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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살이-스물여섯달차(23.10)

인도의 공휴일(Holiday)

by 소전 India Apr 01. 2025

직장 생활의 즐거움은 휴일, 특히 연휴가 주는 행복입니다. 추석이나 구정연휴 이외에 긴 휴일의 향연은 정말 꿀맛입니다. 인도도 쉬는 날이 있고, 연휴도 있지만 쉬다 보면 늘 2% 부족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우선 한국에서 맞는 추석과 구정 등 설 명절이 없습니다. 차가 밀려 힘들어도 고향이 주는 푸근함과 가족들이 주는 정겨움은 아쉽기만 합니다. 인도살이 두 해를 넘어 같은 휴일을 경험하다 보니 생소했던 휴일이 조금씩 들어오고 쉬는 날의 유래와 전통을 알아가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지난 10.24일(화)은 두세라(Dussehra)로 아파트 옆 공터에 커다란 천막을 세우고 노래에 맞춰 인도 사람들이 흥겹게 춤을 추며 축제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두세라는 인도의 대서사시 ‘라마야나’에서 유래했고, 고대 왕국 라마(Rama)왕의 부인 시따(Sita)가 스리랑카의 악마 왕 라바나(Ravana)에게 납치 당한 부인을 구하기 위하여 떠나는 모험을 그리고 있습니다. 10일간의 전투에서 마지막 날에 라마왕이 라바나를 죽이고 부인의 구출에 성공합니다. 두세라 축제는 라마왕이 라바나와의 싸움에서 승전한 것을 기념하는 날로 남부 지역에서는 라바나의 형상을 한 커다란 인형을 태우는 행사도 열린다고 합니다. 두세라 축제가 착한 신이 나쁜 신을 물리쳐 악을 없앤다는 의미는 같지만 인도의 주마다 다양하게 응용하여 즐긴다고 합니다. 

[지역마다 다른 휴일]

우리나라 공휴일은 단순하지만 인도의 휴일은 이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달력 하나로 모두 알 수 있지만 인도는 각 주마다 공휴일을 다르게 정하여 운용합니다.

인도 하리아나 주정부의 공휴일 리스트(출처 : 주정부 홈페이지)인도 하리아나 주정부의 공휴일 리스트(출처 : 주정부 홈페이지)

인도가 28개 주와 8개 직할 정부로 이루어졌으니, 쉽게 말하면 인도 안에는 36개 지역에서 서로 다른 공휴일이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우리나라가 다음 해의 공휴일을 공휴일에 관한 법을 기반으로 제정하듯이, 인도도 각 지방정부와 직할정부가 다음 해의 공휴일을 공포합니다. 이를 법정 공휴일(governmemt 또는 gazetted holiday)이라고 부릅니다. 그림에서 보듯이 제가 살고 있는 하리아나 주(State of Hyrana)의 2023년 휴일 목록입니다. 그렇다고 각 주마다 아주 다르게 운용하지는 않습니다. 우리나라 5대 국경일인 삼일절(3월1일), 현충일(6월6일), 제헌절(7.17일), 광복절(8월15일), 한글날(10월9일)처럼 인도도 공화국의 날(Republic Day,1월26일), 독립기념일(광복절 8월15일), 간디 탄생일(10월2일)이 있습니다. 모든 주 정부와 직할 정부가 의무적으로 쉬어야 하는 날입니다. 여기에 주마다 특정한 날을 정하여 법정 공휴일을 선포하고 있습니다.

그림은 2023년도 제가 살고 있는 하리아나주의 정부 지정 공휴일입니다. 일요일과 토요일 모두 쉰다고 되어 있다고 하는데, 아직 다른 주는 토요일에 근무하는 주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기업이 많이 진출한 우트라 프라데시주 노이다 지역의 경우에는 토요일을 격주로 쉬는 때도 있고, 토요일에 정상적인 근무를 하는 주도 있습니다. 공휴일을 보면 인도의 3대 국경일이 모두 포함되어 있습니다. 11.1일이 조금 재미있습니다. 하리아나주 창립일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저는 하리아나주에 거주하고 있지만, 회사는 델리에 있어 아쉽지만 출근해야 합니다. 법정 공휴일 이외에도 은행이 문을 닫는 날을 표기한 Bank holiday도 운용하고 있고, 각 회사 대표가 정하는 회사 휴일도 있습니다. 혹시 인도에 출장이 예정되어 있다면 해당 주의 휴일 정보를 사전에 알고, 추가로 방문할 업체의 휴일을 미리 파악하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대사관과 기업의 공휴일]

