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차 일정, 말레이시아 조호바루 레고랜드
레고랜드 가는 날이다!!
한 달 생활중 처음으로 할 일로 정해 한국에서부터 티켓을 끊고 계획한 일이다.
유희만을 위한 한달살기를 꿈꾸건 아니지만, 아이들에게 기대감, 즐거움이 없다면 그 또한 ‘나의 한달살기’ 의미가 퇴색되기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레고랜드를 첫 번째 계획으로 잡았었다.
즐길 땐 온전히 즐겨라!
이왕 가는 거 입장 시간에 맞춰 갔다가 퇴장시간까지 제대로 즐기고 놀려고, 가는 길 여러 차례 고민하다가 현지 픽업 차량도 한국에서 미리 예약했다.
현지 픽업 차량은 날짜를 미리 정하고 시간을 미리 약속 잡으면, 당일 집 앞으로 와준다. 버스를 타고 국경을 넘어가면 국경에서 내려 입국 심사를 받고 다시 버스를 기다려 타야 하는데 만 6살 7살 두 아이가 가는 길부터 지칠 것 같아서, 온전히 즐거운 추억을 위해 거금을 들여 픽업 차량 예약했다.
하지만, 얼굴을 대면하고 예약하거나 여행사를 통해 예약한 것이 아니라 인터넷으로 알아보고, 개인 계좌로 돈을 지불하였기에 혹시나 안 오면 어떡하나 걱정됐다. 시간보다 먼저 집 앞에 나가, 기다리며 우리의 픽업차량처럼 보이는 차가 지나갈 때마다 손 흔들었지만 멈추는 차가 없다. 몇 대의 차가 지나가고, 시간이 다 돼가는데 내 앞에 서는 차는 없어 더욱 불안해졌다. 예약한 시간을 막 넘겼을 때, 전화가 왔다. 차가 도착했단다.
어디 있지?
여전히 불안한 마음에 두리번 두리번 거리자, 집 건너편에 세워진 차에서 누군가 내린다.
손짓으로 내가 핸드폰을 가리키자, 의미가 통한 듯, 고개를 끄떡인다. 드디어 차를 탔다. 영어를 잘 못하시는 분이었지만 차 안에서 ‘레고랜드’라는 말을 들으니, 그제야 굳었던 내 얼굴도, 마음의 긴장도 풀렸다.
카니발 같은 승합차였는데, 우리 셋만 타고 싱가포르 집 앞에서 바로 말레이시아 레고랜드까지 직행으로 가니 너무 편하고 아늑하다. 국경을 통과할 때도 차에서 내릴 필요가 없다. 차 안에서 창문만 내려 출입국 카드 서류를 제출하면서 통과했다.
버스에서 내려 출입국 심사를 받기 위해 줄 서있는 사람들을 보니, 다시 한번 승합차 예약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돈 아낀다고 버스를 탔다면 혼자 출입국 서류 챙기고 당황하다, ‘나 혼자 어른이야’라는 부담에 아마 아이들에게 짜증 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싱가포르 알주나이드 역 근처 우리집에서 말레이시아 조호바루 레고랜드까지, 국경을 넘었지만 1시간여 만에 도착했다. 편안하게 말레이시아 레고랜드에 잘 도착했다.
지난번 리버사파리에서 처럼 출력해 간 입장권을 다시 매표소에 가서 바꾸라고 할지 몰라서, 이번엔 아예 매표소로 가서 줄을 섰다. 그런데 여기는 내가 출력해온 것으로 바로 들어가면 된다고 한다.
입구에 제복을 입은 경찰들이 서서 가방 일일이 열어 확인하고 있다. 그제야 입구에 ‘음식 반입 제한’이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온다.
어쩌지??
아이들과 알차게 놀이기구 타며 놀 생각에 줄 서는 시간을 활용해 점심을 때우려고 빵이랑 과일 간식을 챙겨 왔는데, 버려야 하나?
제복을 입은 각진 사람들 모습에 더욱 걱정됐지만, 괜히 떼써봤자 아예 못 돌아가게 할 것 같아서 ‘음식물 내놓으라고 하면 다 주지 뭐’ 하는 마음으로 가방을 열고 보여줬다. 그런데 가방 안을 일일이 확인하고 음식물을 보고도 들어가라고 한다. 걱정하고 긴장했는데, 별 제재 없이 통과라니 혼자 또 괜한 희열감까지 느껴진다.
입구에 들어가자마자 대형 레고 블록 조형물들이 아이들 눈을 사로잡는다. 모든 놀이기구도 레고 제품들과 관련된 것들이다.
아이들이 직접 줄을 잡아당겨 올라가는 놀이기구는 손이 다 까지고 힘든데도 대여섯 번 탄 것 같다.
아이들이 둘이서 놀이기구를 선택해 타고, 타고 싶은 것은 여러 번 반복해서 탔다. 레고로 만든 신기한 조형물들 앞에서는 조형물의 특징을 표현하며 사진도 찍고, 열심히 곳곳을 누비며 다녔다.
싱가포르 한달살기 계획에 레고랜드를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가 가게 된 이유 중 하나가 1학년 때 첫째 아이의 꿈때문이다. 첫째는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고 레고로 원하는 모양을 만드는 것이 좋다며, 둘을 함께 할 수 있는 직업으로 레고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고 했다. 레고를 좋아하는 아이들에겐 레고로 둘러싸인 이곳이 꿈의 공간인 것 같다. 힘들어도 쉼 없이 정말 열심히 구경하고 다녔다.
