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그런 험한 소리를...
뱃속에 있을 때가 제일 편해.
앞으로는 훨씬 더 힘들 거야.
임신하고 나서 들은 이야기 중에 가장 무서우면서도 싫은 이야기였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토씨 하나 안 빠뜨리고 똑같이 이야기하는지, 귀에서 피가 나고 딱지가 앉을만할 때쯤 또다시 딱지를 뜯어내서 귓속에 쑤셔 넣는 기분이었다.
듣기 싫었다. 나는 지금도 충분히 괴로운데 지금 힘든 건 힘든 것도 아니며 앞으로 더 괴로워질 거라니 이 무슨 끔찍한 저주란 말인가. 다들 별다른 생각 없이 던진 말이었겠지만 그 말이 조금만 더 견디면 모든 것이 나아질 수 있을 거라는 나의 절박한 희망을 앗아가는 것 같았다.
출산을 하고 나서 알게 됐다. 모두가 입을 모아 외치는 말이라고해서 다 맞지만은 않다는 걸. 출산 후 가장 처음 한 생각이 '이제는 숨을 쉴 수 있고(?) 배가 고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전보다 충분히 행복하다'는 것이었다. 당장이라도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뱃속에 있을 때보다 지금이 훨씬 편하다고.
나에게 임신이 아기가 주는 기쁨 없이 엄마 됨의 고통만을 혼자 감당하는 과정이었다면, 육아는 아기가 주는 기쁨을 방패삼아 부모 됨의 고통을 함께 감내하는 과정처럼 느껴졌다. 아기는 이쁘기라도 하지, 힘들면 도움이라도 받을 수 있지. 임신은 정말 온전히 나만의 몫이었기에 너무나도 버겁고 괴로웠다.
만약 앞으로 임신으로 힘들어하는 이를 만나게 된다면 나는 '지금이 제일 편할 때'라는 김 빠지는 충고 대신 '사람에 따라서는 임신이 육아보다 더 괴로울 수도 있다'고, 혹여 나중에 '뱃속에 도로집어넣고싶다' 울부짖게 될지언정 출산 후에는 지금보다 편안해질 수도 있으니 조금만 더 힘내라고 희망을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