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인문산책> 홍민정 저자가 바라본 스웨덴의 현재
스웨덴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지 1년이 넘었다. 오자마자 복직을 해서 다시 정신없는 워킹맘의 생활을 시작했고, 아이들은 처음으로 한국에서 학교에 다니기 시작했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아이들이 한국에 적응은 잘하나요?" "스웨덴 살기 좋죠? 돌아오기 싫었겠다."였다.
많은 분들이 걱정해 주신 덕분인지 두 아이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적응을 잘하고 있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아이들은 한국이 스웨덴보다 좋다고 하였다. 이제 초등학교 고학년이 된 첫째는 스웨덴이 별로 그립지 않다고 했다. 둘째는 가끔 스웨덴이 생각난다고 했다. 가득 쌓인 눈 밭에서 놀고 싶어서였다. 딱 그 이유 하나뿐.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변화에 유연했다. 어른들만 경험에 비추어 미리부터 걱정하고 염려한다.
코로나 이후의 모든 일상이
걱정으로 뒤바뀐 스웨덴
"한국에 와서 얼마나 다행이니", "스웨덴에 있었으면 너무 힘들었을 거야." 올해 초부터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바뀌기 시작했다. 현재도 진행 중으로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180도 변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이 개발되거나 확실한 치료제가 나오면 다시 사람들의 인식은 바뀔까?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럽지역에 급속도로 퍼지면서 스웨덴도 주목을 받았다. 스웨덴은 다른 유럽 국가보다 상대적으로 약한 대응법을 선택했다. 많은 유럽국들은 국경을 받고 국가 lockdown(봉쇄조치)를 취한 반면 스웨덴은 '개방형 방역 정책'을 선택했다. 자극적인 기사를 뽑아내는 언론들은 스웨덴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집단 면역 실험'을 하고 있다고 표현하기도 하였다.
스웨덴은 확실히 주변 북유럽 국가들과도 다른 방법을 취했다.
과연 그 선택은 국민을 상대로한 집단 면역 실험에 가까웠을까?
핀란드는 북유럽 국가 중 가장 먼저 강력한 방역 대책을 시행하였다.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모든 교육 기관을 온라인 등 원격 교육으로 전환하였다. 한때 환자 발생률이 높아졌을 때는 지역 내 이동도 제한하였다. 덴마크와 노르웨이도 어린이집부터 대학의 문을 닫았고 모든 공공시설 출입도 제한하였다. 과도하다는 비판에도 국경을 폐쇄하여 코로나 확산을 막았다.
현재까지 결과로만 보면 (5/20일 기준) 스웨덴의 느슨한 방역 정책은 적절한 대체가 아니었다. 주변 북유럽 국가보다 몇 배나 많은 확진자와 사망자를 발생시켰으며, 1인당 통계로 보아도 확연히 높은 숫자이다.
스웨덴에 살면서 경험했던 의료는 답답할 정도로 느렸다.
스웨덴 답게 느긋하고 여유로웠다.
사람들은 웬만한 증상으로는 병원에도 가지 않고 자연 치유와 자가 면역력에 의한 치료를 선택했다. 당시 아이들이 39도에 가까운 고열이 나도 의사들은 괜찮다고 말했다. 좋은 공기를 마시면서 쉬라고 했다. 코로나 바이러스도 감기 정도로 생각했던 것일까? 현재도 코로나 의심 환자는 감기 증상과 비슷하기 때문에 코로나 검사를 받는 것이 아니라 우선 집에서 자가격리하면서 상황을 지켜보라고 안내받는다. 아이가 스웨덴이 그립지 않은 첫 번째 이유는 병원 때문이라고 했다. 한번 아플 때마다 일주일 넘도록 호되게 끙끙 앓았던 게 많이 힘들었던 모양이다.
스웨덴 국민들은 스스로의 건강을 믿었을 것이다.
어릴 때부터 자연과 함께 놀면서 스스로 키워진 면역력과 추운 날씨와 긴 흑야를 견디기 위해 꾸준한 운동으로 길러진 체력을 의심하지 않았을 것이다. 열이 나고 아픈 것은 몸이 병과 싸우고 있는 과정이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과정이라 여긴다.
스웨덴 총리는 시민의 책임 의식과 자발적인 노력으로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에 대응할 수 있다고 하였다.
하지만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등에서 엄청난 속도로 확진자가 나오던 상황을 보았음에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바이러스에 대한 대책이 너무 허술하다.
역사적으로 굴곡이 없었던
스웨덴의 경험 부족일까?
가끔 버스 정류장에서 띄엄띄엄 서있는 스웨덴 사람들의 사진을 볼 수 있다. 스웨덴 사람들은 원래 문화적 특성상 사람들과 가까이하지 않고 물리적 거리 두는 것을 편하게 느낀다. 인구밀도가 낮기 때문에 스톡홀름처럼 대도시가 아니라면 생활 속 거리두기는 일상이다. 하지만 이 걸로 코로나 확산을 막는다는 것은 모순이다. 스웨덴은 크람(Kram)이라는 서로 포옹하는 인사를 한다. 내 주변 사람은 걸리지 않았다는 믿음이 있어야 인사도 할 수 있다.
스웨덴은 역사적으로 주변 북유럽 국가들에 비해 굴곡이 없었다. 1814년 노르웨이와 전쟁이 마지막이었다. 이후 제2차 세계 대전 때도 중립국으로 피해 없이 버텼다. (핀란드가 가장 오랜 전쟁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가장 최근 호흡기 전염병인 메르스도 겪지 않고 지나갔다. 전쟁, 전염병, 자연재해 등 위기를 겪어 본 경험이 없으니 조급함도 절박함도 없다. 위기의식을 느끼는 세포가 부족하다. 그 여유로움이 적당히 만족하는 '라곰'의 문화를 만들어 내게 되었지만 코로나 대처는 못내 아쉽다.
추운 날씨에 야외 활동은 제한되고 3시면 지는 해에 아이들과 하루 종일 집에 있는 시간이 길었다. 함께 책도 보고 둘러앉아 보드게임도 하고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을 고민하던 시간이었다. 긴 겨울이 지나고 이제 이 지겨운 겨울이 끝나나 하면 다시 찬바람이 불고 눈이 내렸다. 하지만 항상 봄은 왔다.
<북유럽 인문 산책>의 저자, 홍민정 드림
책을 넘어 독자분들과 소통하고 싶습니다. 책의 연장선에서 지금 시기에 필요한 인사이트를 전해드리려 합니다. '더 나은 삶을 위한 새로운 발견'에 함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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