5시 30분 정도 되니 놀이기구 어트랙션들 운영이 많이 끝났다. 그나마 운영하는 어트랙션을 찾아다녔는데, 5:55에는 모든 어트랙션 운영을 하지 않았다. 오늘의 폐장 시간이 7시인 것으로 확인하고 왔는데 6시도 안돼 운영을 그만 한다고 해서 이상해 직원에게 물어봤다. 6시엔 퇴장해야 하니 그전에 끝내는 거고 7시까지 상점에서 물건을 살 수는 있다고 한다.
도쿄 디즈니랜드는 오픈이 8시면 7시 30분에도 입장 줄이 엄청 길고 퇴장이 10시이면 10시까지 모든 어트랙션을 다 운영해 실제 10시 넘어서 퇴장했었다. 상점 구경하고 나오면 거의 11시가 되고 숙소로 오면 12시 정도 됐던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고 작정하고 와서 그런지 폐장시간 보다 1시간이나 이른 시간에 어트랙션 운영을 종료한다는 것이 많이 아쉬웠다.
말레이시아 레고랜드는 그렇게 크지 않고, 우리가 간 날이 학교 개학하고 평일이라 사람이 많지 않아서 같은 놀이기구를 여러 번 탈 수 있었지만, 예상보다 이른 퇴장은 많이 아쉬웠다.
홈페이지에서 확인한 영업 종료시간에 맞춰 픽업 차량을 7:40으로 예약했기에, 아직 픽업 차량 올 시간까지 1시간 40분이나 남았다. 너무 이른 퇴장에 어떻게 할까 멍하게 있는데, 마침 아이들이 배고파한다. 출구 앞에 있는 식당들을 쭉 돌아보고 결국 맛을 가장 잘 예견할 수 있는 버거킹에 들어갔다.
주문을 하고, 말레이시아 돈이 없어서 카드로 결제하려고 했더니 카드 결제는 안된다고 한다. ‘밥도 못 사 먹나’하고 순간 당황하며 “싱가포르 달러밖에 없는데”라고 말하니, 싱가포르 달러도 결제된다고 한다.
와퍼 주니어 세트 2개에 20 싱가포르 달러 줬더니, 15링깃 거슬러 준다. 당시 환율(845원/1싱달러, 265원/1링깃)로 계산하면 12000원 정도인 것 같다.
여유롭게 저녁 먹고, 예약한 차 타고 어두운 밤이지만 무사히 국경을 넘어 편하게 싱가포르 집에 돌아왔다.
도도자매가 만 6살, 7살이라 레고랜드 오기 전에 많이 걱정했었다. 놀이기구를 좋아하는 않는 나 혼자 아이들 욕구를 채워주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도 되고, 저혈압이라 기절을 가끔 하는 내가 긴장하고 무리해서 쓰러지면 어떡하나 두렵기도 하고... 생각이 많았었다. 그런데 아이들, 처음부터 끝까지 본인들 간식 잘 챙겨 다니며, 지도를 살피고 본인들이 타고 싶은 놀이기구 알아보고, 스스로 잘 선택해 아이들끼리 잘 타고 잘 놀았다. 나는 그저 아이들이 선택해 행하는 곳을 좇아 다녔다.
아이들은 엄마의 생각보다 훨씬 큰 것 같다.
아이들은 할 수 있는 것도 많고 가능성도 많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레고랜드에서 뿐만 아니라, 한달살기를 하면서 여러 번 느끼고 깨닫게 되는 것이 있다. 아무도 길을 제시해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조차도, 우리에게 길이나 방향, 해야 할 것 등등 알려주는 사람은 없다. 미리 알아봐도 실제 부딪히면 다른 모습에 당황하게 된다. 그럴 때마다 우리끼리, 그때 그때 판단하고 결정해야 하는 일들이 많다.
그렇지 않아도 많이 어설픈 내가, 낯선 상황에 우당탕탕 여기저기 더 많이 부딪히고 힘들다고 느껴지는 때도 많지만, 아이들과 함께 하기에 깨닫고 배우는 것도 많다. 스스로 알아보고 뭘 할지 우리가 결정하는 과정에서 아이들도, 엄마인 나도 조금씩 크고 있는 한달인 것 같다.
우리의 한달살기는 우리가 결정하고 선택할 때 우리의 삶이 주어진 다는 것을 배우고 깨닫는 과정인 것 같다.
그 과정 속에서 도도자매가 지속적으로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고민하고, 자신의 길을 스스로 생각하길 바란다.
놀이동산 레고랜드에 와서 여러 가지 놀이기구도 탔지만,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색색의 화려한 레고랜드와 극명하게 다른 주변의 허허벌판을 보면서, 미처 보지 못했던 세상을 보고 느끼는 시간도 가졌다.
어떻게 살지, 무엇을 선택할지 스스로 고민하고 생각하며 꿈을 키우는 시간으로 한달살기를 채워가고 싶다.
말레이시아 레고랜드 입장권 싸게 구입하는 방법!!
1. 방문할 날짜를 정한다.
2. 레고랜드 홈페이지에서 날짜를 지정해 티켓을 구매한다.
* 구매전, 가족 티켓 등 프로모션 꼭 확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