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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살이-스물아홉달차(24.1월)

인도 공화국의 날(Republic day)

by 소전 India Apr 01. 2025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모든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우리나라 헌법 제1조 내용입니다. 단순하고 평범한 문구지만 5천년의 장구한 세월과 투쟁의 결과로 얻어진 조문입니다. 1945년 8월 15일 광복절 이후, 제헌국회를 만들고 헌법 작업을 거쳐 1947년 7.17일 헌법을 제정하여 공포하였습니다.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기틀이 만들어졌습니다. 7월 17일은 태조 이성계가 고려를 멸망하고 조선을 세운 날로 역사의 연속성과 왕정 시대를 종식하고 자유민주 국가로의 전환을 알리는 의미가 있어 정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제헌절을 기념하기 위하여 국회에서 삼부요인과 정부 주요 인사들이 참석하여 기념 행사를 개최합니다. 아쉽게도 제헌절은 우리나라의 5대 국경일에 속하지만, 2018년부터는 공휴일에서 제외되었습니다.
 

1월 26일은 인도 공화국의 날입니다. 우리나라 제헌절과 같이 헌법을 공포한 날입니다. 인도는 우리나라보다 2년이 늦은 1947년 8월 15일 영국으로부터 독립하였고, 2년 넘게 헌법을 제정하여 1950년 1월 26일 헌법을 공포하였습니다. 우리나라 제헌절과 마찬가지로 1930년 같은 날 인도 국민회의가 인도 독립 선언문인 푸르나 스와라지(완전한 독립)를 서명한 날을 기념하기 위하여 정했다고 합니다. 인도는 헌법을 제정하였다는 의미도 있지만, 주권이 군주나 귀족이 아닌 국민에게 있음을 뜻하는 공화국, 인도 전역을 통일하였다는 의미를 더 중요시하는 것 같습니다. 행사도 우리나라 국군의 날 열병식을 보는 것 만큼 다채롭고 화려합니다. 인디아 게이트와 대통령궁 사이에 있는 Kartavya Path에서 드루파드 무르무(Droupadi Murmu) 대통령과 이날 특별히 초청된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 그리고 나렌드라 모디 총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하게 개최되었습니다. 이번 75주년을 기념하는 주제는 Viksit Bharat'와 'Loktatantra ki Matruka'입니다. Viksit Bharat@2047은 인도 독립 100주년이 되는 2047년까지 인도를 선진국으로 만들겠다는 비전이고 Loktantra ki Matruka은 민주주의 어머니라는 뜻으로 인도의 전통을 계승하여 시민들의 품위 있는 삶을 유지하기 위한 민주주의 가치를 강조하기 위한 슬로건이라고 합니다. 퍼레이드는 여성 예술가 100명이 인도 악기를 들고 전통 음악을 연주하며 행사를 알렸습니다. 또 여성으로만 구성된 Tri-Service 파견대가 처음으로 행진을 했습니다.

인도 Tri-Service 파견대 행진 모습 (출처 : NDTV)인도 Tri-Service 파견대 행진 모습 (출처 : NDTV)


16개 주와 9개 부처 조직을 대표하는 총 25개의 차량 테이블이 인도의 다양성을 보여주었습니다. 늘 나오던 오토바이 부대와 낙타 부대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군대 열병식을 포함하여 일반 시민들과 체육대회 시상자 등 인도를 빛낸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축제의 현장을 바라보면서 대국다운 다양성과 포용성을 느꼈습니다. 

달착륙 탐사 성공을 축하하는 퍼레이드 장면(출처 : AP news)달착륙 탐사 성공을 축하하는 퍼레이드 장면(출처 : AP news)

 

우프라 프라데시(UP)주에서 준비한 라마신 차량 퍼레이드 (출처 : Indian today)우프라 프라데시(UP)주에서 준비한 라마신 차량 퍼레이드 (출처 : Indian today)


인도 낙타 부대 행진 장면 (출처 : AP news)인도 낙타 부대 행진 장면 (출처 : AP news)

공화국의 날에 빠질 수 없는 사람이 바로 인도 헌법의 아버지인 B.R. 암베드카르(Bhimrao Ramji Ambedkar, 1891~1956)입니다. 인도 전역에서 안경을 쓰고 책을 끼고 있는 동상이 바로 암베드카르입니다. 그는 불가촉천민이라 불리는 달릿(Dalit, 억압 받고 있는 사람들) 출신으로 인도 헌법을 제정한 사람입니다. 지금도 인도에서 불가촉천민으로 산다는 것은 사람다운 삶과는 거리가 먼 차별과 모멸을 견디며 짐승같은 삶을 살아야만 합니다. 이러한 악조건을 이기고 미국과 영국에서 경제학과 법률학을 공부한 뒤 조국에 돌아와 인도 독립 운동에 앞장섰습니다.

암베드카르 동상(출처 :wikipedia)암베드카르 동상(출처 :wikipedia)


1946년 독립 후 초대 내각에서 법무부 장관과 헌법 기초위원회 위원장이 돼 헌법을 만들었습니다. 간디와 함께 인도 독립을 위해 싸운 동지이자 가장 강력한 정치적·종교적 라이벌이었다고 합니다. 두 사람의 가장 큰 차이점은 간디는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추구했고, 암베드카르는 인도 국민의 통합, 즉 카스트 제도의 해체에 있었습니다. 본인의 출신인 달릿의 해방을 통하여 인도를 평등한 사회로 만들려고 했습니다. 간디는 불가촉천민의 부당한 대우에는 찬성하였지만, 카스트 제도 폐지에 따른 국론 분열을 염려하여 반대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암베드카르의 노력으로 헌법 전문에 평등이라는 단어가 들어갔고, 헌법 15조(동등한 권리보장 및 차별금지), 17조(카스트나 종교적으로 차별받지 않음)에 반영되었습니다. 하지만 헌법 전문과 조문이 있음에도 아직도 카스트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고, 힌두이즘과 결합하여 인도의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는 관습으로 남아있습니다. 암베드카르는 계속하여 카스트 제도를 철폐하는 운동을 하였으나 힌두교 안에서 한계를 느끼고 불교로 개종합니다. 1935년 힌두교를 포기하고 불교를 선택했고, 또 다른 이름으로 현대 인도 불교의 중흥자로 불리기도 합니다.  
 
공화국의 날에만 볼 수 있는 화려한 퍼레이드 뒷면에 암베드카르의 일생을 보면서 인도에서 살고 있는 저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우선 국민을 한 뜻으로 모으고 국가의 현재를 보고 미래를 공유하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2047년이면 앞으로 24년이나 남았는데, 인도 독립 100년을 기한으로 선진국으로 도약하자는 비전 제시에서 인도의 저력을 느꼈습니다. 이러한 행사를 두고 힌두이즘과 여성을 이용한 선거용 정치 행사라고 폄하하는 사람도 있지만, 14억 인도를 하나로 통일하고 모든 국민이 하나가 되는 축제의 현장을 보면서 부럽기도 했고 전율도 느꼈습니다. 또 암베드카르가 평생 동안 노력했고 처절한 투쟁의 결과가 미흡하기는 하지만 그러한 뜻을 헌법에 반영하는 아량도 볼 수 있었습니다. 결국 역사는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몫이고 미래를 만들어가는 책임이 있다고 봅니다. 끝.
 
2024.1월 인도에서 소전(素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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