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인도살이-스물네 달 차(23.8월)

인도 음식 이야기

by 소전 India Apr 01. 2025

인도살이 2년이 지나가지만 인도 음식은 아직도 어렵습니다. 우리나라는 인심이 후하고 먹을 것이 풍부합니다. 육해공을 넘나드는 다양한 식재료와 조리법으로 입에 착착 감기고 군침이 도는 음식을 요리해 냅니다. 지역별로 특색 있는 음식들이 많고, 현지에 가지 않아도 이곳저곳 음식점이 있어 어디를 가도 미식을 맛볼 수 있습니다. 13억이라는 세계 최대의 인구와, 우리나라의 서른 배가 넘는 넓은 국토를 감안하자면 인도 음식은 조금 야박한 편입니다. 단순하고 척박한 인도 음식의 맛을 생각하면 인도에서는 먹기 위해서 살기보다는 살기 위해서 먹어야 합니다. 지방 출장이나 여행을 가면 인도 음식만으로는 3일을 버틸 수 없더군요. 중간에 스파게티나 피자를 섞어 먹어도 3일이 지나면 식욕도 뚝 떨어지고 배가 부르게 먹었다 싶어도 평소의 활력이 돌아오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여행 중에 맛집을 탐방했던 추억이 떠오르고, 횟집에서 즐기는 풍성한 해산물과 고깃집에서 먹는 부위별 별난 맛이 머릿속을 맴돌며 입맛을 다시게 합니다. 집에 돌아오면 반드시 얼큰하게 김치찌개를 끓여 밥과 같이 먹는 것으로 고단함과 허기를 이기고 있습니다.


[고기와 생선회의 부존재] 

인도와 한국의 음식문화에서 가장 큰 차이점은 소고기와 돼지고기가 없다는 점입니다. 종교적, 관습적 이유로 소고기와 돼지고기의 도축이 금지되고, 어떤 주에서는 유통, 보관조차도 불법화한 경우도 있습니다. 최근 인도의 한 유투버가 델리에 있는 한국 식당에서 소의 혀 요리를 주문하여 먹는 방송을 하다가 힌두교도 변호사에게 적발되어 경찰에 고발당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경찰들이 한국 식당을 급습해 메뉴와 재료 샘플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만약 도축이 합법인 물소(Buffalo) 고기였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일반 소고기였다면 징역형이 구형될 수 있겠습니다. 단순 먹방이었는데도 소고기를 먹는 행위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가 봅니다.


소와 돼지를 활용한 음식종류는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습니다. 한국에 살며 갈빗살, 등심, 목살 등 각종 부위 구이부터 족발, 내장탕, 순대, 머리 고기, 육회, 샤부샤부 등등 정말 다양한 음식을 먹어왔지만 이러한 음식들은 인도에서 찾아볼 수 없습니다. 양고기와 닭고기가 유통되지만 가격에 비해 품질과 신선도가 좋지 않습니다. 고기처럼 비싼 물건이 아니면 채소 같은 저가의 물품은 가격보다 운송비용이 더 크기 때문에 냉장냉동유통(Cold Chain)이 발달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생선회나 해산물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크랩이나 새우는 해안지방에서 항공운송을 통하여 델리로 오는 경우는 있지만 가격이 비싸고 운송 과정에 대해 신뢰할 수 없기에 선뜻 구매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또한 시장에서 들리는 Y통신에 의하면 인도는 포르말린 사용이 불법이 아니기 때문에 신선하게 보이기 위하여 몰래 포르말린을 뿌린다는 말을 듣고 더욱 거부감이 들었습니다. 가끔 한국 식당에서 노량진 시장에서 항공으로 공수해 오는 생선회를 맛볼 때도 있지만 한국의 활력 있는 시장에서 살아있는 생선회를 먹는 맛은 정말로 잊기가 어렵습니다.

인도의 소 도축 금지지역(푸른색), 케랄라와 일부지역만 도축이 합법(출처:hinduexistence.org)인도의 소 도축 금지지역(푸른색), 케랄라와 일부지역만 도축이 합법(출처:hinduexistence.org)


[향신료의 천국 –13억 개의 마살라] 

2008년 5월 한-인도 CEPA 협상 차 인도에 처음 방문했을 때의 일입니다. 출장 온 일부사람들은 인도 향신료 냄새만 맡으면 식욕이 사라져 현지식 대신 한국에서 공수한 컵라면을 즐겨 먹었습니다. 저는 인도음식이 선뜻 당기지는 않았으나 호기심으로 여러 종류의 음식을 맛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가끔은 목에 걸리고 익숙지 않은 식감이 느껴진 음식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살짝 들었습니다. 이유를 알고 보니 ‘마살라’라는 독특한 향신료가 원인이었습니다. 저도 마살라에 대해서는 적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마살라는 말린 향신료 가루 또는 그에 곱게 간 생강이나 마늘을 섞어 분말형태로 만든 혼합향신료입니다. 북인도보다 남인도에서 더 고운 분말형태로 사용한다고 합니다. 향신료를 서너 가지부터 많게는 수십 가지로 배합해서 만든 마살라는 13억 인구에 13억 개의 마살라가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다양하고 독특한 맛을 가지고 있습니다. 강황을 예를 들면, 종류도 많고 지역별로 토질과 생산품질이 달라 맛이 조금씩 다르다고 합니다. 그 지역의 특색과 개인의 취향으로 향신료를 혼합해 만들어 옆집과 카레 맛이 서로 다르기도 합니다. 


