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현화 Nov 09. 2023

당신은 0.9퍼센트의 인간입니까

10년도 전의 강의가 나에게 경고하는 것 | 시골의사 박경철

걔와 나는 무슨 차이일까

경제연구소에서 일하는 친구가 '좋은 강연이 있으니 보러 오라'라고 한다. 

대전에서 서울까지 간 강연장의 칠판에는 WWW가 적히고, 연사는 WWW의 시대가 온다고 말한다. 93년도로선 충격적인 복장과 내용으로 '과대망상증 환자' 취급을 당한 연사는 다음의 창업자 이재웅. 


시골의사 역시 실망해 '밥이나 먹자'고 하는데, 함께 강의를 들었던 백수 친구는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급히 돈 10만원을 빌려 강연자와 그날 밤 새벽까지 소주잔을 기울이며 W의 시대를 논한다.

그 백수 친구는 몇 년 뒤 나라비전을 국내 최고의 메일링 서비스로 만들어 낸다. (현재도 있다)

벤처사업가로서 엄청난 성공을 이루는 친구를 보며, 시골 의사는 의문을 가진다.

'걔와 나는 무슨 차이일까'


그는 제레미 리프킨의 책에서 답을 발견한다. 

수 만 년의 시간 동안 인류가 돌, 청동기, 철기 등으로 발전해 가지만 모든 인류가 발전에 기여했던 것은 아니라는 것. 0.1%의 돈키호테가 혁신을 끌어오고, 0.9%의 통찰력 있는 부류가 그들을 지지하고 이끌고 따르며 세상이 바뀐다는 것. (산업혁명-양 사육 / 자동차-주유소 / 휴대전화-통신)

제레미 리프킨은 99%의 인간은 '잉여인간'으로 칭한다. 기본적인 욕구에 충실하고 '와 세상 좋아졌네'하는 집단.(이 집단이 나쁜가? 아니다. 모두가 1% 일 필요는 없다)


시골의사는 자신도 백수 친구처럼 0.9%의 인간이 되고자 한다. 잉여인간이라는 사실에 괴로워한다.

새로운 버스를 알아보고 탑승해 이 세상을 바꾸는 무리에 섞이는 방법을 고민하던 그는 '주식 투자'라는 형태로 그 대열에 동참하게 되는데, 당시 외제차 급이었던 휴대전화(모토로라)를 병원장에게 선물 받은 것을 계기로 그는 통신 사업에 투자해 큰돈을 벌었다. 이후 유명세를 타며 본격적인 투자자로서의 삶을 시작한다.



0.9%의 인간은 우연이 아니다.

그는 왜 괴로웠을까? 아마 백수 친구의 영향이 컸을 것이다. 나와 낄낄거리며 술 먹고 놀던 녀석이 벤처사업가로서 성장하고, 세상이 바뀌는 모습을 곁에서 보며 본인도 무언가 끓어올랐을 것이다.

책 『총, 균, 쇠』에서는 문명의 운명을 가른 것은 '지정학적 요인'이 주요하다고 설명하는데, 사람도 마찬가지 아닐까. 넥슨, 네이버 창업주가 같은 학과(심지어 같은 아파트)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시골의사 박경철은 통찰력을 기르기 위한 방법으로 '예술'을 말한다. 뭇사람들이 '에이 저게 뭐야'하는 작품들을 이해하고 오감으로 느끼는 훈련을 통해 '깨어있는 생각, 나만의 관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을 곁들이자면, 예술 작품이건 책이건 유튜브건 내가 수집한 정보들을 직접 재구성하고 나만의 생각을 곁들이는 기록 행위가 아주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온라인 독서 노트 서비스| 메모먼트까지 만들었다.)



오래된 강의의 매력

스티브 잡스를 비롯한 십 수년 전의 레전드 강의들을 다시 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들이 꿈꾸고 일궈낸 세상을 누리는 지금, 한 편으로는 속이 쓰리기도 한데, 아이폰이 처음 출시 되었을 때 나는 그것을 들고 있는 친구를 내심 부러워하면서도 '잘 모르는 것'이라고 치부했던 것이 그렇다. 돌고 돌아 지금은 IT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그래서 예전 영상들을 자주 본다. 내가 놓친 것들을 복기하고, 새로운 것들이 보일 때 놓치지 않겠다는 결단은 물론 겸손해야 한다는 마음이 든다.


나는 주식을 하지 않는데 왜 이 영상이 추천되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시골 의사'라는 소탈한 별명이 나를 이끌었다. 대개 자신을 낮추는 사람들은 내공이 강한 데다 흥미로운 '썰'이 많기 때문에 영상을 클릭했고 세 번을 다시 보고 네이버 블로그에 포스팅하고, 이제 블로그까지 쓴다.


그의 통찰력이 놀랍다기보다, 그의 솔직한 질문 그리고 그것을 파헤쳐가는 과정이 인상적이다.

더불어 '영업을 해도 잘하시겠다'는 입담이 대단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날 것만 같은 아저씨가 어느 순간 달려들듯이 깨어있는 삶과 치열한 하루를 주문하는 부분에서 여 왜 이 영상이 꾸준히 회자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https://youtu.be/vgQh-Hq7nBA

작가의 이전글 내가 필요해서 만든 디지털 독서 노트 개발기, 메모먼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