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선희 Nov 29. 2023

지금은 이런 마음

이 공간에 대한 마음을 늘 비워 두고 있는데, 좀처럼 이곳을 채우지 못해서 채우지 못한 만큼 마음 한쪽이 비어 있습니다. 누가 기다리지 않아도 나는 내가 이곳을 채우는 날을 기다립니다. 그리고 한 사람이 슬쩍 웃을 얼굴을 기다려요. 중요한 것은 하나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부터라고 생각하니까요. 다음 글의 제목도 생각해 두었습니다. 지금 이 글의 제목은 아닙니다만 하고 싶은 말은 분명 준비해 두었습니다. 오늘도 그 글을 완성할 말을 고르며 잘 생각입니다. 자면서도 고를 말이 있으면 메모하는 꿈을 꾸는데, 일어나 기억나지 않으면 안타까워요. 아 분명, 분명히 무언가가 있었는데, 필살기 같은 걸 잊어버린 느낌이 듭니다. 그렇지만 아주 초조하지는 않아요. 필살기라는 게 하나는 아니니까, 오늘의 필살기가 내일은 아무 힘도 없을 수 있으니까. 나는 늘 지금의 결기가 가득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그래서 지금 씁니다. 바로 지금,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지금 같은 이야기, 이런 이야기, 아무것도 아닌데 그래도 털어놓는 이야기. 눈이 반쯤 감겨 오타가 자꾸 나서 딜리트 키를 몇 번이고 누르면서도, 문장을 만들어가는 걸 멈추지 못하는 이야기. 기다려도 기다리지 않아도 도착할 말은 도착합니다. 그래도 기다린 만큼 더.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질 줄 알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