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머리 위로 쏟아져 내린다. 피할 곳 없이 고스란히 여름을 맞고 있는데 이상하게 설렜다. 길에 나서자마자 뜨거운 공기에 숨이 턱 막혔는데도 곧바로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뭇거림도 없이 주춤거리지도 않고 무작정 다가오는 여름이, 직진하는 여름이, 그 대책 없음이 사랑스러웠다. 사랑은 무척 빛나는 것이라 우리를 밝혀 준다. 장을 보러 잠시 다녀왔을 뿐인데 여름이 사랑스러워서 내가 디딘 길들이 모두 눈부시게 빛났다. 여름 햇살 때문만은 아니라는 걸 나는 분명히 알았다. 찌는 듯한 무더위 속을 나는 듯이 걷는다. 더할 나위 없이 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