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는 동안엔 가급적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나는 혼자 있는 시간만큼은 온전히 누리고 싶어서 가장 좋아하는 일을 내게 해 준다. 라디오를 틀고 소설을 펴. 그날 집어든 소설이 마음에 들면 더없이 만족스러운데 오늘이 그랬다. 백수린의 ‘아주 환한 날들’을 읽었고 나는 인간에 대해, 그러니까 나를 포함해서 우리의 남은 날들에 대해 다시 희망을 품게 되었다. 책을 덮고 누워 있자니 라디오에서는 피아노 독주곡이 흘러나와서 나는 혼자서도 웃는다.
얼마전의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괴로움까지도 나의 인생이라고. 살다보면 괴롭고 힘든 순간이 꼭 오는데 ‘나의 인생’이라고 말할 때 그 순간들만이 예외일 수 없고 그것을 포함한 내 인생 전체가 나는 좋다고.
좋은 순간만 나의 것이라 우기며 살 수는 없다. 나에게 주어진 것이 좋고 아름답기만 할 리 없다. 그러니 괴로움도 받아 안아야지. 괴로워하는 나도 괴로움을 견디는 나도 모두 아껴줘야지.
이런 말은 지금 괴로움의 순간에서 조금 비껴있기 때문일지 몰라도 나는 그런 결론을 내렸다. 괴로움을 포함한 그 모든 내 인생이 나는 좋다. 나는 그런 결론을 내린 스스로가 대견했고 자랑스러웠으며 언젠가 이 결론이 힘을 잃을지 몰라도 그건 그때의 몫이라고 생각했다. 올해는 무척 바빴다. 괴로워서 밤에 뒤척인 날도 많았는데 버티다 보니 지나갔다. 극복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데 그 말에는 안간힘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안간힘을 쓰지 않고 흘러가듯 살고 싶다. 나는 그래. 천천히 흘러가는 것들이 아름답다. 우리도 천천히 천천히, 다만 멈추지 말고 흘러갔으면 좋겠다. 사랑을 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