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축제 - 디왈리(Diwali)
빛의 축제, 인도에 와서 세 번째 디왈리를 보냈습니다. 디왈리는 힌두교 최대의 축제이자 명절입니다. 인도 전역에서 다양한 축제가 있습니다. 온 가족이 모여서 힌두교 신들을 경배하고 선물을 나누며 연휴를 보냅니다. 우리나라 추석처럼 결실의 감사와 힌두교의 새해를 맞이하는 행사로 인도 전역에 걸쳐 다양한 축제와 행사가 있습니다. 디왈리 기원은 여러 이야기와 전설로부터 유래되었습니다. 가장 유명한 전설 중 하나는 래마야나(Ramayana)라는 고대 신스크리트 서사시와 관련이 있습니다. 래마야나에 따르면, 인도의 왕 라마(Rama)가 아내 시타(Sita)와 동생 라크샤만(Lakshmana) 그리고 신들의 화신인 한두마(Hanuman)과 함께 14년 동안 숲에서 추방 생활을 하였습니다. 그 후, 라마는 악마 왕 라바나(Ravana)를 물리치고 아요디야(Ayodhya)로 돌아오는데, 이는 빛과 승리의 상징으로 간주됩니다. 또 다른 전설은 크리슈나(Krishna)와 그의 아내인 사티야바마(Satyabhama)가 아수라(Asura)로 알려진 악마 난다(Narakasura)를 물리쳤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축제는 난다를 물리친 승리를 기념하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디왈리는 또한 빛과 지식의 승리, 악이 아닌 선의 이기는 것, 새로운 시작과 성공을 상징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축제 기간 동안 사람들은 집 안과 밖을 등불과 전구로 장식하고, 초콜릿과 스낵을 공유하며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냅니다. 또한, 상호간의 선물 교환과 사회적인 모임이 이루어집니다. 왕이 귀환이 이루어졌다는 북부 우타르 프라데시주의 도시 아요디아(Ayodhya)의 사류 강(Saryu River)에서는 해마다 성대한 축제가 열리고 있습니다. 흙으로 만든 등불인 디야스(Diyas)를 뛰우는 행사로 2019년에는 40만개로 기네스북에 등재가 되었습니다. 금년에는 220만개의 디야스를 밝혀 기네스 기록을 갈아치었다고 합니다. 2019년 사진도 놀랍지만 4배 이상 많아진 올해 사진도 예술입니다.
21년도 첫번째 디왈리는 벵갈루루 출장, 22년도는 한국 출장을 다녀오면서 대충 지나갔습니다. 올해는 인도살이 3년차를 맞이하여 나름 축제를 즐겨보자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인터넷을 뒤지면서 전등도 보고, LED등도 달고 전선이며 장식할 생각에 부풀었다가 출장이 많아지고 방해꾼들이 나타나면서 다 틀어져 버렸습니다. 가족들과의 약속도 머슥해졌고, 올해도 쓸쓸히 보내는가 싶었는데 깜짝 놀랄 일이 일어났습니다. 앞집에 사는 가족들이 랑골리(화려한 전통 문양의 바닥 장식)를 우리 집 복도까지 설치하고 촛불도 밝혀주는 것이었습니다. 2주일 전부터 우리 집 건너편 복도에 LED반짝등만 달아서 이제 슬슬 디왈리가 시작되었나 싶었는데 축제 전날에는 예쁜 랑골리를 복도 양 편에 모두 장식으로 해주었습니다. 집사람 말에 따르면 원래 자기집 쪽만 장식을 하다가 썰렁한 우리 집 복도를 보고 공사를 배로 늘렸다고 합니다. 출퇴근 하면서 랑골리를 보면서 이웃 분들의 따뜻한 마음으로 편안한 디왈리를 보낼수 있었습니다.