다양한 마살라 중에서 인도에서 널리 알려져 있는 마살라 4종입니다.

  ㅇ 가람 마살라(Garam Masala, 맵고 뜨거운 맛, 후추+월계수 잎+카디멈+고수+회향),

  ㅇ 탄두리 마살라(Tandoori Masala; 탄두리 치킨에 사용, 커민+고수씨+칠리+생강),

  ㅇ 사모바르 마살라(Sambar Masala ; 채식위주 삼바르 제조용 마살라, 후추+커민+겨자씨+칠리)

  ㅇ 차트 마살라(Chaat Masala; 인도의 길거리 음식에 사용, 검은소금+망고+가루+후추+고수씨)


  무더운 날씨를 이기기 위해 향신료를 먹었다고 합니다. 또한 인도사람은 모기를 잘 물리지 않는데, 이것도 향신료 덕분이라고 합니다. 동남아에서 고수를 많이 먹는 것도 모기가 잘 달라붙지 않는 성분이 있어서라고 합니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카레와 커리] 

인도에 살면서 한국 친구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 인도는 맨날 카레만 먹고사느냐는 질문입니다. 카레와 커리처럼 국제무역과 정세에 얽혀있는 희한한 음식도 없는 것 같습니다. 커리의 어원은 커리의 어원은 남인도의 한 향신료를 지칭하는 말이며, 타밀어로 카리(கறி ) 라고 합니다. 타밀어도 여러 종류가 있어서 조금씩 뜻은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향신료를 첨가한 국물요리'를 뜻하는 말입니다. 힌디어로는 '꺼리', 벵골어로는 '까리', 혹은 '꼬리'(tail)라고 발음하기도 합니다. 영국이 인도를 지배하면서 인도산 커리를 영국식 스튜(국물)요리에 접목을 하였고 이를 일본이 배워가서 일본식 커리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전통이 이어져서 지금도 일본 해상 자위대는 매주 금요일에 커리를 먹고 있다고 합니다. 일본식 카레가 우리나라에 도입되면서 카레라이스가 만들어졌고, 향신료도 조금 부드럽게 조절하고 감자나 당근 등을 넣어서 간편하게 먹는 요리로 발전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커리’가 아닌 ‘카레’로 등재되어 있습니다. 카레의 뜻은 아래와 같습니다.  

강황(薑黃), 생강, 후추, 마늘 따위를 섞어 만든 맵고 향기로운 노란 향신료. 카레라이스 따위의 요리를 만들 때에 쓴다

인도 요리의 하나. 고기와 감자, 양파 따위의 채소를 넣어 익힌 국물에 카레 가루와 밀가루를 섞어 되직하게 끓인 것을 쌀밥에 얹는다. = 카레라이스

일본식 커리 (출처 : 위키피디아)일본식 커리 (출처 : 위키피디아)


실제 인도에 커리 음식이 많습니다. 우리나라의 찌개처럼 일상화된 요리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부대찌개, 김치찌개, 된장찌개 등등 우리나라에도 수많은 종류의 찌개가 있고, 그 내용물이 지역마다 다른 것처럼 인도 커리도 수많은 종류가 있습니다. 다만 메뉴에는 커리라고는 표기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간단하게 몇 가지만 알아도 응용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치킨 마크니(마크니는 버터)로 직역하면 버터 닭고기로 닭고기 + 버터 + 토마토 소스+가람마살라 등), 치틴타카 마살라(타카는 조각이라는 뜻), 달 마크니(달 = 콩) 버터 콩 커리, 이외에도 요구르트 등을 넣은 코르마, 고추를 넣어 매운맛을 내는 빈달루 등등이 있습니다. 커리를 주문할 때면 채소인지, 육류인지 확인을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인도 커리 종류 (출처 : 위키피디아)인도 커리 종류 (출처 : 위키피디아)


2014년에는 인도사람들이 커리 때문에 화가 난 사건이 있었습니다. 커리 종주국인 인도에서 일본 식품회사에 근무하는 일본인 2명이 카레 특허권을 출원했기 때문입니다. 특허신청서에는 손쉽게 요리할 수 있는 카레요리 창안자라고 소개를 했다고 합니다. 인도는 커리의 종주국으로 여러 가지로 대응책을 냈다고는 하는데 결과는 신통치 않은 것 같습니다. 원조로서 종주국도 중요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인도 커리는 걸쭉하게 만들어서 난이나 짜파티 등 밀가루나 쌀로 만든 빵을 찍어 먹는 용도로 적합하고, 일본 커리는 부드럽고 달콤하게 만들어서 쌀에 비벼먹는 방법으로 좋은 듯 합니다. 인도에 있는 일식집에서 파는 카레요리가 오히려 인도 커리보다 더 제 입맛에 맞는 것 같습니다.


