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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쌤 Jun 28. 2024

놀이 수업 때 싸움을 예방하는 방법 - 저학년 편

싸우지 않고, 울지 않고도 놀이를 해낼 수 있을까

지난달 있었던 공개수업 후 협의회 시간에 교감선생님께서 숙제를 내셨다. 

"놀이 수업할 때 싸우지 않고 울지 않고도 놀이 수업을 잘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특히 체육부장을 맡고 있는 나를 콕 집어가면서 말씀하셔서 그 이후로 쭉 생각을 해오다가 글로 정리해 보려고 이렇게 글을 시작해 본다.


먼저 저학년 놀이 수업 때 갈등이 생기는 경우부터 떠올려보았다. 

1. 짝 활동을 할 때

 -짝이 마음에 안 드는 경우

 -짝이 잘 못하거나 제대로 하지 않고 장난을 자꾸 치는 경우

2. 학생끼리 잘못을 지적할 때

 -반칙했다고 상대를 지적하는 경우

 -준비운동을 제대로 안 한다고 지적하는 경우

3. 물리적 충돌이 일어날 때

 -(고의든 실수든) 충돌이 일어나서 서로 때렸다고 화를 내는 경우

4. 자기 마음대로 하는 학생으로 인해 생기는 갈등

 -풍선이나 공 색깔을 마음대로 고르다가 마음대로 안 되면 화내면서 다툼이 일어나는 경우

 -친구의 물건을 자기 마음대로 만지거나 가져가는 경우


그 외에도 다양한 상황이 돌발적으로 일어날 수 있지만 일단 주로 생기는 갈등 상황을 떠올려보았다. 그리고 이런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수업 경험을 토대로 떠올려보았다.


먼저, 다툼이 생길만한 상황을 미리 떠올리면서 예상하고 놀이 시작 전에 아주 자세히 설명하고 당부한다. 

 "짝 활동을 할 땐 친구를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달릴 때 부딪히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합니다!"

 "공을 고를 땐 색깔 상관없이 아무것이나 고르도록 합니다."

저학년 아이들은 당연히 알겠지 싶은 내용들도 모르는 경우가 아주 많다. 그래서 미리 일러두지 않고 수업을 시작하면 당연히 알고 지킬 것 같은 내용들을 안 지켜서 다툼이 생기는 일이 매우 잦다. 그래서 다툼이 일어날 만한 일들을 최대한 많이 떠올려보고 그 상황을 미리 예방할 수 있도록 아주 자세히 아이들에게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미리 알려주는 것이 얼마나 효과가 있겠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보통 수업을 먼저 하는 반에서 문제가 생기고 난 후 그다음 반 수업을 할 때 수업이 좀 더 잘 되는 경우가 많다는 걸 생각해 보면 확실히 미리 알려주는 게 효과가 크다는 걸 알 수 있다. 앞선 반에서 생긴 문제를 수업 전 미리 알려주면서 주의를 주면 뒤의 반은 그런 문제가 많이 생기지 않는다는 걸 1~2학년 놀이 수업을 1년 넘게 하면서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그러니 아이들에게 생길만한 문제를 자세히 안내하는 건 정말 중요하다.


두 번째로 아이들의 대형이나 특정 아이들의 위치를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주로 반에서 갈등을 일으키는 아이들끼리 붙어 있으면 더욱 갈등이 심해진다. 특히 지정된 자리가 있는 교실과는 달리 놀이 수업은 책상과 의자가 없어서 자리와 대형을 신경 쓰지 않으면 갈등을 일으키는 아이들끼리 붙어서 수업을 혼란스럽게 만들기 일쑤다. 그래서 나는 주로 간단한 방석 등을 이용해서 강당이나 무용실에서도 자리를 표시해 놓고 갈등이 일어나는 아이들끼리 최대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반마다 앉는 방식을 다르게 해서 앉힌다. 번호순대로 앉히면 갈등을 유발하는 아이들끼리 떨어진다면 그 반은 번호순대로 앉히고, 다른 반은 그렇게 앉히면 갈등을 유발하는 아이들끼리 붙게 될 경우 다른 방식으로 앉힌다. 

