겠다고 범퍼를 들이밀며 빵빵 경적소리가 온 하늘을 덮기도 하고 심지어는 역주행하는 차들도 있습니다. 도로를 이용하는 대상을 보면 가히 기도 차지 않습니다. 차는 기본이고 오토바이, 자전거, 리어카, 오토릭샤, 사람들, 소, 돼지, 개, 비둘기 등등 살아있는 것은 모두 도로를 이용하는 것 같았습니다. 가끔 물난리가 났을 때는 물고기도 이용한다고 하니, 가히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길을 이용하는 것 같았습니다.
한 달 동안 지켜보면서 우리나라와는 다른 점이 많이 들어오더군요. 우리나라는 길을 이용함에 있어서 하지 말라는 금지사항이 많습니다. 신호위반 금지, 과속금지, 유턴 금지, 고속도로에는 이륜차나 오토바이 출입 금지, 야생동물 출입금지 등등 제한하고 막고 금지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인도의 도로는 하지 말라는 것 없이 자연이 그러하듯이 도로를 이용하는 객체 스스로 알아서 하라는 것 같았습니다. 스스로 잘 끼고, 피해 가고, 무단행단도 역주행도 유턴도 눈치껏 하고, 자전거에 짐을 가득 싣고 4차선 넓은 도로의 1차선으로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소가 도로를 지나가도 경적도 울리지 않고 기다리는 여유도 있었습니다. 급하게 어디를 가야 하는데 엄마소, 아빠 소, 아들 소 세 식구가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도로를 점령하여 차가 막혀 있는 것을 보면 열불이 터질 지경입니다. 운전하는 것도 가관입니다. 조그만 틈이 보이면 바로 들이밀고, 2개 차선에 4대가 가는 경우도 있고, 무늬만 중앙선에 반대차선이 비어있으면 역주행도 불사하고 신호 무시는 일상다반사입니다. 경적이 주된 소통수단으로 고막이 터지는 것 같았습니다. 경적은 주위보다는 어서 비키라는 표시고, 쌍 라이트는 생활화가 되어 거의 상향등을 켜고 다니고 있었습니다.
모든 길은 로마도 통한다.라는 말처럼 도로의 목적은 사회적 자본으로 사람과 물자를 이동하고 통제와 편리함을 상징하지만, 인도의 길은 살아있는 모든 것이 자유롭게 이용하는 가장 원초적인 기능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는 빠르게 도로를 이동하는 대가로 한 해에 3천여 명, 하루 평균 약 8.4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인도도 교통사고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한 해에 약 5천 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하여 우리나라보다 건수는 많지만 인구수(00배)와 면적(00배)을 감안하면 적은 편입니다. 또한 노면이 울퉁불퉁하고 크고 작은 싱크홀도 많으며, 중간중간 턱도 많아서 대부분 시속 60km 이하로 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도시 외곽도로를 가다 보면 중간에 포장되지 않은 부분도 있고 사람이나 동물이 무단횡단도 많습니다. 차를 타고 가다 보면 서로 차에서 내려서 티격태격하고 창문을 열고 삿대질하며 언성을 높이며 싸우는 것을 보면 자동차가 주는 신속함과 편리함에 인도도 서서히 물들어 가는 것을 보고 그러면 그렇지 하는 회심의 미소도 지어지더군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터스텔라라는 영화를 보면 인류 생존을 위하여 사람이 살만한 행성을 탐사하게 되는데 중력에 따라 시간의 속도가 다른 행성이 있습니다. 밀러 행성의 경우 1시간이 지구의 7년이란 시간으로 3시간을 탐사하는데 실제 시간은 21년이 흘러갑니다. 한국에서 제가 보낸 시간이 밀러 행성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인도에서의 삶은 어쩌면 느려 터지다 못해 엉금엉금 기어가는 삶의 방식이 아닌가 합니다.
그러면서도 절대 바쁘지 않은 삶이고 어쩌면 우리가 빨리 사는 것이 삶의 풍요나 되돌아보는 길 없이 마지막 종착지를 향해가는 빨리 삶을 마감하기 위해서 살고는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 달 이라는 짧은 기간에 차 밖의 몸으로 느끼고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차 안에서 바라본 편협된 생각인 것 같아 부담스럽습니다. 하지만 막상 한 달을 살아보며 인도의 길을 보니 앞으로 인도살이의 속도와 방향을 정하는 데 좋은 것을 발견한 것 같습니다.
방향을 잡고
천천히
느긋하고
자연스럽게
21년 9월, 인도에서 소전(素田)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