주인도에 대한민국 대사관의 휴일은 어떻게 정해질까요? 대부분 제가 알고 있는 한국의 지인들은 한국 휴일과 인도 휴일을 모두 쉰다고 생각하고 있더군요. 이렇게 된다면 정말 좋겠지만, 우리나라 5대 국경일과 인도의 휴일을 정하여 대사가 정하게 되어 있습니다. 대사관 홈페이지를 방문하시면 해마다 휴일을 정하여 공고를 하고 있습니다. 인도 대사관이 델리에 자리 잡다 보니 델리 연방정부의 휴일을 고려하여 고시하고 있습니다. 주인도 대한민국 대사관의 2023년도 휴일은 전체 20일로 조금 적은 편입니다. 인도는 대사관 이외에 뭄바이와 첸나이에 두 곳의 총영사관이 있고 당연히 총영사관의 휴일도 해당 지역 정부의 휴일에 맞추어 별도로 지정, 운영하고 있습니다. 뭄바이 총영사관의 휴일을 보면 28일로 무려 8일이 많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인도 최대의 축제인 디왈리 휴일을 보면 인도의 다른 휴일과 대사관의 휴일을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가 있습니다. 인도 대사관은 11월 12일 그것도 일요일 하루가 휴일이지만, 뭄바이 총영사관은 11.14일과 11.15일 이틀을 더 쉬게 되어 있습니다. 아마 뭄바이가 속한 지역의 주 정부가 디왈리 축제를 더 중요하여 휴일을 더 지정한 것 같습니다. 대사관 휴일은 휴일을 지정한다기보다는 민원, 영사 업무 등 정상 근무를 하지 않는 것을 공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주인도 대한민국 대사관(델리) 공휴일과 뭄바이 총영사관 휴일 주인도 대한민국 대사관(델리) 공휴일과 뭄바이 총영사관 휴일 


인도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의 휴일은 어떨까요? 대사관과 마찬가지로 인도 대사관 휴무일과 인도의 휴일을 고려하여 조금 더 탄력적으로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가령 디왈리 축제가 11월12일 일요일로 지정되어 11월 10일(금)부터 11월 14일(화)까지 연휴를 지정한 회사도 있고, 남인도의 경우에는 일주일 전체를 쉬는 회사도 있다고 합니다. 당연히 학교도 서로 다릅니다. 해당 주 정부의 휴일을 고려하여 교장 선생님이 정하기 때문에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인도의 휴일이 정부별, 은행별, 학교별, 대사관별로 서로 달라 복잡하게 보일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나름 각자 현지 사정에 맞게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것을 보면 거대 인도를 움직이는 다양성과 합리성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종교와 축제의 휴일]

인도 휴일을 보면 국경일을 제외하면 대부분 종교와 관련된 휴일이 대부분입니다. 인도 대사관의 기준을 보면 20일 중에서 종교 관련 휴일이 14일입니다. 이중 힌두교가 5일, 이슬람교가 4일, 기독교가 2일, 자이나교 1일, 시크교 1일, 불교 1일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힌두교와 관련된 휴일은 홀리(3월8일), 라마신 탄생일(4월4일), 힌두신 크리슈나 탄생일(9월7일), 힌두교 두세라(10월24일), 힌두 빛의 축제 디왈리(11월12일)로 5일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화려하고 시끄러운 축제의 현장이 어색했으나, 두 해를 경험하다 보니 익숙해져서 음악의 박자에 맞춰 흥도 생기는 것을 보면 조금씩 현지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신도들의 비율로 본다면 힌두가 대략 80%로 압도적이고 이슬람교가 14% 내외로 적지만 이슬람교의 공휴일도 4일도 많이 대우해주는 것 같습니다. 라마단 종료일(4월22일), 희생절(6월29일), 이맘 후세인 순교 기념일(7월29일), 예언자 모하메드 탄신(9월28일)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기독교도 부활절(4월7일)과 성탄절(12월25일)을 공휴일로 지정하고 있고,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조금 생소한 자이나교 시크교도 각각 자이나교 마하비라 탄생일(4월4일)과 시크교 구루 나낙 탄생일(11월27일)을 공휴일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불교의 공휴일이 조금 의아합니다. 불교의 발원지임에도 석가 탄신일(5월5일) 하루만 지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불교 신자가 남인도 일부에 한정되어 있고 신도 수도 0.7%로 현재의 인기를 반영한 것 같습니다.

 

[인도 휴일의 아쉬움] 

인도 직원에게 휴일에 대하여 몇 가지 물어보니, 휴일은 좋은 것이라는 사실은 국가를 떠나 현재를 사는 모든 직장인의 행복이었습니다. 본인이 믿지 않는 종교의 공휴일에는 주로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본인이 믿는 종교의 휴일에는 바쁘게 다니면서 직접 참여하고 즐겁게 지내고 있다고 합니다. 인도의 휴일도 좋지만 아쉬운 것이 몇 가지 있습니다. 추석과 구정 명절이 없는 것은 사는 것이 달라 쉽게 받아들일 수 있지만 대체 휴일이 없다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인도 공무원들을 만나는 틈틈이 대체 휴일을 설명하고 인도 현지 사람들에게 설명하지만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워낙 주별로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는데, 여기에 대체 휴일까지 적용한다면 많은 혼란이 예상됩니다. 저와 같이 봉급을 받는 사람으로서는 좋은 일이겠지만, 반대로 경영자의 처지에서는 곤란한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또 아쉬운 점은 너무 종교에 편중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의 한글날, 식목일(지금은 없어졌지만), 국군의 날(역시 쉬지 않음) 등 얼마나 훌륭한 공휴일이지 않은가요? 휴식을 주는 즐거움도 있지만 특정한 날을 정하여 그 뜻을 기리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ㅎㅎㅎ) 지금 인도는 디왈리 축제 준비에 분주합니다. 가로수에 전등을 달고, 아파트의 베란다에 형형색색 불이 깜박이고 있고 집안 여기저기도 화려한 장식을 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저도 전등으로 집안 장식도 하고 디왈리를 직접 체험하고 느낄수 있도록 조금 더 인도스럽게 보낼 계획입니다. 끝. 


2023년 10월 인도에서 소전(素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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