활동을 할 때에도 아이들끼리 가까이 있다가 장난 또는 충돌로 인해 갈등이 생길 수 있으므로 활동 위치도 원마커 등으로 표시를 해 놓는다. 나아가 원마커 위치를 충분히 띄워서 아이들끼리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여 충돌을 예방한다. 그러면 아무래도 표시하지 않았을 때보단 질서가 유지되고 갈등이 덜 일어난다.


그다음으로는 아이들끼리 지적하는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평소에도 잘못된 행동에 대한 지적은 교사의 권리임을 분명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서로 잘 못한다고 지적하고 원망하다가 다툼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나는 늘 학생의 잘못에 대해 지적하고 교정하는 건 교사의 권리이며 학생들은 할 필요가 없다는 걸 강조해서 말한다. 그리고 같은 반 친구의 잘못을 고쳐주고 싶다면 직접 지적하지 말고 교사에게 도움을 요청하라고 말한다. 그러면 교사는 잘못된 행동을 하는 친구를 불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도와주겠다고, 그렇게 아이들에게 말한다. 그런 말들이 아이들에게 일관성 있게 전해지고, 교사의 말과 행동도 일관성 있게 유지되면 아이들끼리 서로 지적하고 싸우는 일이 많이 줄어들게 된다.


이렇게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사실 아무리 예방하려고 노력한다 해도 모든 걸 100% 막을 순 없는 일이다. 인간이 하는 일이니까. 그래서 갈등이 생겼을 때에 대한 대처 방법 또한 필요하다. 나의 경우 저학년 아이들 사이에서 놀이를 하다가 다툼이 생겼을 경우엔 갈등의 정도에 따라 다르게 대처한다.

 가벼운 갈등이 일어났을 경우 나는 이렇게 아이들에게 말한다.

"일단 오늘 수업 활동이 더 중요하니까 활동 먼저 하고 수업 마친 다음 얘기해도 될까?"

갈등이 심하지 않고 활동이 재미있어 보일 경우 대다수의 아이들은 내가 말한 대로 활동에 먼저 임한다. 그렇게 놀이 활동에 임하다 보면 어느새 갈등은 머릿속에서 사라지고 쉬는 시간이 되었을 땐 즐거운 마음으로 교실로 올라간다. 저학년들에겐 이 정도면 충분하다.


그렇지만 갈등이 좀 심할 경우, 우는 아이가 생겼거나 누가 누굴 때렸거나 그럴 경우엔 가볍게 넘기지 않고 다른 방법을 쓴다. 일단 다친 곳은 없는지, 아픈 곳은 없는지 파악을 하고 아픈 곳이 없을 경우엔 갈등이 일어난 아이들을 떼 놓은 후 감정을 다스릴 수 있게 시간을 준다. 그리고 다른 아이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활동을 하고 있을 경우엔 아이들 각자의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고양된 감정을 가라앉히게 한다. 그러고 아이들의 이야길 들어주면서 내가 도와줄 부분을 물어본 후 (예를 들면 OO이가 이런 행동을 못 하게 해 주세요 등) 그런 걸 도와주겠다고 약속하고 놀이에 다시 참여를 시킨다. 놀이에 참여할 마음의 상태가 되지 않은 학생의 경우엔 억지로 활동에 참여시키지 않고 쉬도록 한다. 쉬는 시간까지도 회복이 안 된 아이들은 담임 선생님의 몫으로 넘긴다. (담임 선생님들은 정말 고생이 많으시다....)


정리해놓고 보니 그래도 시간을 허투루 보낸 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든다. 작년부터 저학년 아이들과 놀이수업을 하며 쌓인 경험들이 어느 정도 노하우가 되었구나 싶기도 하다. 


오늘도 1학년 아이들과 콩주머니 던지기 놀이를 했는데 미리 준비를 많이 해놓아서인지 큰 문제없이 수업이 잘 이루어졌다. 이렇게 수업이 잘 된 날은 나의 성장을 확인받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좋다. 방학 전까지 무사히 저학년 놀이수업을 마칠 수 있기를.



고학년 편은 추후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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