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dame Kyu Sep 13. 2023

비대칭적으로 포개진.  

유용하고 무용한 것을 구분하는 탁월한 통찰.

인류적이고 비인류적인 가치를 정의 내리는 윤리적 잣대.

소모적이고 생산적인 마음의 쓰임을 조절할 줄 아는 의지.

하나의 세계에 반드시 존재하고야 마는 두 가지의 상반된 것들 사이에서 너는 좀처럼 흔들림이 없는 인간이다. 심장에 충돌하는 일종의 타격감 같은 게 사랑에 빠지는 순간이라면, 너는 그 충돌의 임팩트 대신, 충돌 후에 모든 방향으로 퍼져나가는 파장이었다. 왜 사랑하는가의 물음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밀려오는 파장은 오랜 시간 해결하지 못한 아프고 서럽던 것들에 부드럽게 닿아 내가 어쩌면 괜찮아질 수 있을 거라는, 또는 좋은 인간이 될 수도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너는 참으로 완전해 보였다. 밝고 어두운 것의 경계를 뚜렷하게 인지하는 그런 인간. 밀도감 있는 물질 같이 단단하다. 잘 읽히지 않지만 모호하지 않다. 그렇게 나는 네 곁에서, 네 틀 안에서 살아가는 중이다.


작고 소소하며 흔들리기까지 하는 인간, 불안한 그녀의 손 위에 그 손을 포개고.

어떤 한 생각에 미쳐 헤어 나오지 못하는 인간, 그녀의 관자놀이에 따뜻한 입술을 대고.

아이 같은 화를 기어이 터트리고 마는 감정적인 인간, 그녀의 머리를 쓸어내려주고...

흔들릴 때마다, 불안으로 몸이 뻣뻣해질 때마다 너의 피부와 숨결은 어김없이 내게 와닿는다. 그리고 머지않아 나는 고요해진다. 깨지거나 부서지지 않고 그렇게 나를 지킬 수 있게 하는 너다.


닮은 데가 없는 너와 나라서 포개어 놓아도 겹치거나 맞닿는 면적이 없을, 그런 비대칭적인 모양새인데도, 너는 나를 가두고, 나는 네 안에 담긴다. 그렇게 우리는 살아간다.









 

매거진의 이전글 오늘 날씨 맑음, 오늘 나는 늙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