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여행기록 (포르투갈 편)
프롤로그. 여행의 시작.
포르투갈 여행을 마음먹게 된 건
7년 전 스페인 여행 때였다.
7년 전 11월 겨울 비행기와 숙소만 예약한 채로
준비 없이 홀로 떠난 스페인 여행.
세비야에서 만난 한 여행객 독일인 친구, 아니 언니였던 사남(sanam).
그녀는 리스본에서 넘어오는 길이었다고 한다.
무려 2주 동안이나 리스본 한 도시에서만 있었다던 사람.
왜 그리 오랫동안 있었느냐, 무엇이 널 그곳에 머물도록 했느냐?
What made you stay there so long?
It was 'beautiful sea.'
금가루를 뿌려놓은 듯 햇살에 반짝이는 바다를
보고 있노라면 정말 행복했다고 했다.
리스본의 바다는 그녀를 2주 동안 잡아둘 정도로
얼마나 충분히 아름다운 것이었을까?
신화를 바탕으로 한 서사시 '오디세이'에서
사이렌은 뱃사람들을 미혹해 바다에 빠져들게 만들고,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리스본의 바다가 사이렌처럼 일주일 계획한 여행을 무기한으로 늘려버리는 건 아닐까?
7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내 인생 출구 없는 여행이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다시 시작된 것이다.
2. 나쁜 남자 포르투갈.
포르투갈은 여행 시작부터 곁에 좀처럼 머물기 힘든 나쁜 남자와 같았다.
우리나라에서 리스본으로 가는 비행기는 많지 않다.
시간과 경제적인 여건을 고려해 파업으로
악명 높은 에어프랑스를 탈 수밖에 없었다.
결국 우려했던 파업과 결항은 현실이 되었다. 파리를 거쳐 리스본으로 가기로 했던 저녁 비행기는
에어프랑스 파업에 의해 결항되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결항 소식을 늦게 알게 됐다.
항공사 측에서 제공해주기로 한 숙식 바우처도
못 받게 생긴 것이다.
마음은 다급해졌다. 에어프랑스 티켓팅 게이트에서
이제 퇴근하려고 하는 직원을 붙잡았다.
이 직원마저 가버리면 공항에서 노숙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항공사 측 파업으로 승객은 노숙하게 생겼는데
연신 클로즈 클로즈 (closed, closed)만 말하는
항공사 직원이 야속하기만 한 것이다.
이대로 샤를 드골 공항에 하룻밤을 새게 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랐다.
바짓가랑이라도 잡는 심정으로 간곡히 부탁한 끝에
겨우 숙식 바우처를 받고 공항 근처 2성급 호텔에서
그날 밤 묵을 수 있게 되었다.
숙소에 들어오자마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잘못한 게 있는 것도 아닌데,
어찌 항공사 직원은 그렇게 당당한 것이며,
하루 날려버린 포르투 여행은
누구에게 보상받을 수 있는 것인가.
세상에 홀로 서있는 기분.
갑갑하고 외로운 회사생활을 벗어나고자,
떠난 여행일 뿐이었다.
많은 것을 바랐고, 큰 욕심을 부린 것인가.
여행에 있어서 예상치 못한 변수가 매력이라는 것을 알고 떠나왔지만, 여기선 좌절하는 이방인일 뿐이었다.
한국으로 가고 싶었다.
24시간 동안 눕지 못하고 깨어있었지만, 호텔에서도 쉽게 잠은 들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다시 마음을 추스르고 샤를 드골 공항에서
무사히 리스본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라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