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나를 의심해도

by 박선희

밤의 어떤 장면들은 기억에 박제됩니다. 자기 혼자만이 취해 쓴 글에는 눈길을 거두게 된다는 걸 저도 압니다. 저도 그래요. 자기로 가득해 읽는 사람이 들어갈 틈 없이, 길이 꽉 막힌 글들은 망설임 없이 닫게 됩니다. 그러나 한편 저는 그런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애정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해하니까요. 그럴 때가 있으니까요. 나로 가득한 그때가, 아무도 모르고 나로서 충만한 그때가 있으니까요. 누구에게 꼭 인정받지 못해도 그런 순간을 살고 있는 모두에게 깊은 애정을 전합니다. 우리의 메모장에 쌓여 있는 그 글들을 사랑해요. 당신의 엇나간 말 한마디, 어색한 웃음, 정답을 말하는 서툰 행동까지. 적어도 우리, 스스로를 의심하지 말기로 해요. 누군가 나를 의심해도 나만은 나를 의심하지 않기로 해요. 그 의심들을 흘려보내고 나를 단단하게 붙잡고 싶어요. 아무리 뭐라 해도 나는 나를 믿는다고 말하는 사람이 되려고 합니다. 흔들림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두려워도 뚫고 나가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이 다짐들이 사라질 것 같지 않아서 나는 나를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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