[상다리가 부러지게~~ 한 상 차리기] 

우리나라의 풍성하고 상다리가 부러지게 한 상 차려내는 것이라면, 인도는 음식에 정성을 담아내는 것 중요하다고 합니다. 물론 정성을 담아내는 방법도 여러 가지이지만, 주로 그 지역의 생산되는 식재료를 중심으로 유서 깊은 전통음식을 많이 내놓은 것 같습니다. 생전 처음 맡아보는 향기도 있고, 처음 맛보는 음식도 있다고 합니다. 채식주의자가 많은 인도에서는 채식 자체로 음식 맛을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고기나 회가 주는 살살 녹는 맛을 야채에서 만들기는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인도 고위공무원을 모시고 한국에 갔던 적이 있었는데, 모두 채식주의자이다 보니 음식점 고르는 것도 한계가 있어 콩으로 모든 음식을 만드는 비건 식당을 정하게 되었습니다. 간단한 샐러드와 햄버거를 주로 먹는 것을 보고 많이 놀란 적도 있습니다. 대신 식사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정말 오랫동안 이어집니다. 원래 한국 사람들의 식사속도가 빠르지만, 막상 인도에 와보니 그 속도차이가 많이 납니다. 보통 인도 가정집에 초대를 받아 가면 대부분 식사가 9시 넘어서 나오고, 그 시간도 11시가 넘어 끝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시간도 그렇지만, 식사 후 먹는 디저트도 어마어마합니다. 약간 건조한 음식이 많다 보니 달달한 종류의 디저트가 많고, 식전 요리부터 메인코스, 그리고 디저트로 이어지는 긴 식사시간을 중요시하고 의미를 많이 두는 것 같습니다. 식사시간이 길다 보면 많은 대화가 필요하고, 먹는 것이 아닌 교류의 장이 되는 인도 음식문화가 조금 부럽기도 합니다.


[인도음식  접해보기] 

인도에 와서 가장 그리운 것이 뜨끈한 해장국입니다. 순댓국, 돼지국밥, 선지해장국 등 여기는 더운 날씨에 쉽게 상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국과 같은 종류는 거의 없습니다. 대용으로 과음을 한 다음날에는 hot & sauer 수프를 먹습니다. 새우와 닭고기 두 종류가 있는데 저는 주로 닭고기를 넣어서 먹습니다. 보통 미국의 치킨 스프라고 보시면 됩니다. 마살라 향이 없는 인도음식을 먹기에는 난과 달 마커니 조합도 좋습니다. 난에도 마살라를 뿌리기는 하지만 화덕에 구우면 냄새가 없어지기 때문에 무난하고,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달 마카니(버터를 넣어 끓인 콩)를 찍어서 먹으면 우리나라 부침개 먹는 맛과 비슷합니다. 인도는 밀이 생산되기 때문에 무척 맛있습니다.

대형 가족난(실제 5명이 반도 못 먹음, 필자 직접 촬영)대형 가족난(실제 5명이 반도 못 먹음, 필자 직접 촬영)


ITC 호텔에 있는 북인도 음식을 대표하는 식당 '부카라'에서 ‘가족난’이라고 5-6명이 먹을 수 있는 대형난을 팔고 있습니다. 한국 여행객들은 많이 가지만, 현지 사람들은 가성비가 좋지 않아 선호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또 남인도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도사(DOSA)도 추천합니다. 도사는 쌀가루를 반죽하여 얇게 구운 것으로 우리나라 누룽지와 비슷합니다. 둥글게 말아서 안에 마살라, 감자, 토마토 등 야채를 익혀서 나오게 됩니다. 마살라가 싫으시면 주문할 때 빼달라고 하면 담백한 남인도의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여기에 조금 더 나가면 맥주 안주로 ‘탄두리 치킨’도 추천합니다. 닭고기에 탄도리 마살라를 발라서 구운 것으로 우리나라의 굽네치킨과 비슷하지만, 마살라에 무엇을 넣었는지에 따라 맛도 천차만별입니다. 그래도 닭고기의 풍미는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식당에는 밥(steamed rice)을 주로 팝니다. 한국에서도 인도 음식점이 많이 생기고 인기가 점점 올라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인도를 알아가는 방법에 음식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별한 메뉴가 떠오르지 않는다면 인도식 카레요리 어떤가요?  


2023년 8월, 인도에서 소전(素田) 드림 _()_

작가의 이전글 인도살이-스물세달차(23.7월)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