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저께 영국 런던에서 돌아왔다. 지금 한국 시간은 오후 3시 12분을 지나고 있다. 그렇다면 런던은? 오전 7시 13분을 지나고 있겠군 (그새 1분 지났다). 한국과 런던은 시차가 8시간, 한국이 런던보다 8시간 빠르다.
런던에 있을 때 나는 이맘때쯤 호텔 식당에 전화를 걸어 아침 딜리버리를 부탁했다. 그리고 한국에 있었다면 아침과 점심 두 끼를 먹고도 한참 지난 시간에, 첫 식사를 했다. 진한 커피 한잔을 마시며....
런던을 출발해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오후 2시 30분. 집에와 이른 저녁을 먹고 저녁 7시쯤 침대에 누웠다. 장거리 비행에 지친 내가 안스러운지 아내는 오른발을, 아들은 왼발을 마사지해 준다. 두 사람의 마사지를 받으며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잠이 들었다. 눈을 떠보니 밤 11시. 두 사람은 간데없고 밖은 깜깜했다. 한 번 달아난 잠은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새벽 4시까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어제도 하루 종일 멍하더니 이른 저녁부터 졸음이 쏟아져 침대에 누웠는데 잠이 오지 않았다. 한 시간쯤 뒤척이다가 옆에서 자고 있는 아내의 단잠에 방해가 될까 몰래 안방을 빠져나왔다. 작업실에 이불을깔고 누웠으나 잠은 쉬오지 않았다. 결국 브런치와 이북을 뒤적이다 새벽 2시쯤 잠이 들었다.
매일 아침은 초등학생 아들 학교에 데려다 주기 위해 아들 기상 시간에 맞춰 7시 30분쯤 일어났는데 오늘은 어제 늦게 잠이 든 탓에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결국 아내가 아들을 학교에 데려다주었다. 오전 내내 침대에서 골골거리다가 오후 돼서야 정신이 들어 커피 한잔 마시고 이제 겨우 기운을 차려본다.
이게 다 시차 때문이다. 지금 오후 3시 26분은 내가 이틀 전 런던에 있을 때 침대에서 일어났던 시간이다.지금 나는 한국에 있지만 내 몸과 영혼은 런던에서 아침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있다. 그둘은 아마도 내일이나 낼모레쯤귀국할 것 같다.
어디서 봤는데 '한 시간의 시차 적응을 위해서는 하루가 필요하다'고 했다. 런던은 한국과 8시간 시차가 있다. 한국에서의 완벽한 시차 적응을 위해서는 나에게 8일의 시간이 필요하다. 다행인 것은 코로나 때문에 앞으로 4개월 비행을 쉰다. 시차 할아버지가 와도 적응하기에 차고 넘치는 시간이다.
시차는 승무원이라면 누구나! 단 한 사람도 빠짐없이, 겪는 문제다. 일 년에 한두 번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시차를 무시하고 현지에서 아무 때나 돌아다녀도 괜찮다. 피곤하면 비행기에서 자면 되니까. 승무원은 돌아오는 비행을 위해 현지에서의 충분한 잠과 휴식이 필요하다. 그렇치만 눕는다고 잠이 바로 오는 건 아니다. 잔 것 같은데, 안 잔 것 같고, 안 잔 것 같은데, 잠깐 잠이 든 상태다 보니 수면의 질이 떨어진다.
햇빛을 쬐면 수면에 도움이 되는 멜라토닌이 우리 몸에서 분비된다고 한다. 나는 지금 내 방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웃통과 바지를 벗은 채 (입을 건 입었다) 온몸으로 오후 햇살을 받으며 자판을 두들기고 있다. 건너편 놀이터에서는 아이들의 행복한 웃음소리가 들리고 시원한 바람이 놀이터 옆 나무를 흔들더니 그대로 창문을 타고 들어와 내 귓가를 간지럽힌다. 나는 지금 런던과 한국의 시간 그 중간쯤에 애매하게 서있다. 나른한 오후다. 아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