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기다리며 예열하기 좋은 한국술
"자 모니터를 향해 짠 한 번 하고 마실까요? 짠-!"
며칠 전 처음으로 '온라인 시음회'를 진행하게 되었어요. 행사지였던 군산의 코로나 단계가 격상되면서 오프라인 시음회가 불가능해지자, 온라인에서 시음회를 열게 된 거죠. 시음 리스트를 급하게 다시 짰고, 감사하게도 주최 측에서 안주를 포함한 시음 키트를 구성해주셔서 참가자분들께 배송까지 할 수 있었어요. 모든 준비가 끝나고 8시가 조금 지난 시간, 두근거리며 화상채팅으로 만났습니다. 사실 시음회의 묘미라면 한 자리에서 적당히 취해가며 술에 대한 감상들을 나누는 것이지만, 온라인 시음회라고 안될 건 없더라고요! 간단한 술 설명과 함께 한 잔씩 마시며 소감을 채팅으로 남겼고, 오프라인보다 더 살아있는 감상들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 시대라서 오프라인 모임을 자제하고 있지만, 아쉬운 마음을 모니터를 통해 함께 마시면서 달래 보는 것도 꽤 괜찮은 방법인 것 같아요!
특히나 더 아쉬운 2020년을 마무리해야 하는 연말이 코앞으로 다가왔네요. 한 해의 마지막을 소중한 사람들과 모여 함께 반추하는 것도 좋지만, 마음의 거리는 가깝게 두고 사회적 거리는 두면서 새로운 방식으로 안전하게 보냈으면 해요. 우리 술의 또 제일 좋은 점이 '택배 배송'이 가능하다는 점 아닌가요?! 간편하게 배송시켜서 집콕 음주를 즐겨보는 것 어떨까요. 그런 의미에서 월간주방장 11월호에서는 혼자서도 괜찮고, 연말을 기다리며 함께 예열하기 좋은 한국술 다섯 종을 소개합니다.
서가원 생막걸리가 '착하게' 돌아왔습니다. 착한막걸리로 돌아온 서가원 생막걸리! 최근 영동에 위치한 서가원 전통술 양조장에 방문할 일이 생겨서 착한 막걸리를 데려왔어요. 옛날엔 흔했지만 지금은 희귀해진 밀막걸리를 아직도 만들고 있는 서가원 착한막걸리는 대중 막걸리의 균형을 완벽하게 맞춘 술입니다. 적당히 달고, 시고, 부드러운 탄산 감에 6도 다운 가벼운 목 넘김까지. 벌컥벌컥 편하게 마실 수 있는 막걸리를 찾는다면 서가원은 그 기대를 절대 실망시키지 않을 거예요. 영동 산자락 중심에 위치한 서가원 전통술은 착한막걸리 외에도 밤막걸리, 무아주, 더덕주, 좁쌀주 등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친숙한 술을 맛있게 만드는 양조장입니다. 충북, 경북 지역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서가원 술들을 기회가 된다면 꼭 마셔보세요.
달 감, 붉을 홍, 이슬 로. 풀이하면 달콤한 붉은 이슬 같다는 술입니다. 우리나라 술들 이름은 풀이하면 정말 감탄을 자아내는 술들이 많아요. 애석하고 탄스러울 정도로 맛있다는 '석탄주', 배꽃 필 무렵에 빚어서 마셨다는 '이화주', 여름을 지내기 위한 술인 '과하주'까지. 그중 가장 술의 매력을 잘 살린 이름의 '감홍로'는 실제로도 약주 중에서 제일 진한 적갈색을 띠고 있어요. 이기숙 식품명인께서 만드는 40도 리큐르인 이 술, 향만 먼저 맡아도 감탄을 자아냅니다. 진한 수정과 같은 빛깔에서 뿜어져 나오는 은은한 계피향에 마음을 뺏기고, 높은 도수지만 끝에 남는 달달하고 향긋한 풍미가 나머지 마음까지 빼앗어버립니다. 춘향전에도, 수궁가에도 나올 만큼 역사가 깊은 감홍로는 달콤한 아이스크림과 함께 즐겨도 새로운 마리아주를 발견할 수 있어요. 달콤한데 다른 차원의 달콤함이 만나서 만들어내는 조합! 꼭 한 번 시도해보세요.
