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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쌤 Apr 22. 2024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과 쓰레기인 사람

문제에 대한 비난을 넘어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되기를

아이들과 첫 수업으로 온라인 예절에 대해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악플에 대해 나는 아이들에게 이런 비유를 들어주었다.

"교실에서 어떤 친구가 쓰레기를 휙 버렸어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 쓰레기를 주우라고 하거나 누군가 대신 주워주면 되겠죠? 문제는 쓰레기가 쓰레기통이 아니라 바닥에 버려진 상황이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건 쓰레기를 주워 쓰레기통에 버리는 거잖아요."

아이들이 끄덕인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그 친구에게 쓰레기를 주우라고 하진 않고, '야 이 쓰레기야!'라고 말한다는 겁니다. 쓰레기를 버렸으니 쓰레기 같은 놈이라고 욕을 하는 거지요. 근데 '쓰레기'라고 욕을 하면 바닥에 버려진 쓰레기가 저절로 쓰레기통에 들어가나요?"

아이들이 고개를 젓는다.

"그렇지요. 악플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구나 잘못할 수도 있어. 그럴 수 있어요. 그런데 그 문제 해결을 위해 댓글을 다는 사람의 수보다, 쓰레기라고 그 사람을 단순히 비난하고 욕하는 '악플'을 다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 그것이 문제인 것 같아요"


잘못을 했다면, 문제가 있다면 그 행동에 대해서만 말하면 된다. '~~ 은 잘못인 것 같아요.'라고만 하면 된다. 그렇지만 우리는 너무나도 쉽게 그 잘못한 행동이 아닌, 잘못한 사람에 대한 평가와 지적을 한다. 쓰레기라고 욕을 들어먹어도 되는 사람이라는 건 없다. 그런 것 또한 주관적 판단일 뿐이니. 우리는 행동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면 되는 것이다. 정말 욕을 해야 마음이 풀린다면, 당사자의 귀에 들리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하면 된다. 굳이 모두가 볼 수 있는 온라인상에 똥을 싸지르듯 악플을 싸지를 필요는 없다.

문제와 비난은 구분해야 한다. 그리고 문제를 일으켰다고 당연히 욕과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는 생각은 틀렸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그 어떤 누구도 잘못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판결을 정확히 내릴 순 없고, 그 어떤 누구에게도 잘못에 대해 주관적 판결을 내려 자의적 처벌(욕)을 할 권리는 없다.


지금 자라나는 아이들은 문제 해결과 비난을 구분하길 바란다. 우리 교실에서만큼은 문제 행동과 문제 해결이 중심이 되었으면 한다. 그런 문화에서 자라난 아이들이 우리 사회를 조금씩 바꾸어나가길 바란다. 비난보다는 문제 해결을 이야기하는 사회로 바꾸어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2020.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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