인도살이에서 디왈리를 전후로 변하는 것이 많습니다. 우선 디왈리가 시작되었다는 것은 월동 준비의 신호탄입니다. 나는 새도 떨어지는 더운 나라에서 무슨 월동 준비냐고 반문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인도 겨울이 한국 겨울에 비하여 영하권 온도는 아니지만 나름 혹독합니다. 12월과 1월, 짧은 두 달이지만, 집안이 더위를 막기 위하여 설치한 대리석에서 강력한 한기가 뿜어져 나옵니다. 두 달만 버티면 된다는 생각으로 아무런 월동장비가 없습니다. 침대에 전기장판을 깔고 전기난로를 준비하고, 보온 물 주머니와 핫팩도 준비합니다. 여름 옷을 정리하고 침구를 바꾸고 패딩을 챙기게 됩니다. 월동 준비와 더불어 인도살이의 가장 힘든 스모그에 대한 대비도 필요합니다. 디왈리 축제 기간에 불을 밝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축포를 쏘는 것도 큰 일입니다. 밤새 쏘아 올리고 번쩍거리고 매캐한 화약 연기가 코를 찌릅니다. 신이 축포소리를 들으면 냅다 도망을 갈것 같은데, 힌두교 신들은 그렇지가 않은가 봅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디왈리 전후로 거의 900에 가까운 AQI지수고 나왔고, 이후로 뿌연 안개와 매캐한 연무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올해는 정부에서 환경오염이 적은 친환경 소재의 폭죽만 사용하도록 권고했다고 하지만, 가격이 두 배 이상 비싸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자연적인 온도 하강으로 생기는 안개에 더하여 자동차 매연, 그리고 화력발전소 매연, 추위를 이기기 위한 빈민가에서 타이어를 태우는 등 생활 매연까지 합쳐지게 됩니다. 또한 델리 지역이 분지 지형이라 바람이 불지 않는 날이면 매연이 차곡차곡 쌓이는 효과까지 생기면서 우울한 날의 연속되기도 합니다. 월동 준비는 온도를 높이고 옷을 껴입으면 되지만, 스모그는 정말 어찌할 도리없이 문틈을 막고 청정기를 곁에 두고 허걱허걱 사는 것이 힘겹습니다.
디왈리 전후로 사람들의 태도 변화도 눈여겨 볼만합니다. 경비원들이나 서빙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대목처럼 소중한 기간입니다. 큰 명절이다 보니 사람들 씀씀이도 커지고, 여기저기 팁도 많이 주고 한몫 챙기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디왈리 한달 전부터 평소와는 다르게 큰 소리와 몸짓으로 인사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납니다. 가방까지 들어주고 자상한 모습을 보여주며 친절의 끝판왕을 보여줍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에는 장부를 하나 만들어서 집에 방문하여 자율 금액을 기재하고 납부하는 방식입니다. 돈을 모아서 고생하시는 분들에게 선물을 주는 갹출 방식이었습니다. 이외에도 사무실 청소하는 분들, 식당, 골프장 캐디 등등 도움을 주는 사람들에게 간단한 선물을 줍니다. 저는 디왈리 당일에 백루피 지폐(한국돈 1,500원)를 준비하여 만나는 사람마다 주었습니다. 인도에 살면서 그들의 축제에 끼지는 못하지만 그들에게 조그만 기쁨을 주는 것으로 만족했습니다. 문제는 디왈리 선물을 주고받는 happy time이 지나가면 다시 딱딱한 자세로 돌아온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의 변화에 조금 당혹스러웠지만, 일 때문에 가족들과 같이 보내지 못하는 서러움을 생각하니 이해가 되었습니다.
디왈리 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사는 지역이나 남녀노소를 떠나 모든 사람들이 디왈리 출제를 즐기는 것이었습니다. 현지 직원들에게 디왈리에 대하여 물어보니 다들 가족들과 만날 생각에 들떠 있었고, 10시간이 넘는 귀경길을 마다하지 않고 가는 것을 보고 우리나라나 인도나 가족들에 대한 사랑은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스모그로 어렵고 힘들지만 나름 다들 행복한 모습으로 축제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앞 집 할아버지, 아버지, 손자 손녀 등 온 가족들이 오손도손 모여서 꽃잎으로 랑골리 장식을 하고, 등불을 밝히고 기도하는 모습을 보면서 인도의 새로운 면을 보았습니다. 디왈리 축제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지만, 그 기원을 인더스 문명까지 거슬러 가는 것을 보고 놀라웠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단군 신화를 지금까지 계승한다는 것인데 인도의 역사를 보면 만만치가 않습니다. 많은 이민족이 침입하였고, 새로운 통치 체제가 도입되었을 것입니다. 영국으로부터 200년 동안의 식민지 지배가 있었음에도 나름 전통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고 봅니다. 우리나라는 36년의 일제 식민지를 거치면서 우리의 소중한 전통을 잃어버리는 안타까운 일들이 있었습니다. 오늘날 우리의 모습을 보면 전통이라는 것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고 구속하는 구시대 유물로 치부하는 경향도 있습니다. 우리가 우리다움과 자긍심을 보이고 그것을 후대들이 인정하고 계승하는 전통으로 만들어진다면 좋겠습니다. 다양한 인종과 언어를 가지고 살아가면서도 디왈리 축제로 하나가 되고 전통으로 이어지는 힘이 인도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의 하나가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이제 축제가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뿌연 스모그 속에서 춥고 황량하지만 빌딩마다 밝혀주는 빛으로 이 또한 지나가리라 생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2023.11월 인도에서 소전(素田)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