밀을 주재료로 사용한 술이라곤 맥주나 위스키 정도로만 알고 있었어요. 게다가 쌀 소주의 고장이라고도 불리는 안동 지역에서 신흥강자처럼 등장한 밀 소주(진맥소주)이기에 더욱 궁금함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첫 향은 우디 하면서 위스키에서 느낄 법한 스모키 한 향이 코 끝을 스쳐 지나갔어요. 그리곤 한 모금 입에 머금고 살짝 목으로 넘겨보니 익숙한 누룩과 효모의 향이 부드럽게 퍼져나갔어요. 확실히 쌀을 이용해 증류하여 익숙한 안동소주와는 다른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40도 증류주에서 느껴지는 풍미는 오롯이 지니고 있어서 왜 진맥소주가 올해 증류주 애호가들 사이에서 사랑을 받았는지 바로 알 수 있었어요. 한국산 진(Gin)도 나오고 밀로 소주도 나오는 걸 보면 증류주 시장이 올해 들어서 더 다양해지는 것 같아서 고도주 애호가는 정말 행복합니다.
처음 보면 내추럴 와인인가 싶지만! 사이더입니다. 무려 한국에서 만드는 국산 사이더! 오미자가 함유된 애플사이더 요세로제는 사과만 들어간 사이더와는 또 다른 차원의 매력을 가졌습니다. 분명 국산 오미자인데 뭔가 북유럽의 베리류 풍미가 은은하게 나고 로제 와인 같은 색상 때문인지 더 와인같이 느껴지기도 하고요. 정말 묘한 매력이 있는 사이더입니다. 사과의 고장, 충주 댄싱사이더 브루어리에서 나온 요세로제는 애플사이더에 더 색깔을 더한 재미와 매력이 돋보입니다. 사과뿐만 아니라 오미자, 레몬그라스, 구기자 등이 함유되어 있어 발랄한 라벨처럼 맛도 느낌도 통통 튀고 즐겁습니다. 6.4도이지만 도수는 거의 느껴지지 않아서 술을 못하시는 분들도 편하게 마실 수 있으며 한 병에 사과 2개 분량이 들어있다고 해서 그런지 몰라도 과일 자체의 단 맛이 기분 좋게 느껴집니다. 식전주나 혹은 선물용에 딱 맞는 맞춤형 술이니 연말에 자주 볼 수 있겠어요!
'여기 으랏차차 막걸리 하나 주세요~!'
처음 희양산 막걸리를 보시는 분들은 재밌는 라벨 때문에 술 이름을 다르게 부르곤 하시는데요. 혁신적이고 예술적인 라벨로 매번 다른 재미를 선사하는 희양산 막걸리가 크리스마스 연말 맞춤형 라벨로 등장했습니다. 한국술과 크리스마스는 뭔가 다른 노선일 것만 같지만, 이렇게 연말에 한국술과 연결고리를 만들어 또 다른 의미를 만드는 희양산 막걸리! 내용물은 기존 희양산 9도와 동일합니다. 드라이하면서 깔끔하고, 쌀의 고소함은 유지하면서 너무 달지 않은 적당함을 갖춘 탁주. 문경에서 활동하시는 전미화 동화 작가님의 그림이 항상 술의 매력을 배가시켜주는 포인트를 살려주네요. 으랏차차! 막걸리 슬로건처럼 얼마 남지 않은 연말에 모두 건강 조심하면서 힘냈으면 좋겠습니다. 안온하고 따듯한 연말 보내시고 월간 주방장은 12월의 끝자락에 다시 찾아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